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다 거짓말이다! " " 배신자 홍준표는 나가라"
10일 대구를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욕 세례'를 받았다.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이후 홍 대표의 TK(대구·경북) 방문은 처음이다.
이날 오후 홍 대표는 대구 북구 엑스코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홍 대표가 단상에 등장하자 객석은 술렁거렸다. 큰소리로 호통을 치는 이도 있었고, 팔짱을 낀 채 노려보는 관객도 있었다. 아예 짐을 들고 퇴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그러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써준 원고가 있는데, 그보다 제가 드릴 말씀을 별도로 드리기로 했다"며 들고 있던 종이를 접었다.
그리고는 "저는 5.16혁명 때 국민학교 1학년을 다녔다. 혁명공약을 잘 외운다고 동네 어른들이 칭찬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6장까지 외웠다. 72년에 10월 유신이 선포될 때 대학을 다녔다. 저의 젊은 시절 기억은 온통 박정희밖에 없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단과 결기, 추진력을 존경한다"고도 했다.
여전히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홍 대표는 "출당한 것에 대해서 성난 분이 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고는 "국정농단과 자유한국당을 묶어 적폐세력으로 몬다. 저들의 속셈이 뻔한데 어떻게 우리가 그 속셈을 알면서 따라갈 수가 있겠냐"며 자신의 결정을 해명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다음주부터 자유한국당 당사에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조국 근대 아버지 박정희,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전 대통령, 그 3분의 사진을 걸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대표는 15분간의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빠르게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대구 엑스코 앞에서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홍 대표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렸다. 태극기를 든 20여 명의 참여자가 발언을 이어가며 홍 대표의 결정에 항의했다.
앞서 이날 오전 홍 대표는 대구 수성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 21 토론회'에 참석해 "과거(박근혜 전 대통령)와는 단절해야 한다"면서도 "자유한국당을 다시 한번 밀어주시길 바란다. 지역 주민들의 뜻에 반하지 않게 잘하겠다"고 호소했다.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사과하라는 것은 굴복하라는 것인데 그것은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와 한판 붙겠다"고 했다. 또한 고(故) 변창훈 검사의 투신 사망 사건을 거론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면 (이 정권을) 자살 정권이라고 한다. 공수처라도 만들어 정권의 개 노릇을 하는 검찰을 견제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했다"고 언급했다.
친박 청산과 관련해선 "신보수주의라는 가치를 세우고 보수 혁신을 가로막는 구태 세력을 당당하게 정리하겠다"며 "친박은 이익집단이고, 박 전 대통령은 출당됐다. 잔박(잔류친박)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구=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