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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업소와 전쟁하는 자치구들…밀집지에 새 옷 입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먹자골목으로 유명했던 서울 송파구 가락동이 퇴폐 업소 집결지가 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가락동엔 전국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이 있다. 이곳에서 밤을 새워 일하는 남성들이 일을 마치고 새벽이나 아침 노래방을 찾으면서 유흥가가 형성됐다.

송파구 퇴폐업소 '척결TF' 만들고 #도봉구 방학천 유흥업소 모두 사라져 #먹자골목·문화거리 등 새단장

송파구 가락동. 유흥 업소 집결지에 성매매가 범죄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다. [사진 송파구]

송파구 가락동. 유흥 업소 집결지에 성매매가 범죄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다. [사진 송파구]

현재 가락동에는 120여곳의 유흥주점·단란주점·노래방이 있다. 밤이면 업소 간판의 번쩍이는 조명으로 일대가 불야성을 이룬다. 폭·길이 제한 등 간판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폭과 너비 등 규격을 지키지 않은 노려연습장 간판들이 걸려 있던 과거의 모습. [사진 송파구]

폭과 너비 등 규격을 지키지 않은 노려연습장 간판들이 걸려 있던 과거의 모습. [사진 송파구]

불법 대형 간판들이 철거된 현재의 모습. [사진 송파구]

불법 대형 간판들이 철거된 현재의 모습. [사진 송파구]

송파구는 지난 한 달 동안 가락동 일대 퇴폐 업소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843건(불법 주정차 과태료 740여 건, 불법광고물 및 용도 변경 위반 100여 건)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가락동 ‘퇴폐 척결TF’를 구성해 유사 노래방과 유흥업소의 불법 대형 간판 25개를 철거하고 불법 영업장 건물주에는 중과세 규정 안내문을 발송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이 직접 여성 단체와 함께 성매매 반대 거리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송파구는 퇴폐업소가 사라진 자리에 다시 일반 음식점이 들어서 ‘먹자골목’의 옛 명성을 되찾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도봉구는 유흥업소 밀집 지역을 젊은 예술가들의 거리로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해 유흥업소 밀집 지역이던 서울 도봉구 방학천 일대에서 도봉구와 경찰, 시민단체가 합동 단속을 벌였다. 현재는 30곳이 넘던 유흥업소가 모두 자리를 옮기거나 문을 담은 상태다. 유흥업소가 빠진 공간에는 유리공예·가죽공예·판화디자인 등을 하는 예술인들의 공방이 들어섰다.

도봉구 방학천 일대에 퇴폐 업소가 있던 과거의 모습. 방학천 주변 도봉로 300m는 20여 년 동안 도봉구의 대표적 유흥업소 밀집지역이었다. 도봉구청이 유흥업소 근절 캠페인과 단속을 지속한 결과 현재는 업소 31곳이 모두 폐업하거나 이전했다. [사진 도봉구]

도봉구 방학천 일대에 퇴폐 업소가 있던 과거의 모습. 방학천 주변 도봉로 300m는 20여 년 동안 도봉구의 대표적 유흥업소 밀집지역이었다. 도봉구청이 유흥업소 근절 캠페인과 단속을 지속한 결과 현재는 업소 31곳이 모두 폐업하거나 이전했다. [사진 도봉구]

퇴폐 업소가 사라진 자리에 예술가들의 공방이 들어서고 있다. 13곳 중 4곳은 영업을 시작했고 나머지 9곳은 11월에 리모델링을 마친 뒤 문을 열 계획이다. [사진 도봉구]

퇴폐 업소가 사라진 자리에 예술가들의 공방이 들어서고 있다. 13곳 중 4곳은 영업을 시작했고 나머지 9곳은 11월에 리모델링을 마친 뒤 문을 열 계획이다. [사진 도봉구]

도봉구는 입주 예술인들에게 최대 1780만원의 리모델링 비용과 620만원의 물품 구매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건물주와 게약시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도록 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관개선사업도 함께 진행된다. 하천변 도로를 포장하고 야간 조명을 설치해 어두컴컴했던 거리를 밝은 산책길로 조성한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겉모습만 바꾸는 일시적 변화가 아닌,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해 주민들과 함께 콘텐트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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