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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직 대통령도 철저히 수사를” MB 공격했지만 속내 복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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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철수. [뉴스1]

안철수. [뉴스1]

안철수(사진) 국민의당 대표가 13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겨냥해 “전직 대통령도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의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MB와 가까운 인물 많아 #통합 논의에 역효과 날 가능성 #21일 끝장토론, 연대 진로 정하기로

이 전 대통령이 전날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발언이었다. 그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현직 대통령도 처벌받는 세상”이라면서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을 꺼냈다. 그런 뒤 “(이 전 대통령은) 상식과 품격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대선 개입 댓글 의혹, 블랙리스트 의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취소 청원 공작 의혹, 군 사이버사령부 온라인 여론조사 활동 등은 국민의 상식을 무너뜨리고, 국격을 훼손하고 법질서를 위배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기간 ‘MB 아바타’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안 대표로선 확실하게 선을 긋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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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을 향해 강한 발언을 내뱉었지만 안 대표 측의 속내는 복잡하다. 안 대표가 추진하던 바른정당과의 선거 연대 혹은 통합 논의는 현재 속도가 붙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다. 그런 상황에서 안 대표의 MB 비판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통합 논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바른정당에는 정병국 의원 등 MB와 가까운 정치인이 적지 않다.

긍정적 신호도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신임대표는 이날 취임 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을 모두 연대 및 통합 대상으로 놓았다. 이에 안 대표는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선거 연대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니 유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한국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공식적으로는) 문을 닫았고, 유 대표도 한국당에 그냥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인 만큼 국민의당과 우선 통합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다만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경우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으로 두 당 모두 휩쓸려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바른정당이 추진하는 한국당을 포함한 통합 논의에 대한 당내 반발이다. 유성엽 의원은 “국민의당을 어떻게 봤으면 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3당 통합이 나왔느냐”며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YS(김영삼)의 3당 합당이 떠오른다”고 반발했다. “호랑이 잡아서 다시 적폐를 쌓아 가려 하느냐”고도 했다.

국민의당은 21일 끝장토론을 통해 바른정당과의 연대 등 당의 진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안 대표 측은 “선거 연대에는 공감대를 이룬 것 아니냐”는 입장이지만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은 “선거 연대도 실익이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박 의원은 “정체성도 맞지 않는데 자꾸 (통합에) 에너지를 빼면 안 그래도 시원찮은 국민의당이 더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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