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 여의도 전체 면적의 1/8을 차지하는 국회의 주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예정된 8일 오전 여의도 1번지의 모습은 평소와 전혀 달랐다. 철저한 보안검문 속에 국회 주변으로 약 8000여명의 경찰 인력이 배치됐고 사방으로 차벽도 설치됐다. 반미(反美) 단체의 돌발시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에 철통 보안 #지하철역 출구, 국회 입구 곳곳 폐쇄 #국제선 탑승 수준의 보안검색 강화 #국회 내부 도로까지 일부 제한돼
국회 정문 인근에 있는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의 1번(정문 방향), 6번 출구(국회도서관 방향)는 오전 5시30분부터 통제됐다. 역 출구마다 차단막과 함께 15~20명의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게양된 국회대로 양쪽에도 10m 간격으로 경찰이 서 있었다. 국회로 들어가는 출입구 역시 정문과 의원회관쪽 등의 3곳을 제외하고 모두 폐쇄됐다.
이날은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됐다. 정문 앞에는 ‘행사’라 쓰인 리본을 단 사복경찰 수십명이 돌아다니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성인 남성 2~3명이 통과할 정도의 길목만 열어둔 채 검문검색도 강화됐다. 평소 일반인이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던 것과는 달리 국회 직원증(출입증)을 패용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방문차량과 택배, 택시 등의 출입도 금지됐다. 국회 내에선 보안 요원들이 폭발물 탐지견들을 데리고 다니며 구석 구석을 점검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은 출입증 없이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국회의원도 (검문검색에서)예외는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1일) 때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국회 내부 분수대 주변의 도로는 경호상의 이유로 도보가 제한된 채 경찰 인력이 줄지어 순찰하고 있었다. 정문을 통과한 국회 직원들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의원회관 뒤로 돌아서 본관으로 이동해야 했다. 연설 종료시까지 국회 경내 주차가 금지된 탓에 주차장에는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장소인 본회의장이 있는 본관의 경우 후문 안내실 쪽 출입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문이 폐쇄돼 출근하는 직원들은 출입문에서 국제선 탑승을 방불케 하는 검문검색을 받아야 했다. 국회사무처 직원과 의원 보좌관, 출입기자 등 국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삼엄한 검문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했다. 의례적으로 하던 짐 수색도 이날은 철저히 이뤄졌고 금속탐지기 검문까지 실시됐다. 몸에서 금속물이 감지되자 꺼내서 위험한 물건이 아님을 확인시키는 직원의 모습도 보였다.
1층 전면 안내실 쪽에는 레드카펫이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으로 입장해서다. 오전 10시가 되자 대통령의 동선 주변으로 가림막도 설치됐고 승강기 이동도 제한됐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1993년 7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4년만이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