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디나르(약 9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땅을 파는 사람이 필요하십니까? 여기 아주 크고 힘센 사람이 있습니다."
리비아에서 사람을 매매하는 '21세기판 노예시장'이 공공연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CNN이 현지발 르포 기사로 폭로했다.
CNN은 14일(현지시간) 리비아에 노예시장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지난달 취재에 들어간 결과 수도 트리폴리 외곽에서 직접 노예 매매 현장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경매가 시작된 지 불과 6~7분 만에 남성 10여명이 팔려 새로운 '주인'의 손에 인계되는 과정을 지켜봤다는 설명이다.
지난 8월 20대 나이지리아 남성이 경매로 팔리는 영상을 입수한 CNN은 몰래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 현장을 포착했다.
CNN은 "취재진이 경매가 끝난 후 '노예' 남성 두 명에 직접 접근해 말을 붙여봤지만, 그동안 겪어 온 일 때문에 충격을 받았는지 너무나 겁을 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리비아 내 최소 9곳에서 현대판 노예시장이 공공연하게 열린다"고 덧붙였다.
노예로 거래되는 이들은 아프리카·중동 난민이다. 지중해에 접해있는 북아프리카에 자리 잡고 있는 리비아는 지난 수년 동안 내전과 가난으로부터 탈출해 유럽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수많은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일부는 유럽 땅에 발을 딛는 데 성공했으나,수많은 사람이 난민 밀수꾼에게 빚을 지게 되거나 인신매매조직에 걸려들어 여성은 성매매를 강요받는 등 현대판 노예 신세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CNN은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정보와 영상을 리비아 당국에 넘겼으며, 당국은 "노예시장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