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조원 선물 챙긴 트럼프 "중국 무역 불공정 비난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2017.11.09 22:49

업데이트 2017.11.10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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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중 확대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중 확대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중국과 미국이 9일 2535억 달러(약 283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올 한 해 한국 예산 401조원의 71%에 이르는 거액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날 황제 투어에 이어 화끈한 선물을 선사한 것이다.
이날 정오 베이징 인민대회당 2층 동대청에서 미·중 기업가 대화 폐막식을 겸해 열린 체결식에는 미·중 양국 15개 정부·기업 대표가 참석해 15개 항목의 협정을 체결했다. 2시간30여 분에 걸친 회담을 마치고 참석한 양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370억 달러(41조원) 규모의 보잉 여객기 300대 구매 계약을 비롯해 120억 달러(13조3000억원) 상당의 퀄컴사 부품을 샤오미·오포 등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가 구매하는 계약 등이 체결됐다.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단상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 미소를 띠며 서명 장면을 흡족한 듯 바라봤다.
이어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무역관계를 바꾸겠다”고 한 뒤 “그러나(but)”를 세 번 연달아 말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을 이용한다고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며 “커다란 신뢰를 주겠다”고 덧붙였다.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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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계약을 성사시켜 준 시 주석에 대한 만족감의 표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의 공동 목표와 이익을 토론했다”며 “무역과 상업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무역 관계를 공정하고 상호 호혜 관계에 이르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본다고 탓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전 정부(오바마 정부) 잘못이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중국을 비난하기보다 오히려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는 시 주석을 “무척 특별한 사람”으로 부르며 “하지만 우리는 더 공정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모두에게 엄청난 일”이라고 격찬했다.
중국 해관(세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전년보다 12.2% 늘어난 266억 달러로 올 10월까지 총 2230억 달러에 이른다.

"장사 잘해 이익 본다고 탓하면 되나
무역 불균형은 오바마 정부의 잘못"

한국 예산 70% 달하는 무역협정
보잉기 300대, 퀄컴 부품 판매 계약

지난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 옌치후 APEC 회의장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영접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 옌치후 APEC 회의장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영접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진핑 주석은 연설에서 “올해는 미·중이 상하이 커뮤니케를 발표한 지 45주년”이라며 “45년 동안 미·중 무역 관계는 역사적 발전을 이뤘으며 양국 국민이 이로 인해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 경제의 장기 전망은 밝고, 개혁·개방 정책은 명확하며, 미·중 경제협력 전망은 광활하다”고 강조하며 양국 경제 갈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통상은 상호 인의 도리이며, 상호 이익의 도리(通商者 相仁之道也 兩利之道也)”라는 청말의 사상가 담사동(譚嗣同)의 말을 인용해 무역의 상호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9일 중국 베이징의 반창 초등학교를 찾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왼쪽)와 펑리위안 여사(왼쪽에서 둘째)가 학생들로부터 ‘복(福)’ 자가 쓰인 손글씨 선물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이날 멜라니아 여사는 분홍색 꽃자수가 들어간 롱드레스를, 펑 여사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수수하게 차려입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9일 중국 베이징의 반창 초등학교를 찾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왼쪽)와 펑리위안 여사(왼쪽에서 둘째)가 학생들로부터 ‘복(福)’ 자가 쓰인 손글씨 선물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이날 멜라니아 여사는 분홍색 꽃자수가 들어간 롱드레스를, 펑 여사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수수하게 차려입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우선 정책을 의식한 발언도 했다. 그는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로 1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양국 기업가들의 2500여억 달러 협약 체결은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본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 기간 체결한 양국의 경제합작 규모 2535억 달러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이 상호 협력하는 것이 관계 발전을 위한 바른 선택이며 공통 이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체결된 협정은 식료품과 에너지 개발 등 여러 분야를 망라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JD)닷컴은 향후 3년간 미국산 쇠고기와 식료품 20억 달러(2조2000억원) 수입을 약속했다.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과 중국투자유한공사 등은 미국 알래스카주 정부와 430억 달러(48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개발,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미국 측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이끄는 29명의 경제계 인사에 GE와 반도체 기업 퀄컴 경영진을 포함시켜 120억 달러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요령을 발휘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은 쉽게 해소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회담 후 취재진에게 “5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에 비하면 이번에 얻은 성과는 무척 적다”며 “불균형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요인을 볼 때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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