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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한국당에 세 몰아주고 … 홍준표는 친박에 “앙금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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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김태흠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이야기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활동에 맞서 보수진영 전체가 단합할 것을 주문했다. [박종근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김태흠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이야기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활동에 맞서 보수진영 전체가 단합할 것을 주문했다. [박종근 기자]

MB발 ‘정치보복론’이 야권 지형을 흔들면서 보수결집론이 부상하고 있다.

‘보수의 둥지’ 깃발 올린 한국당 #홍 “이승만·박정희·YS 사진 걸 것” #친박 “우리가 싸우면 보수 미래 없어” #MB는 페이스북 통해 “단합” 강조 #외곽에서 한국당에 지원 사격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 작업에 비판의 총대를 메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뒤를 받치고 나섰다. 홍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니 마치 조선시대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는 작태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수우파의 적통을 이어받은 본당으로서 건국의 상징 이승만, 근대화의 상징 박정희, 민주화의 상징인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당사에 걸겠다”고 했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겠다는 의미는 보수를 결집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을 ‘보수의 둥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 발언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과정에서 내홍을 빚었던 한국당 내 친박-비박 갈등이 잠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부의 적’에 맞서기 위해 ‘내전’을 잠시 중단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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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날 오후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부터 친박-비박의 휴전 조짐이 엿보였다. 당초 의총은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을 탈당해 돌아온 8명의 의원에 대해 “이런 무원칙한 복당이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던 친박계가 소집했다. 서청원 의원이 직접 나와 신상발언을 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작 의총이 시작되자 친박과 비박 간의 충돌이 거의 없었다. 홍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제 정치적 앙금을 서로 풀고, 한마음으로 이 당을 재건하자”고 친박 측을 달랬다. 복당파 강길부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수가 분열해 국민을 실망하게 한 부분을 깊이 성찰하고 있다”며 “보수가 전부 뭉쳐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시간가량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 친박계 박대출·이장우 의원 등이 복당의 절차상 문제를 끄집어냈지만 반발의 강도는 약했다고 한다. 홍 대표 측근 의원은 “지금 친박의 반발은 솔직히 반발하는 척만 하는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했다. 친박계 이완영 의원도 의총 후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더는 보수엔 미래가 없다면서 제2의 창당 정신으로 나가자는 의견이 주류였다”고 전했다.

홍 대표 측 인사는 “울고 싶은데 MB가 대신 뺨 맞아준 꼴”이라며 “휴전으로 회항할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MB가 절묘한 타이밍에 정치보복론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도 외곽에서 한국당으로 세를 모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출국 전인 지난 2일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바른정당 소속의 조해진 전 의원을 만나 “나라가 걱정스러운데, 이를 바로잡으려면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던 조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과 만난 뒤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현재 한국당에 입당원서를 낸 상태다.

이 전 대통령은 13일 바레인에 도착한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바레인) 외교사절 및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성장을 이룩한 비결은 교육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었다고 강조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전날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었다.

최민우·백민경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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