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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젓가락의 날'에 가본 국내 첫 젓가락연구소

중앙일보

입력

이종국 작가의 분디나무 젓가락. [사진 젓가락연구소]

이종국 작가의 분디나무 젓가락. [사진 젓가락연구소]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한 제과 업체가 막대 모양의 과자를 데이마케팅(Day Marketing·기념일을 타깃으로 하는 판매기법)에 활용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이날 전후로 전국의 상점 앞은 막대 과자를 사려는 학생들과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11이란 숫자가 크게 썰어놓은 가래떡과 비슷해 ‘가래떡 데이’라고도 불린다.

젓가락 문화 상품·교재 개발, 해외 전시회 준비…젓가락페스티벌에 3000여점 전시 #청주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젓가락의 날 선포 계기로 젓가락 문화콘텐트화 사업 #옻칠 젓가락, 분디나무 젓가락 등 창작물 쏟아져…젓가락 공방·협동조합 생겨 #동아시아 3국 공통 문화 젓가락 세계화 전초기지 역할 기대

다소 생소하지만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정한 지역이 있다. 젓가락을 주제로 젓가락 전시회와 학술대회, 젓가락 경연대회을 열고 있는 충북 청주시 얘기다. 전국 공예가들이 만든 수백여 점의 젓가락을 선 보이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빨리 옮기는 이색 대회도 한다.

충북 청주시에서 개최된 2017 젓가락 페스티벌에 전시된 젓가락.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청주시에서 개최된 2017 젓가락 페스티벌에 전시된 젓가락. 프리랜서 김성태

젓가락 페스티벌에 가면 어른 키 만한 젓가락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젓가락 페스티벌에 가면 어른 키 만한 젓가락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청주시가 젓가락과 인연을 맺은 건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에 선정되면서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은 한·중·일 3개국이 매년 1개 도시를 선정해 연간 문화교류를 진행하는 것이다. 당시 명예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의 제안으로 숫자 ‘1’이 4번 겹치는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선포했다.

이 전 장관은 “젓가락에는 짝의 문화, 정(情)의 문화, 나눔과 배려의 문화, 생명교육과 스토리텔링 콘텐트가 함축돼 있다”며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경쟁해 온 한·중·일 3국이 젓가락으로 하나 되고 한국인만의 창의성으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해부터 청주시는 옛 연초제조창 일원에서 젓가락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3번째 행사가 열린다.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2층에 자리잡은 젓가락연구소. [사진 젓가락연구소]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2층에 자리잡은 젓가락연구소. [사진 젓가락연구소]

‘2017 젓가락페스티벌’은 청주시가 국내 최초로 설립한 젓가락 연구소가 주도한다.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2층에 가면 젓가락 공방 옆에 각종 젓가락을 전시한 공간에 연구소가 있다. 김호일 소장을 비롯해 책임연구원과 상주 직원 3명이 일하고 있다. 객원연구원으로 전문가 25명을 위촉했다.

이 연구소는 동아시아 젓가락 문화를 조사·연구하고 출판과 공연, 문화상품 등의 다양한 콘텐트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조직위원회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해 온 젓가락페스티벌은 젓가락연구소의 주요 업무가 됐다.

젓가락 페스티벌에 전시된 일본 젓가락은 끝이 뾰족한 게 특징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젓가락 페스티벌에 전시된 일본 젓가락은 끝이 뾰족한 게 특징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젓가락 페스티벌에 전시된 중국 젓가락. 프리랜서 김성태

젓가락 페스티벌에 전시된 중국 젓가락. 프리랜서 김성태

젓가락은 중국 은나라 시대의 갑골문자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도구다.
변광섭 젓가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젓가락을 단순히 도구로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역사와 함께 해 온 문화로써의 가치를 부여하고자 연구소를 설립했다. 젓가락에 담긴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새로운 상품 개발, 젓가락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국제 전시회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젓가락 연구소는 오는 12월 밥상머리 교육교재를 발간할 예정이다. 젓가락의 역사와 두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 젓가락질을 하는 방법과 식사 예절 등을 그림으로 설명한 교육 서적이다.

젓가락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젓가락 신동 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옮기고 있다. [사진 젓가락연구소]

젓가락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젓가락 신동 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옮기고 있다. [사진 젓가락연구소]

변 연구원은 “미래학자 엘빈토플러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지배한다고 말했다”며 “젓가락을 사용하면 손가락에 있는 30여개의 관절과 70여개의 근육이 움직이며 두뇌 활동을 도와준다. 한국이 골프와 양궁, 사격 강국이 되고 반도체, 줄기세포, 복제기술 등 미세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젓가락 사용이 밑바탕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젓가락 특별전도 기획 중이다. 지난 4월 태국 방콕의 한국문화원 전시관에서 한차례 젓가락 특별전을 열어 호응을 얻었다. 당시 일본·영국·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태국주재 문화원 관계자와 태국 현지인 등 300여명이 몰려 한국 젓가락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청주 지역 작가들이 개발한 옻칠 수저, 분디나무(산초나무) 젓가락, 유기·금속 수저, 공예 수저집 등 젓가락 관련 제품과 유물을 전시했다.

청주의 대표 공연단체인 울림이 젓가락 장단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젓가락연구소]

청주의 대표 공연단체인 울림이 젓가락 장단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젓가락연구소]

올해 젓가락 페스티벌은 10일부터 오는 19일까지 10일간 열린다. 국내외 수저작가와 설치미술작가 50여명의 작품 500점 이상이 소개된다. 예술작품과 유물, 문화상품을 더하면 특별전 전시되는 젓가락 작품은 3000여 점에 달한다.

충북무형문화재인 김성호 작가가 99번의 옻칠과 100번째 마감하는 기법을 적용한 옻칠나전 수저, 청주 문의면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이종국 작가의 분디나무 젓가락, 규방공예 작가인 이소라 작가의 조각보 수저집 등을 볼 수 있다. 11일 11시부터는 젓가락의 날 행사로 한·중·일 3국의 합동공연과 젓가락 경연대회가 열린다.

김호일 소장은 “젓가락 장인들의 다양한 창작 활동 지원뿐 아니라 젓가락 협동조합, 젓가락 공방 등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며 “자신만의 젓가락을 직접 만들어 쓰는 내 젓가락 갖기 운동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젓가락 페스티벌에 전시관에 있는 벡제 무령왕릉 동제 수저. 프리랜서 김성태

젓가락 페스티벌에 전시관에 있는 벡제 무령왕릉 동제 수저. 프리랜서 김성태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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