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파워 없이 세상을 구한 진짜 영웅들의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2017.11.08 14:13

'벤딩 디 아크 : 세상을 바꾸는 힘'

'벤딩 디 아크 : 세상을 바꾸는 힘'

원제 Bending The Arc | 감독 키프 데이비슨, 페드로 코스 | 출연 폴 파머, 오필리아 달, 김용 | 제작 벤 애플렉, 맷 데이먼 | 편집 유키 아이자와, 페드로 코스 | 음악 매튜 애티커스 버거, H 스콧 샐리너스 | 장르 다큐멘터리 | 상영 시간 102분 | 등급 전체 관람가

[매거진M] '벤딩 디 아크:세상을 바꾸는 힘' 영화 리뷰

★★★★

[매거진M] 할리우드의 큰손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을 매료시킨 기적의 이야기. 비영리 의료 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PIH)’를 공동 설립한 폴 파머 박사, 사회운동가 오필리아 달, 세계은행(WB) 총재 김용 박사의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1980년대 의료 봉사와 대학 동창으로 만난 이들이 아이티, 페루 등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보건 체계를 재건해 온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벤딩 디 아크 : 세상을 바꾸는 힘'

'벤딩 디 아크 : 세상을 바꾸는 힘'

작품은 이미 세계적인 의료계 권위자로 우뚝 선 주인공들의 현재보다, 그들이 과거 ‘의료 평등’이라는 휴머니즘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투쟁과 헌신을 이어왔는지를 세 사람의 회상과 협력자들의 증언으로 재조명한다. 방대한 사진·영상 자료를 통해, 국제 의료계의 화두가 ‘예방’에서 ‘국제 보건 평등’으로 변화해 온 과정도 생생하게 짚어준다. 약값을 경감시켜 빈곤층 에이즈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르완다의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에피소드는 마치 재난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하다.

빛을 밝힐수록 어둠에 가렸던 배경이 드러나는 법. 복잡한 입법 절차와 현실적인 비용 문제로 번번이 구제의 손발을 묶고 이권을 앞세웠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의료계의 어두운 민낯도 은근하게 들춘다.

'벤딩 디 아크 : 세상을 바꾸는 힘'

'벤딩 디 아크 : 세상을 바꾸는 힘'

이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죽어가는 환자들의 손을 놓지 않고 오직 정의와 인류애, 양심에 따라 행동했던 세 인물과 파트너스 인 헬스의 여정은 이루 말할 데 없이 숭고하다. 파머 박사와 김 박사가 오래 전 자신이 진료했던 중환자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장면은 이 작품에서 가장 뭉클한 순간이기도 하다.

“낙관주의는 도덕적 선택이죠. 지성의 비관주의와 의지의 낙관주의를 동시에 갖는 게 핵심입니다.” 김 박사의 이 말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관객에게 어떤 ‘혁신’의 경지를 넘보게 한다. 정말로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면, 실제 세상이 훨씬 더 좋은 곳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말이다. 이 같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그동안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왔던 게 아닐까. 수퍼 파워 없이도 실제 세상을 구한 영웅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찬 울림을 준다.

TIP 신학자 시어도어 파커의 문장 ‘곡선(Arc)은 정의를 향해 휜다’에서 제목을 땄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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