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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인체 영향 일반담배와 차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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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필립모리스에서 지난 6월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사진 한국필립모리스]

한국필립모리스에서 지난 6월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사진 한국필립모리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의 제조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아이코스의 인체 영향이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적 담배 전문가인 스탠턴 글랜츠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간 ‘덜 해롭다’고 강조해 온 제조사가 기존 입장과 다른 실험 결과를 내놓으면서 향후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험 보고서 FDA 제출 드러나 #24개 건강 지표 중 23개가 비슷 #FDA, 내년 이후 최종 결론 낼 듯 #한국 식약처는 내년께 평가 공개

아이코스는 일본·한국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미국 시장엔 시판되지 않는다. 필립모리스는 ‘덜 위험한 담배(modified risk tobacco)’로 인정받으려고 FDA에 신청했고 지난 5월부터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FDA의 최종 결론은 내년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FDA 자문을 맡은 글랜츠 교수에 따르면 필립모리스가 미국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아이코스와 일반 궐련 담배의 인체 유해성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필립모리스가 90일간 아이코스 흡연자와 일반 흡연자의 백혈구 수치, 혈압 수준 등 24개 건강지표를 비교했더니 23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동맥경화·심근경색을 유발하는 혈관 염증 수준만 아이코스 흡연자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랜츠 교수는 “필립모리스의 실험 데이터는 아이코스와 일반 담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FDA는 아이코스가 덜 위험한 제품으로 시장에 나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아이코스 사용자와 일반 담배 흡연자의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담배를 끊은 사람과 일반 궐련 흡연자도 차이가 없었다. 글랜츠 교수의 해석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세 그룹의 건강지표가 다 비슷한 만큼 의학적 판단은 따져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남성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피우고 있는 모습. 입에서 증기가 나오고 있다. 아이코스 제조사 필립모리스 측이 미국 FDA에 제출한 실험 자료에 따르면 아이코스의 인체 영향이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한 남성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피우고 있는 모습. 입에서 증기가 나오고 있다. 아이코스 제조사 필립모리스 측이 미국 FDA에 제출한 실험 자료에 따르면 아이코스의 인체 영향이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이코스 유해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내년께 결과를 공개한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회사가 ‘태우지 않아서 연기가 나지 않아 타르 성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심혈관질환 등에 광범위하고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매슈 스프링어 UCSF 의대 교수팀도 14일(현지시간)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혈관에 해롭다는 동물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아이코스 증기에 15초씩 10차례 노출한 결과 실험용 쥐의 혈관 기능이 약 58% 감소했다. 같은 방식으로 일반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을 때 57% 줄었다. 차이가 없다.

혈중 니코틴 수치는 아이코스가 높았다. 일반 담배 연기에 노출된 쥐는 평균 15ng/ml, 아이코스 증기를 들이마신 쥐는 70.3ng/ml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태우지 않고 찌는 담배를 피우더라도 흡연에 따른 심혈관 건강의 악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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