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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지리산 산골에 퍼진 ‘예술의 향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구례 예술인마을의 ‘아뜰리에 뷰 ’를 찾은 학생들이 임금희 대표에게 현대미술을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구례 예술인마을의 ‘아뜰리에 뷰 ’를 찾은 학생들이 임금희 대표에게 현대미술을 배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8일 전남 구례군 광의면 ‘구례 예술인마을’. 이탈리아에서 온 테너 마르코 비안키(74)의 오페라 공연과 국악인 조선하(35)씨의 판소리를 지켜보던 관객들이 연신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예술인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매주 토요일에 여는 ‘토요 오픈 스튜디오’의 개장 2년을 기념한 공연이었다.

‘구례 예술인마을’ 힐링 명소로 각광 #2008년부터 예술 테마로 마을 조성 #토요일엔 예술 체험‘오픈 스튜디오’ #‘갤러리펜션’은 탐방객에 쉼터 역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

마을에 입주한 예술인 가족과 인근 주민들, 관광객 등이 함께한 이날 음악회는 참가자 모두가 어우러져 춤을 추는 축제로 막을 내렸다. 등산객 임선정(56·부산시)씨는 “둘레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을을 찾았는데 볼거리도 많고 수준도 높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구례의 예술인마을이 예술과 자연을 테마로 한 힐링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부터 서울과 경기 등 전국의 예술인들이 모여 터를 잡은 테마 마을에는 현재 30가구가 입주해 있다.

산 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건물들에서는 서양화가들과 동양화가·도예가·조각가 등이 작품 활동을 한다. 원래 지리산 자락에 있는 8만5950㎡의 마을이 거대한 예술 체험장이자 작품 전시관으로 거듭난 것이다. 마을 인근에는 화엄사와 수목원 등 지리산 주변의 문화·관광자원도 많다.

2012년 4월 개촌한 마을을 널리 알린 것은 ‘토요 오픈 스튜디오’. 마을을 찾은 탐방객들이 입주 예술가와 함께 다양한 예술 활동을 체험하거나 공유하는 이벤트다. 현재는 도자기·회화·인형·판화 등 작업실 7곳이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문객을 맞는다.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한갤러리’에서 서양화가인 손한희 대표가 아들 김준기씨와 그림을 그리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한갤러리’에서 서양화가인 손한희 대표가 아들 김준기씨와 그림을 그리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오픈 스튜디오’는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한 갤러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갤러리 레스토랑과 카페가 연중 365일 문을 연다. 서양화가인 손한희(60·여) 대표의 작업실을 겸한 카페 한쪽에는 도자기와 수공예아트를 파는 아트숍도 꾸며져 있다.

‘깨어나다 인형박물관’은 문화인류학자인 김춘동(65) 전 교수가 세계 각국의 인형들로 전시관을 꾸몄다. 김 전 교수는 자신이 직접 구운 피자를 탐방객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아뜰리에 뷰(View)’에서는 추상화와 수채화·야생화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탐방객들과 구례 지역 학생들이 화가인 임금희(59·여) 대표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다양한 현대미술을 배워간다.

국악인 조선하씨가 이탈리아 가수들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소리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악인 조선하씨가 이탈리아 가수들과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소리 공연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도예 공방인 ‘화수분’에서는 도예가인 최범창(51)씨의 작품들을 관람한 뒤 직접 도자기를 빚어볼 수 있다. 탐방객들이 빚은 자기는 유약을 입혀 구운 뒤 가정으로 배달을 해준다. ‘판공방’은 다양한 판화작품과 소품들을 체험·판매하는 곳이다. 대표인 김경희(46·여)씨와 함께 천연염색에 기존 판화를 접목한 규방공예와 머리핀·팔찌 만들기를 할 수 있다.

‘갤러리 풀(Full)’은 옻공예 작가인 김나래(29·여)씨의 옻칠작품을 전시해놓은 곳이다. 도자기와 금속을 결합해 다양한 색감이 돋보이게 한 옻공예 작품들이 있다. 마을 중간에 자리한 ‘굿데이 갤러리펜션’은 마을을 찾은 탐방객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서정수(68) 대표와 화가인 부인 손영숙(58·여)씨가 마을 방문객들을 위한 갤러리형 숙박시설을 운영한다.

이 마을의 토요 오픈 스튜디오가 빠른 속도로 정착한 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관광두레’ 사업의 역할도 컸다. ‘구례 관광두레’는 오픈 스튜디오에 대한 창업 멘토링과 기념품 제작 등을 지원해왔다. 신연숙(48·여) 구례 관광두레 PD는 “2015년부터 입주 예술인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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