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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42 세상 끝 우체국에서 보내는 엽서

중앙일보

입력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이 있는 스피티 밸리의 히킴(hikkim)마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이 있는 스피티 밸리의 히킴(hikkim)마을.

인도 북부를 여행하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보게 돼요. 지난번엔 라다크 지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를 여행했는데 이번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을 다녀왔어요.

이 특별한 우체국이 있는 곳은 스피티 밸리의 히킴(Hikkim)마을. 스피티 밸리의 중심 마을 카자(Kaza)에서 16km 떨어진 곳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에요. 작지만 이 마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투표소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이 있어요. 해발 4400m에 위치했죠. 무늬만 우체국이 아닌 정식 우체국(India Post)으로 여기에서 전 세계로 엽서를 보낼 수 있답니다.

4440m에 위치한 히킴 우체국.

4440m에 위치한 히킴 우체국.

히킴을 여행할 때엔 주로 히킴·코믹(Komic)·랑자(Langza) 이 세 마을을 같이 묶어서 여행해요. 카자 마을 뒤로 뻗어있는 큰 협곡을 따라 마을들이 자리 잡고 있거든요. 대중교통은 따로 없고, 택시를 나눠타고 여행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에요. 택시는 합승하면 요금이 저렴해져요. 마을 주민과 택시를 함께 탈 수 있었던 덕분에 1인 편도 150루피(2500원)에 코믹과 히킴을 들렀다 랑자까지 이동할 수 있었어요.

히킴 마을로 들어가는 협곡 뒤로 보이는 카자 마을.

히킴 마을로 들어가는 협곡 뒤로 보이는 카자 마을.

협곡 안족으로 마을들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다_그랜드 캐니언 못지 않음!

협곡 안족으로 마을들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다_그랜드 캐니언 못지 않음!

첫 마을은 코믹입니다. 코믹 마을은 차로 갈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을이에요. 해발 4587m에 자리 잡고 있는 코믹 마을에 도착하니 입구에 곰파(티베트 불교 수도원)와 식당이 보였어요. 식당에서 팔고 있는 엽서를 몇장 사서 한국의 가족에게 보낼 안부 편지를 썼어요.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는 인터넷이 잘 돼서 언제든 원할 때 집에 연락할 수 있었는데(심지어 화상 통화까지!) 스피티 밸리에 도착한 이후로는 인터넷 접속이 불안해서 가족들에게 생존신고(?)도 못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물론 엽서가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가족과 연락이 닿았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에서 보낸 엽서가 과연 한국에 도착할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꼭 보내 보고 싶었어요.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코믹 마을.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코믹 마을.

코믹 마을에 이어 이곳에서 3km 떨어져 있는 히킴 마을에 도착했어요. 코믹 마을에서 미리 써둔 엽서를 가지고 우체국을 찾아 나섰죠. 집이 몇 채 없는 작은 마을이라서 금방 우체국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일반 가정집처럼 생긴 우체국 내부로 들어가니 우체국 직원인지 주민인지 모를 한 아저씨가 우릴 반겨주었어요. 전구 하나 없는 컴컴한 우체국 내부에서 다른 외국인 여행자도 엽서를 쓰고 있었어요. 국제우편비 20루피(350원)와 엽서를 아저씨에게 건네니 "2주쯤 뒤 엽서가 한국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어요.

해발 4000m 히말라야 산동네 히킴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제 우편취급소가 #"정말 엽서가 한국에 도착했어!"

히킴 우체국 내부.

히킴 우체국 내부.

엽서야 잘 도착하거라.

엽서야 잘 도착하거라.

엽서를 무사히 부치고는 오늘의 마지막 마을인 랑자로 향했어요. 랑자는 스피티 밸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에요. 마을 뒤편으로는 뾰족한 설산이 솟아 있고, 마을 중심에는 커다란 부처상이 있어요. 랑자 마을은 화석이 발견되는 마을로도 유명해요. 히말라야산맥이 과거 바다에 잠겨 있었다는 증거이지요. 택시에서 내리자 동네 아이들이 자기가 주운 암모나이트 화석을 판다며 여기저기서 몰려 왔어요.

랑자 마을 전경.

랑자 마을 전경.

랑자 마을 뒤의 설산

랑자 마을 뒤의 설산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화석 마을 랑자.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화석 마을 랑자.

랑자 마을이 마음에 들어서 하룻밤 묵었다 가기로 했어요. 홈스테이 숙소에 짐을 풀고 마을을 둘러보는데 마을 전체가 황금빛 보리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요. 찰랑거리는 보리밭 옆으로 펼쳐진 초록빛 콩밭에는 한창 콩 수확으로 동네 주민들이 모두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죠. 바쁜 와중에도 우리가 지나가자 수확한 콩을 먹어보라며 우리 손에 한 움큼 쥐여 주셨어요.

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보리밭.

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보리밭.

한창 콩 수확이 한창인 스피티 밸리의 마을들.

한창 콩 수확이 한창인 스피티 밸리의 마을들.

랑자 마을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마을 아이들과도 금세 친해졌어요. 드론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는 동네 아이들이 다 모여들기도 했죠. 랑자 마을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어요.

랑자 마을 아이들과.

랑자 마을 아이들과.

눈이 맑았던 스피티 소녀.

눈이 맑았던 스피티 소녀.

이틀 봤더니 친구가 되어버린 재민과 소녀.

이틀 봤더니 친구가 되어버린 재민과 소녀.

랑자 마을의 하루가 지고 스피티 밸리의 여느 마을처럼 은하수가 또 하늘을 수놓았어요.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은하수를 스피티 밸리에서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본 것 같아요.

랑자 마을의 밤.

랑자 마을의 밤.

랑자 마을의 아침_아침에 나갔던 가축들은 해 질무렵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랑자 마을의 아침_아침에 나갔던 가축들은 해 질무렵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랑자 마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카자 마을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택시는 1인당 100루피. 진정한 산골의 시골 마을에 있다가 카자 마을로 내려오니 괜히 도시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들도 곳곳에 있어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랜만에 와이파이도 이용했죠. 인터넷 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히킴에서 보낸 엽서보다 먼저 가족에게 생존신고를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카페 화장실의 핸드 드라이어에 적힌 또 다른 재미있는 문구,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핸드드라이어!’ 제 인생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험을 가장 많이 한 1박 2일 같아요.

카자 마을의 까페.

카자 마을의 까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핸드드라이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핸드드라이어.

스피티 밸리의 여행이 끝나고 마날리로 돌아오자 집에서 연락이 왔어요. “엽서가 도착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에서 보낸 엽서가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나 봐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엽서나 편지의 아날로그적인 매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다음 여행지에서도 특별한 엽서 한 통 보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정리 =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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