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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혼자도 서러운데…부인 없는 혼밥남, '이 병' 위험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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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단독] 혼밥녀는 괜찮은데 혼밥남은 비만…부인 없으면 대사증후군 위험 3배로

혼밥하는 남성은 복부 비만, 혈압 상승 등의 위험이 더 높아졌다. [중앙포토]

혼밥하는 남성은 복부 비만, 혈압 상승 등의 위험이 더 높아졌다. [중앙포토]

부산에서 원룸에 혼자 사는 회사원 김모(32)씨는 퇴근할 때 거의 매일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샌드위치·도시락 등을 사 먹는다. 이게 물리면 ‘치맥(치킨+맥주)’이나 분식을 시킨다. 그는 “일에 지쳐 요리하기 싫고 약속을 만드는 것도 귀찮다. 혼자서 간단하게 사 먹는 게 비용과 노력이 덜 든다”고 말했다.

여성, 요리도 하고 몸무게에 관심 #남성은 편의점·패스트푸드에 의존

  김씨처럼 혼자 식사(혼밥)하는 남성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동국대 일산병원 스마트헬스케어센터·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공동연구팀은 10일 2013~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남녀 7725명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혼밥하는 남성은 상대적으로 치킨, 햄버거 등 고칼로리 저영양식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혼밥하는 남성은 상대적으로 치킨, 햄버거 등 고칼로리 저영양식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중앙포토]

  이번 조사에서 하루에 두 끼 이상 혼밥을 하는 남성은 비혼밥족에 비해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64%, 복부 비만은 45%, 혈압 상승은 31% 높았다. 대사증후군은 고혈당·고혈압·고지혈증·비만 등이 함께 생기는 병이다. 이는 혼밥남이 상대적으로 편의점 음식·패스트푸드 등 고칼로리 저영양식에 더 노출돼 있고, 결식·과음·흡연과 같은 건강 유해 행위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혼밥과 결식의 상관관계도 뚜렷하다. 혼밥을 하지 않는 남성의 88.9%가 하루 세 끼를 다 챙겨 먹는다. 반면 혼밥 남성의 60%정도만 세 끼를 먹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혼밥이 여성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숙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몸무게에 관심이 많아 샐러드 같은 저칼로리 식단을 고르거나 혼밥을 먹더라도 직접 요리해 먹는 비율이 높다”면서 “젊은 남성은 밖에서 패스트푸드를 사 먹고 나이 든 남성은 집에서 배달 음식, 간편식으로 때운다. 남성이 흡연·음주를 많이 하는 것도 비만이나 만성질환을 유발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같은 혼밥 남성이라도 배우자가 없으면 대사증후군 위험이 더 높게 나왔다. 배우자가 없는 남성이 하루 두 끼 이상 혼밥할 경우 비혼밥족에 비해 대사증후군 위험이 3배로 뛰었다.

한 남성 직장인이 편의점에 마련된 1인 좌석에서 혼밥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남성 직장인이 편의점에 마련된 1인 좌석에서 혼밥하고 있다. [중앙포토]

  결혼 3년차인 정모(29)씨는 먼저 퇴근해 혼밥을 먹더라도 배달밥 대신 집밥을 먹는다. 정씨는 “아내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라고 잔소리해서 편의점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젊을 때 편의점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로 혼밥하면 10~20년 후에는 건강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마트·편의점 간편식이 영양소를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혼밥족이 함께 식사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선택하도록 영양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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