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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vs '법 개정부터'...KBS 고대영 사장 사퇴 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대영 KBS 사장이 26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위)에서 열린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대영 KBS 사장이 26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위)에서 열린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 고대영 사장의 사퇴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고대영 사장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방송법을 개정하면 물러나겠다고 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 고대영 사장은 “KBS 사장이 정치적 격동기가 있을 때마다 비정상적 방법으로 임기를 그만두는 것은 제 선에서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국회가 방송법 개정해서 제도와 법을 바꾸면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고대영 KBS 사장은 지난 8일 노조 집행부와의 간담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KBS 1노조는 9일 밤 12시부터 파업을 잠정 중단했지만 본부노조는 1노조의 파업 철회를 경영진과의 ‘야합’으로 규정하고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 의원은 “겉으로는 비정상의 고리를 끊겠다고 했지만 속내는 방송법이 개정될 때까지 시간 끌겠다는 것 아니냐”며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 사장은 “제가 꼼수 쓰면서 세상 살아오지 않았다”고 발끈했고 김 의원은 “국정원으로부터 200만원 받았다는 사실이 국정원에 의해 폭로된 것에 대해 고 사장은 KBS 명의로 맞고소에 나섰다”며 “이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인데 결국 회사를 두 번 죽이는 일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발의했다. KBS와 MBC 이사진 과반 찬성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으로 사장(이사장)을 뽑도록 선출 방식을 바꾸는 것이 골자다. KBS의 경우 현재 여당 7명, 야당 4명이 추천한 이사진이 과반으로 사장을 뽑으면 여당 추천인사가 사장에 임명될 수밖에 없다. 이를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바꿀 경우 최소 8명이 동의해야 해 야당 추천 인사 1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사장을 선임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반대해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신 의원은 “방송법 개정이 파국을 연장하는 빌미가 되거나 자리 보존의 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200만원 국정원 수수 건이 나오는 것 자체가 KBS 위상을 훼손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지난해 의원 162명이 찬성해서 개정안을 발의했다. 빨리 법안이 통과돼서 방송을 국민에 돌려줘야 한다”고도 했다.

고대영 KBS 사장이 26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위)에서 열린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한 기자로부터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대영 KBS 사장이 26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위)에서 열린 KBS, E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한 기자로부터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정연주 KBS 사장 시절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고 공세를 폈다. 김정재 의원은 KBS 주인식 PD의 인터뷰 영상을 국감 도중 공개했다. 주 PD는 영상에서 “2004년 정연주 사장의 국가관과 능력이 KBS 사장에 어울리지 않다는 글을 올렸고 그러자 편성본부장이 불러 ‘널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했고 실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블랙리스트가 박근혜 정부 때만 있었던 게 아니다. 과거 정부에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KBS 노조원들이 국감장에 출석한 고대영 사장을 향해 질문을 던져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신상진 과방위원장은 "국회법 165조에 회의 방해 금지 조항이 명시돼 있다"며 "사실 파악을 해서 위법 사실 있을 때 법적 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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