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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제약 공장 구경하고 맥주 맛 보고 … 공장서 놀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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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팩토리 투어 성지 │ 충북 음성

오뚜기 카레, 볼빅 골프공,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의 공통점은? 답은 한국, 그중에서도 충북 음성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중부·중부내륙·동서고속도로가 관통하는 교통 요충지 음성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굴뚝 도시로 면적 500㎢에 공장 2155개가 가동 중이다. 이 지역은 공장 자체를 여행 콘텐트로 내세워 관광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음성군은 공장을 견학하는 ‘팩토리 투어’ 코스를 정비하고 12월 중 일반 여행객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11월 첫주 팩토리 투어를 체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상용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흥미로웠다.

굴뚝 도시에서 관광지로 변신 #공장 견학 프로그램 코스 정비 #12월 일반 여행객 대상 공개

비밀스러운 약 공장 문이 열리다

일반 관람객이 작업 과정을 지켜보게끔 설계된 제약회사 한독의 공장. [양보라 기자]

일반 관람객이 작업 과정을 지켜보게끔 설계된 제약회사 한독의 공장. [양보라 기자]

제약회사 한독의 음성공장을 팩토리 투어의 첫 목적지로 삼았다. 한독은 1954년 창업해 95년부터 음성공장에서 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소화제 ‘훼스탈’, 붙였다 떼는 파스 ‘케토톱’이 한독의 효자 상품이다. 홍보실 이빈나 직원의 안내로 케토톱 생산 설비 시설을 먼저 찾았다. 건물 2층에 올라가니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1층 공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발 아래 거대한 기계와 그 사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이 뉴스의 한 장면 같았다. “2017년 개장한 공장인데, 설계할 때부터 견학 프로그램 동선을 염두에 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커다란 로봇 팔이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움직이면서 살구색 천에 약품을 발랐다. 끈적끈적한 천 뒤에 투명 필름도 붙였다. 알맞은 크기로 재단된 파스는 공장 레일을 따라 움직였다. 약국에서 볼 수 있던 파스가 내 손에 놓이기까지 여정을 단숨에 구경했다. 알약 공장은 보다 오밀조밀했다. 30㎡의 작은 방이 칸칸이 분리돼 있었다. 약 반죽을 건조하고, 압축해 찍어내고(타정), 당의정을 코팅하는 방을 차례로 지나쳤다.

의약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는 한독의약박물관. [양보라 기자]

의약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는 한독의약박물관. [양보라 기자]

공장 한편에 마련된 한독의약박물관도 인상적이다. 64년 개관한 박물관은 『동의보감』 등 의약서와 고려왕실에서 쓰던 환약보관함 등 보물 6점을 비롯해 2만여 점의 의약학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30분, 오후 2시30분 두 차례 박물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12월 한독 음성공장 내 음성 팩토리 투어 센터가 문을 열면 일반 여행객도 박물관 투어뿐만 아니라 생산 설비 시설 참관이 가능하다. 입장은 무료.

시큼털털한 수제 맥주 맛볼까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에서는 수제 맥주와 소시지 안주를 맛볼 수 있다. [양보라 기자]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에서는 수제 맥주와 소시지 안주를 맛볼 수 있다. [양보라 기자]

음성에 도착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무채색 공장들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남다른 피사체가 있다. 2014년부터 원남면에 자리한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KCB)’ 공장이다. 빨간 벽돌로 쌓아 올렸고 뾰족한 지붕이 달린 게 언뜻 카페처럼 보였다. KCB는 수제맥주 양조장으로, 대낮에 해변에서 마시는 맥주를 콘셉트로 만든 해운대맥주가 대표작이다.

KCB도 음성군이 기획하는 팩토리 투어 목적지 중 한 곳으로 일반 여행객에게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KCB 양조자 임지형씨를 따라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양조장 내부는 큼큼한 냄새가 진동했다. 외갓집에서 식혜를 빚을 때 맡았던 향과 비슷했다.

“싹을 틔운 보리와 밀을 맥아라고 해요. 맥주를 만들려면 맥아를 걸쭉하게 반죽해 효모로 발효시키는데 식혜를 만드는 과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맥주에는 담쟁이과 식물인 홉을 추가로 넣어 특유의 향과 쓴맛이 배어 나오게 합니다.”

임씨는 “맥아와 홉은 독일·네덜란드에서 수입해 쓰고 있지만 한국인 양조자의 ‘손맛’, 음성의 ‘물맛’이 밴 한국적인 맥주를 만들자는 게 KCB의 목표”라고 말했다. 음성에서 생산한 생강·귤껍질 등을 맥주 원재료로 활용하고, 맥주 찌꺼기는 주변 한우 농장에 가축 먹이로 무상 제공하는 등 지역 농가와의 상생도 도모하고 있단다. 맥주의 생산 과정을 보고 듣는 견학 프로그램은 30분쯤 진행된다.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시음. 숙성 탱크에서 갓 뽑은 생맥주를 쭉 들이켰다. 상큼한 향이 감도는 쌉쌀한 맥주가 시원하게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맥주 애호가라면 반하지 않고는 못 배길 공장 투어였다. KCB 견학 및 시음 프로그램 1인 2만원부터.

음성=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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