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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캠만 있으면 월 1억, 1인 방송에 연예인·여고생도 기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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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고생 신입 BJ"라고 밝힌 한 여성 진행자가 지난달 21일 1인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 ‘아프리카TV’ 영상 캡처]

"여고생 신입 BJ"라고 밝힌 한 여성 진행자가 지난달 21일 1인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 ‘아프리카TV’ 영상 캡처]

지난달 21일, 한 여성 방송진행자(BJ)가 인터넷 1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시청자들과 채팅하며 춤을 췄다. 그는 자신을 “고2 신입 BJ”라고 소개했고, 이를 보던 사람들은 “허벅지가 너무 얇다!” “가슴 크기는 D컵 정도 되나요?” 같은 글을 채팅창에 남겼다. 그는 9일 현재 아프리카TV 신인 BJ 순위 8위에 올라 있다. 즐겨찾기로 등록한 시청자는 1만3300명이다.

시청자 수 많을수록 수익 올라가 #막말, 선정적 화면 경쟁 치달아 #“정부 규제는 역효과, 업체가 나서야”

웹캠과 마이크만 있으면 가능한 1인 방송이 인기를 끌다 보니 연예인도 BJ로 등장했다. 배우 강은비(31)씨는 지난달 27일부터 아프리카TV에서 1인 방송을 시작했다. 연예인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몰렸고, 강씨는 현재 아프리카TV 신인 BJ 순위 1위에 올랐다. 누적 시청자 수는 250만 명이다.

배우 강은비씨는 지난달 27일부터 게임을 하고 노래를 하는 등의 1인 방송을 시작했다. [사진 아프리카TV 영상 캡처]

배우 강은비씨는 지난달 27일부터 게임을 하고 노래를 하는 등의 1인 방송을 시작했다. [사진 아프리카TV 영상 캡처]

기타 연주, 주식 방송, 정치 평론, 먹방(음식을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것) 등 1인 방송은 외형상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외모가 출중하거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는 여성 BJ에게 몰려든다.

인기 BJ들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면서 시청료 개념으로 내는 돈으로 주로 수입을 얻는다. 아프리카TV의 시청자들은 일종의 시청료인 ‘별풍선’을 BJ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1개에 110원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BJ에게 많게는 한 번에 수천 개씩 선물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BJ들은 아프리카TV가 정한 등급에 따라 자신이 받은 별풍선의 60~80%를 수입으로 얻는다. 일부 BJ들은 화면에 배너 광고를 달아 광고 수익도 올린다.

최근 한 인터넷에선 ‘2017년 아프리카TV BJ 상반기 매출 순위’가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이 시청자들이 낸 별풍선을 자체적으로 집계해 수익을 추측해 본 것인데, 1위인 BJ는 올해 1~6월 동안 5억5000만원, 2위는 4억5000만원을 번 것으로 예상했다. 아프리카TV 측은 “BJ들의 수입은 개인정보라 공개가 불가능하다. 표의 수치가 맞는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선정적인 내용과 막말 방송이 자주 등장한다. 이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나온다. 일부 여성 BJ들은 몸매를 훤히 드러낸 옷을 입고 “원하는 거 다 해드려요” 등의 제목을 달아 방송을 진행한다. 일부 남성 BJ들은 길에서 처음 만난 여성들에게 자극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영상을 몰래 찍어 내보내기도 한다.

지난달 열린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인 방송에 하루에 수천만원을 내는 시청자도 있다는데 너무 많은 금액 아니냐”는 질문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일차적으로 자율규제를 권고하고, 문제가 있으면 (금액) 상한선을 정하는 규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는 국정감사 때 1인 방송의 선정성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표현의 자유 때문에 한계는 있지만 (회사가) 나름대로 모니터링하고 주의·경고·이용정지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인터넷 방송이 우선 자체적인 자율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기도 하다. 강한 정부 규제는 관련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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