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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아무리 치료해도 병이 낫지 않는 건 이것 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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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연주곡은 피아졸라의 망각(oblivion)이다. 이 곡은 탱고(Tango)곡으로 원래 피아졸라가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로 연주한 곡인데 첼로로도 많이 연주된다. 크로아티아 출신 미남 첼리스트 스테판 하우저는 특유의 로맨틱한 감성으로 잊어버린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유재욱의 심야병원(5) #환자 리액션 좋아야 치료할 맛 나 #퇴행성관절염, 환자 기대치 높아 #의사 치료로 만족시키기 힘들어

“김OO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간호사가 특유의 억양으로 환자를 진료실로 모신다.
“어서 오세요. 지난번에 치료받고는 좀 어떠셨어요?” 나는 이런 질문을 할 때 마다 항상 긴장된다. ‘환자가 얼마나 좋아졌을까’ 하는 기대감과 ‘혹시 안 좋아 졌으면 어떻게 할까’에 대한 불안도 담겨 있다.

“하나도 안 좋아 졌어.” 지난번 허리통증으로 치료받았던 김OO님은 치료 후 별로 나아진 것이 없던지 불만 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사실 안 나았다는 이야기는 매일 듣다시피하는 이야기인데도 들을 때 마다 마음 한구석이 털컥한다. “지난번에 다리 저리고 당긴다고 한 것은 어떠셨어요?” 애써 눈을 피하고 지난번 써놓았던 챠트를 뒤적이면서 불편한 증상을 물어본다.
“그건 좋아진 것 같은데, 허리가 아픈 건 그대로야.” ‘그래도 하나도 안 좋아진건 아니구만 그래’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의사를 기운나게 하는 환자 반응

다리통증. [중앙포토]

다리통증. [중앙포토]

“그래도 다리 저리는 것은 좋아지셨나봐요.” “그건 내가 운동을 좀 했더니 좋아진 것 같고, 허리는 아직도 아파.” 외국 사람을 진료하다보면 뭐 해준 것도 없는데 ‘better(좀 낫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조금이라도 좋아진 것이 있으면 그 부분을 이야기하고 기뻐한다. 의사를 기운나게 하는 반응이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은 좋아진 증상은 내가 잘해서 그런 거고, 안 좋아진 부분만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이분도 걸음걸이를 보니깐 꽤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데 안 좋아진 것만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계속 안 좋아진다고 해 큰 병원으로 전원시키려고 하면 그제서야 ‘사실은 많이 좋아졌는데 좋아졌다고 하면 치료를 안 해줄까봐 안 좋아졌다고 했지’ 하는 분도 가끔 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리엑션이 좋아야 치료할 맛도 나고 신이나서 더 열심히 치료하게 된다.

“허리가 아픈 것이 치료 받기전하고 똑같던가요?” “그게 말이지, 치료받고 일주일은 감쪽같이 좋아졌었어. 그래서 다 나았다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또 아파지더라고.” 치료 후 효과가 없는 것도 디테일이 있다. 이 경우처럼 ‘치료 후 좋아지기는 했는데 며칠 지나니 점점 다시 아파져서 결국 원래상태로 돌아간’ 경우가 있고, ‘치료를 받으나 안 받으나 똑 같아서 증상의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다.

허리디스크. [중앙포토]

허리디스크. [중앙포토]

이 부분은 치료방침을 정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전자는 진단은 정확했으나 치료방법이 적절치 않아서 다시 아파졌을 가능성이 있고, 후자는 진단자체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환자는 ‘치료해서 다리저리는 증상은 좋아졌고, 허리는 진단은 잘된 것 같으나 몇 번 더 치료해 만약 안좋아지면 다른 치료방법을 하면 되겠다’는 계획이 섰다. 그리고 환자분이 어떤 것이 좋아졌고, 또 치료하면 얼마만큼 좋아질 것인지 환자의 기대치에 대한 설명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의사가 제공해 줄 수 있는 치료와 환자의 기대치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성공적으로 치료해도 결코 환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내가 치료하는 근골격계 통증은 100%완치가 없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잘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에 치료의 목적이 있으므로 환자가 완치를 기대한다면 만족을 주기는 힘들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도 안 낫는 경우에는 뭐가 문제일까?

퇴행성관절염. [중앙포토]

퇴행성관절염. [중앙포토]

1. 아무리 치료를 잘 해도 환자의 기대치가 다른 경우

퇴행성관절염이 진행된 경우 치료로 완치를 원한다기 보다 통증을 줄이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그런데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 완치돼 젊었을 때처럼 돌아가기를 기대한다면 의사가 아무리 잘 치료했다 하더라도 결코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2. 의사가 시키는 것을 안 하는 경우  

많은 경우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선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고 환자가 직접 실천해야 하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테니스엘보의 경우 의사가 치료하는 것보다 환자가 얼마나 안 쓰고 아끼느냐가 더 중요하다. 의사는 쓰면 안 된다고 하는데 환자는 그 조언을 듣지 않고 계속 사용을 한다면 어떤 치료를 해도 고칠 수가 없다.

3.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중단하는 경우 

근골격계 통증은  일반적으로 한번 치료로 좋아지기보다수차례 치료를 해야 조금씩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안 낫는다고 그때마다 다른 병원을 찾아 옮겨다닌다면 오히려 좋아질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4. 진단과 치료가 적절치 않은 경우

진단이 틀려서 엉뚱한 곳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고, 진단이 되었더라도 치료방법의 선택이 적절치 못해 쉽게 고칠 수 있는 병도 못 고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닥터유의 처방 :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시는 어머님께 드리는 편지’

허리통증. [중앙포토]

허리통증. [중앙포토]

어머니~ 허리가 많이 아프시지요. 이제 병원을 찾아 가셔야 할텐데, 병원에 가시면 낯설고 모르는 것들 투성이라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고민되실 거에요. 그렇다고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다 할 수도 없고..... 22년차 의사가 아닌 자식으로서 편지를 드려요. 제가 최선의 치료를 받는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 이 편지를 참고 하셔서 현명한 선택으로 좋은 치료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어머니~ 일단 의사를 선택했으면 믿고 성심껏 치료를 받아보세요. 의사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나을 병도 절대로 안 나아요. 일단 믿고 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한도 끝도 없이 치료 받을 수 는 없으니, 치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판단하셔야 돼요. 치료 효과 판단은 내가 불편한 증상이 좋아졌는지, 안 좋아졌는지가 중요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치료를 받으면 ‘증상’은 좋아져야 해요. 허리가 아프면 허리가 안 아파야 돼고, 다리가 당기면 그 증상이 좋아져야 해요. 병원에 다니다 보면 치료는 잘 됐는데 내가 아픈 건, 내 증상은 안 좋아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허리 통증의 경우 대부분 3~4 회 정도 치료 받아 보시면 감이 와요.

병이 다 낫지는 않더라도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되나를 보면 몇 번 더 치료하면 좋아질 지 느낌이 와요. 만약 그 정도 치료받았는 데도 전혀 감이 안 오시면 이 치료가 나한테 딱 맞는 치료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셔야 돼요.

의사가 시키는 것은 가능하면 철저히 지켜세요. 시키는 대로 다했는 데도 안 나으면 의사책임이지만, 어머니가 시키는 것도 잘 안지키시고 하고 싶은대로 했으면 병이 안 나아도 딱히 할 말이 없잖아요.

만약 병원에서 수술을 권한다면, 다른 의사의 견해를 들어보시는 것이 좋아요. 수술 여부에 대한 것은 의사마다 견해가 다를 수 가 있어요. 특히 수술을 안 하는 의사들의 견해는 또 다를 수 있으므로 들어보고 참고를 하시는 것이 좋아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은 병원을 다니면서 비교하지는 마세요. 우리가 전문용어로 ‘닥터쇼핑’이라고 하는데 너무 많은 의사의 말을 듣다 보면 말이 조금씩 다르고, 그것을 비교하다 보면 나중에는 헷갈려서 오히려 옳은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되요. 다른 의사의 조언을 듣는 것은 2명이나 많아도 3명은 넘지 않는 것이 좋아요.

끝으로 최신(最新)의 치료법이나 비싼 치료법이라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에요. 모든 병은 그에 딱 맞는 치료법이 있어요. 어머니 상황에 맞는 최선(最善)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큰 병원의사, 유명한 의사보다는 어머니 얘기를 잘 들어주고, 복잡한 검사보다는 세심하게 만져보는 의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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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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