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우스 오브 카드’ 명품 조연, 이번엔 전쟁 영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마이클 켈리 의 새 드라마 ‘롱 로드 홈’.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마이클 켈리 의 새 드라마 ‘롱 로드 홈’.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거절할 생각이었어요. 올봄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5 촬영을 마치고 얼른 뉴욕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매니저의 강권에 대본을 펼쳐 본 후 하룻밤 만에 2회분을 다 읽은 것도 모자라 어느새 구글에서 볼레스키 중령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우리 모두 이라크전 파병 용사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란 걸 깨달았죠.”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켈리(49)가 내셔널지오그래픽(NGC)의 새 8부작 드라마 ‘롱 로드 홈(The Long Road Home)’을 선택한 이유다. 국내에선 12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지난달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6 첫 촬영을 앞두고 전화로 만난 켈리는 새로운 여정에 한껏 들떠 있었다. ‘롱 로드 홈’은 2004년 4월 4일 이라크 사다르 시티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미군 제1 기병사단 대원들이 반란군에게 매복 기습을 당하면서 고립되는 이야기로, 켈리는 이들을 이끄는 볼레스키 중령 역할을 맡았다. 2003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임무 완수’를 선언한 지 11개월 만에 발생한 ‘블랙 선데이’가 배경이다.

‘롱 로드 홈’ 출연 마이클 켈리 #이라크전 그린 전쟁휴먼 드라마 #“실존인물 연기하니 책임감 더 커 #트럼프, ‘하우스 … ’ 보고 배웠으면”

ABC 간판 기자인 마사 래대츠의 소설이 원작이다. 참전 군인 뿐 아니라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2007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원작에 다큐멘터리 채널 특유의 사실성이 더해져 더욱 실감 난 드라마로 완성됐다.

“대부분이 실존 인물인 만큼 그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책임감이 강해졌어요.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일평생 싸운 분들이니까요. 무엇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두 영웅이다’라는 원작자의 말이 와 닿았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것 역시 꼭 필요한 일이고요.”

이는 옳은 것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맞서 싸워야 한다는 그의 평소 신념과도 무관하지 않다. 1994년 데뷔 이후 ‘성범죄수사대: SVU’(2000~2006), ‘CSI: 마이애미’(2007), ‘크리미널 마인드’(2010~2011) 등 수사물에서 주로 활약한 그는 실생활에서도 ‘미국노인법(Older American Act)’ 재승인을 위한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인 복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어머니를 위한 일이기도 하잖아요.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일이기도 하고요.”

대표작인 ‘하우스 오브 카드’. 냉혹한 보좌관 역으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 넷플릭스]

대표작인 ‘하우스 오브 카드’. 냉혹한 보좌관 역으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 넷플릭스]

그의 대표작이자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시리즈로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를 휩쓴 ‘하우스 오브 카드’는 되려 결이 다른 편이다. 극 중 워싱턴 정가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 분)와 클레어(로빈 라이트 분) 부부의 오른팔이자 냉혹한 조력자 더그 스탬퍼는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느껴진다. 더그는 11선 의원인 프랭크가 국방부 장관, 부통령, 대통령으로 부상하는데 발생하는 장애물을 가차 없이 제거해버린다.

“더그의 임무는 충격적이고 끔찍하죠. 하지만 그는 그게 옳은 일이자 유일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설득력 있게 연기하는 게 제 몫이라 생각해요. 비록 그가 하는 행위는 잘못됐을지언정 현실과 접점이 많은 드라마를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잖아요.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 드라마를 좀 봤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프랭크는 한가롭게 트위터를 하는 대신 좀 더 책임감 있는 면모를 보이니까요.”

‘하우스 오브 카드’는 켈리와의 인터뷰 직후 케빈 스페이시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즌6 제작이 잠정 중단됐다. 당초 시즌6을 끝으로 종영 후 새로운 시리즈를 모색 중이었던 넷플릭스 측은 “더이상 케빈 스페이시와 함께 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는 없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남편 대신 대통령 직무 대행을 맡고 있던 부통령 클레어가 “이번엔 내 차례”라고 말하며 시즌5가 끝난 만큼, 프랭크가 죽거나 떠나는 전개도 관측되고 있다. 최근 버라이어티는 “이미 마이클 켈리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가 제작 초기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무한도전’ 미국 오디션 특집 편에 출연했던 켈리. [사진 MBC]

‘무한도전’ 미국 오디션 특집 편에 출연했던 켈리. [사진 MBC]

지난 8월 ‘무한도전’ 미국 오디션 특집 편에 출연했던 켈리는 멤버들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정말 재미있고 특별했어요. 한 명만 꼽는 건 불공평하지만 정준하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충분히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