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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월급쟁이 퇴직금은 먼저 보는 게 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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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 [중앙포토]

목돈. [중앙포토]

“여보! 평생 돈, 돈하며 살았는데 이번에 목돈 한번 만져봅시다!” 마누라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렇게 주장한다. “아버님, 사업 자금 조금만 보태주시면 매달 통장에 생활비 넉넉하게 넣어 드릴게요.” 아들과 며느리도 갑자기 머리를 조아린다.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17) #기본생계비 보장하는 연금, 법의 보호받아 #공무원연금 27년 받으면 일시금보다 4배

퇴직이 다가오니 모두가 내 퇴직금에 눈독을 들인다. “바우 선배님. 처자식들의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요?”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 돼 연금수급 요건을 갖춰도 일시금을 선택할 수 없다. 무조건 연금을 받아야 한다. 공적연금은 일시금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연금제도의 취지로 볼 때도 그것이 맞다. 국민연금에서 반환일시금을 받는 경우는 60세 도달, 사망, 국적상실, 국외이주 등으로 보험료를 더 낼 수 없는 상황인데 가입 기간은 10년이 안 될 때 뿐이다.

반면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연금수급 요건을 갖춘 경우 연금 대신 일시금을 선택할 수 있다. 연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1970년 공무원연금에서 도입한 것인데 여전히 존속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주=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주=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직역연금의 연금수급 재직기간 요건은 원래 20년 이상이었으나 공무원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2016년부터 10년 이상으로 완화했다. 개정 전인 2015년 이전에 퇴직한 사람은 종전대로 20년 이상 재직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군인연금은 여전히 20년 이상 복무해야 연금수급권이 생긴다.

일시금보다 8년 수령 연금이 더 많아 

퇴직 급여를 일시금으로 받아야 할까, 연금으로 받아야 할까? 일반적으로 퇴직급여는 일시금이 아닌 연금을 선택하는 것이 노후를 위해 좋다. 물론 생존 기대 기간에 따라 일시금이 유리할 수도 있다. 연금인상률과 이자율 가정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7, 8년 정도 연금을 받으면 일시금과 연금 수령액이 비슷해진다.

2014년 생명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남자 78.99세, 여자 85.48세로 평균 82.4세다. 60세의 기대여명은 남자 22.39세, 여자 27.35세로 평균 25.14세다. 남성의 경우 기대여명이 좀 짧지만,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 기대여명은 여자 기대여명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래서 60세에 퇴직해서 평균 27년 정도 연금을 받는다고 보면 일시금보다 연금이 4배 가까이 많다. 평균적으로 산다면 연금이 일시금보다 훨씬 유리하고 조금 덜 살더라도 연금이 유리하다.

노후자금. [중앙포토]

노후자금. [중앙포토]

간혹 퇴직 즈음 금전적 어려움이 있어 일시금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연금은 노후를 살아가는 기본 생계비이기 때문에 일시금으로 찾아 쓰지 말아야 한다. 빚보증 등으로 연금을 압류 당할 것을 우려해 일시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연금을 받을 권리는 압류할 수 없도록 법이 보호하고 있다. 연금이 통장에 입금된 후에도 기본생계비 정도의 연금은 압류할 수 없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더라도 무엇보다 여생을 돈 걱정 없이 살아가려면 죽을 때까지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연금을 선택해야 한다. 일시금을 사업 밑천 삼아 한탕 하려는 것은 무모하다.

일시금은 오래 보관할 수 없다. 월급쟁이의 퇴직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고 하지 않던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학교 동창이 나타나 취직이나 사업을 미끼로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다.

월급쟁이의 퇴직금은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임자. [중앙포토]

월급쟁이의 퇴직금은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임자. [중앙포토]

부모 돈 냄새를 맡은 자식들은 반강제로 뺏아 가기도 한다. 목돈 가져갈 때는 연금처럼 부모님 통장에 매달 꼬박꼬박 원금과 이자를 입금해드리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하지만 그걸 지키는 자식은 없다고 한다. 돈 내놓으랄까 봐 두려워 발걸음까지 끊어버린다. 오히려 연금을 타서 매달 조금씩 손자 학비나 며느리 용돈으로 보태 주면 돈 받는 맛에 계속 찾아올 것 아닌가.

당연할 것 같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초저금리 시대인 지금도 연금을 선택할 수 있는 퇴직공무원의 5% 정도가 여전히 일시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 개혁해도 수령액 안 줄어 

연금을 선택하는 사람도 걱정이 크다. 수시로 연금을 개혁해 미래의 연금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개혁을 하더라도 소급해서 연금 지급률을 줄이는 경우는 없고 향후 지급될 연금의 인상 폭을 조정하는 정도에 그친다.

연금은 한번 선택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중앙포토]

연금은 한번 선택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중앙포토]

연금은 한번 선택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1990년대 후반 IMF 위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시금을 선택했다. 금리가 한창 치솟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도 자신에게 맡기면 원금은 그대로 두고 연금만큼 이자를 주겠다고 일시금 선택을 부추겼다. 게다가 공무원연금의 재정문제가 불거져 연금개혁이 논의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퇴직공무원이 연금 대신에 일시금을 선택했다.

몇 년 지나 금리는 안정됐고 이자 수입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뒤이어 2000년 연금개혁이 있었지만, 연금액의 급격한 변화도 없었다. 일시금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연금공단에 찾아와 이자 붙여 반납할 테니 부디 연금으로 바꿔 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퇴직금은 일시금이 아닌 연금을 선택해야 한다. 연금공단에서 일시불로 줄 돈이 없어서 연금으로 나눠 받으라는 게 아니다. 순간의 선택이 노년을 좌우한다. 노년이 몇 년이 될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예술도 길고 인생도 길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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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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