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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낀 모델'…갤노트8·아이폰8 이유있는 부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의 부진'.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돌하며 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했던 아이폰8과 갤럭시노트8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성능에 비해 비싼 가격이나 불량품 이슈, 아이폰X의 열풍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의 기대작 #아이폰8, 갤럭시노트8 동반 부진 #성능 앞세운 아이폰X 열풍 거세고 #구형 모델, 중국 제품엔 가격 밀려

시장조사기관 카낼리스는 3분기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모델 5위권에 아이폰8과 갤럭시노트8이 모두 빠진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1위는 1300만대가 팔린 아이폰7이, 2위는 790만대가 출하된 아이폰6S가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중저가 모델인 J2프라임(780만대)과 오포의 A57(780만대), R11(720만대) 모델이 뒤를 이었다.

아이폰8이 9월에 출시됐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좋은 성적은 아니다. 카낼리스는 보고서에서 “이전 모델인 아이폰7은 첫 분기에 1400만대를 판매한 것과 달리 아이폰8과 아이폰8 플러스는 출시 첫 분기에 모두 합쳐 1180만대를 파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3분기 5대 스마트폰 모델. [사진 카낼리스 홈페이지]

3분기 5대 스마트폰 모델. [사진 카낼리스 홈페이지]

애플의 신제품이 발표된 3분기에 구형 모델인 아이폰7과 아이폰6S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이유는 가격 할인 때문이다. 카낼리스는 중저가 모델이 없는 애플로선 구형 모델에 대한 가격 할인이 일종의 포트폴리오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아이폰X까지 런칭하게 되면 아이폰은 가격대가 다른 5개의 모델을 확보하는 셈”이라며 “(다른 업체의 중저가 모델에 맞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 아이폰8이 ‘낀 모델’이 됐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비싸더라도 곧 출시될 아이폰X을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큰 폭의 할인을 받고 아이폰7을 구매한다. 국내 시장의 아이폰8 판매량 역시 전작 아이폰7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이동통신 업계의 추산이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이폰X은 올레드(OLEDㆍ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과 3D 안면 센싱 카메라를 탑재하는 등 성능이 큰 폭으로 개선돼 대기 수요가 많다”며 “아이폰8은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기능이 많지 않은 데다,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까지 지적돼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5대 스마트폰 업체 [사진 카낼리스 홈페이지]

3분기 5대 스마트폰 업체 [사진 카낼리스 홈페이지]

이달 초 1차 출시국에서 풀린 아이폰X에 대한 시장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아이폰X을 앞세운 애플이 4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거라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 측은 “4분기 애플 아이폰 출하량은 8100만대로, 그 중 아이폰X이 33%를 차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4분기 출하량은 3분기보다 5%가량 줄어든 7700만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반기에 두 개의 신제품을 발표한 애플의 기세에 눌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위상을 좀처럼 키우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연말까지 세계 시장에서 갤럭시S8은 4500만대, 갤럭시노트8은 1000만대 정도의 판매량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본다. 예년 S시리즈나 노트시리즈가 올렸던 실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전작 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건을 고려하면 오히려 "선방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치열해지는 시장의 경쟁 구도를 고려하면 플래그십 모델이 좀 더 공격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지적이다. 특히 화웨이와 오포·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모델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해오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역시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과의 간극을 좁혀야 할 때라는 얘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3, 4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프리미엄 모델의 시장 점유율을 확 끌어올리지 않고선 멀어지는 애플, 쫓아오는 중국 업체 때문에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폰X이 인공지능 연산을 위한 전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할 정도로 성능이 강력해진 만큼 삼성전자도 차기작인 갤럭시S9의 부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은 24일 국내에 풀리는 아이폰X이 역대 최고 수준의 출고가에도 세계 시장의 열풍을 재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아이폰X의 국내 출고가는 64GB 142만원, 256GB 163만원으로 책정됐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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