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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켈리 "트럼프 '하우스 오브 카드' 보고 배웠으면"

중앙일보

입력

2004년 이라크전 당시 발생한 기습전을 다룬 8부작 드라마 '롱 로드 홈'.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2004년 이라크전 당시 발생한 기습전을 다룬 8부작 드라마 '롱 로드 홈'.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거절할 생각이었어요. 올봄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5 촬영을 마치고 얼른 뉴욕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매니저의 강권에 대본을 펼쳐 본 후 하룻밤 만에 2회분을 다 읽은 것도 모자라 어느새 구글에서 볼레스키 중령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우리 모두 이라크전 파병 용사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란 걸 깨달았죠. 그분들이 없었으면 우리 가족 역시 지금의 평화를 누릴 수 없었을 테니까요.”

'하우스'서 조력자로 열연한 마이클 켈리 #이라크전 그린 '롱 로드 홈'으로 돌아와 #"지금 우리의 평화는 그들에게 빚진 것 #모두가 영웅 책임이자 의무감으로 임해" #잠정 중단된 '하우스' 스핀오프 나올까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켈리(49)가 12일 첫 방송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NGC)의 ‘롱 로드 홈(The Long Road Home,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을 선택한 이유다. 지난달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6 첫 촬영을 앞두고 전화로 만난 켈리는 새로운 여정에 한껏 들떠 있었다. ‘롱 로드 홈’은 2004년 4월 4일 이라크 사다르 시티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미군 제1 기병사단 대원들이 반란군에게 매복 기습을 당하면서 고립되는 이야기로, 켈리는 이들을 이끄는 볼레스키 중령 역할을 맡았다. 2003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임무 완수’를 선언한 지 11개월 만에 발생한 ‘블랙 선데이’가 배경이다.

'롱 로드 홈'은 전쟁 드라마이지만 집에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에도 집중한다.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롱 로드 홈'은 전쟁 드라마이지만 집에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에도 집중한다.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ABC 간판 기자인 마사 래대츠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8부작 드라마는 보통 전쟁 드라마와 달리 파병을 떠난 군인 말고도 뒤에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CNN 등 뉴스를 통해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가족들이 서로 힘을 모아 의지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담았다. 2007년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오른 원작은 다큐멘터리 채널 특유의 사실성이 더해져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다.

“대부분의 인물이 실존 인물인 만큼 그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책임감이 강해졌어요.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일평생 싸운 분들이니까요. 무엇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두 영웅이다’라는 원작자의 말이 와 닿았어요. 우리 모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잖아요. 더 많은 사람에게 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것 역시 꼭 필요한 일이고요.”

2013년 시작해 마이클 켈리의 대표작이 된 '하우스 오브 카드'. 극중 워싱턴 정가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프랭크를 보좌하는 더그 스탬퍼 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2013년 시작해 마이클 켈리의 대표작이 된 '하우스 오브 카드'. 극중 워싱턴 정가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프랭크를 보좌하는 더그 스탬퍼 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이는 옳은 것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맞서 싸워야 한다는 그의 평소 신념과도 무관하지 않다. 1994년 데뷔 이후 ‘성범죄수사대: SVU’(2000~2006), ‘CSI: 마이애미’(2007), ‘크리미널마인드’(2010~2011) 등 수사물에서 주로 활약한 그는 실생활에서도 ‘미국노인법(Older American Act)’ 재승인을 위한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인 복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어머니를 위한 일이기도 하잖아요. 머지않아 우리에게 닥칠 일이기도 하고요.”

그의 대표작이자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시리즈로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를 휩쓴 ‘하우스 오브 카드’는 되려 결이 다른 편이다. 극 중 워싱턴 정가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 분)와 클레어(로빈 라이트 분) 부부의 오른팔이자 냉혹한 조력자 더그 스탬퍼는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느껴진다. 더그는 11선 의원인 프랭크가 국방부 장관, 부통령, 대통령으로 부상하는데 발생하는 장애물을 가차 없이 제거해버린다.

인기리에 시즌5까지 방영된 '하우스 오브 카드'. 지난달 시즌6 촬영을 시작했으나 케빈 스페이시(왼쪽)의 성추행 파문으로 제작이 잠정 중단됐다. 클레어 역의 로빈 라이트와 마이클 켈리. [사진 넷플릭스]

인기리에 시즌5까지 방영된 '하우스 오브 카드'. 지난달 시즌6 촬영을 시작했으나 케빈 스페이시(왼쪽)의 성추행 파문으로 제작이 잠정 중단됐다. 클레어 역의 로빈 라이트와 마이클 켈리. [사진 넷플릭스]

“더그가 수행하는 임무는 충격하고 끔찍하죠. 하지만 그는 그게 옳은 일이자 유일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설득력 있게 연기하는 게 제 몫이라 생각해요. 비록 그가 하는 행위는 잘못됐을지언정 현실과 접점이 많은 드라마를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잖아요.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 드라마를 좀 봤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프랭크는 한가롭게 트위터를 하는 대신 좀 더 책임감 있는 면모를 보이니까요.”

'하우스 오브 카드'는 마이클 켈리 인터뷰 직후 주인공 역할의 케빈 스페이시 성추문이 불거지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게 오히려 거센 논란을 불러 현재 시즌6 제작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당초 시즌6를 끝으로 스핀오프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었으나 제작진 성추행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넷플릭스 측은 “더이상 케빈 스페이시와 함께 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는 없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남편 대신 대통령 직무 대행을 맡고 있던 부통령 클레어가 “이번엔 내 차례”라고 말하며 시즌5가 끝난 만큼 프랭크가 죽거나 떠나는 등 다양한 옵션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어티는 “이미 마이클 켈리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가 제작 초기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오디션을 보러 떠난 '무한도전' 멤버들과 심사위원으로 만난 마이클 켈리. [사진 MBC]

미국 오디션을 보러 떠난 '무한도전' 멤버들과 심사위원으로 만난 마이클 켈리. [사진 MBC]

지난 8월 ‘무한도전’ 미국 오디션 특집 편에 출연했던 켈리는 멤버들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정말 재미있고 특별했어요. 한 명만 꼽는 건 불공평하지만 정준하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충분히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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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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