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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DNA' 배구 코트 장악…엇갈린 희비

중앙일보

입력

프로배구 코트를 삼성화재 황금세대가 점령했다. 삼성화재 왕조를 구축했던 동지들이 각각 다른 팀의 사령탑으로 적이 됐다.

이번 시즌 남자 프로배구 7개 구단 중 대한항공(박기원 감독)과 한국전력(김철수 감독)을 제외하고 5개 팀 감독이 전부 삼성화재 출신이다. 기존의 김세진(43) OK저축은행 감독, 최태웅(41) 현대캐티탈 감독, 김상우(44) 우리카드 감독 외에 권순찬(42) KB손해보험 감독, 신진식(42) 삼성화재 감독이 이번 시즌에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화재 황금세대 출신 김세진, 김상우, 신진식, 최태웅 감독(왼쪽부터). 임현동 기자

삼성화재 황금세대 출신 김세진, 김상우, 신진식, 최태웅 감독(왼쪽부터). 임현동 기자

1995년 11월 삼성화재 배구단이 창단되면서 김상우 감독과 김세진 감독이 한 팀이 됐다. 이듬해 성균관대를 졸업한 신진식 감독이 합류했다. 그리고 97년 권순찬 감독, 99년 컴퓨터 세터 최태웅까지 합류하면서 삼성화재는 왕조를 구축했다.

96~97 슈퍼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실업배구 시절 9년 연속 정상에 올랐고 77연승 기록도 세웠다. 당시 김세진 감독과 신진식 감독은 삼성화재의 양쪽 날개 공격을 책임졌다. 김상우 감독과 권순찬 감독은 센터로 활약했고, 이들 4명에게 공을 배달한 세터는 최태웅 감독이었다.

황금세대가 다져 놓은 실력을 바탕으로 삼성화재는 2005년 출범한 프로배구에서 통산 8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배구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2005 kovo 리그 (3/16) : 삼성화재 : 대한항공 16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화재 대 대한항공 경기에서 삼성화재 선수들 [사진 KOVO]

2005 kovo 리그 (3/16) : 삼성화재 : 대한항공 16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화재 대 대한항공 경기에서 삼성화재 선수들 [사진 KOVO]

삼성화재 DNA를 받은 감독들은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치열한 지략대결을 펼치고 있는데, 시즌 초반부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진식 감독은 삼성화재 황금세대 중 제일 먼저 삼성화재 감독직을 맡게 됐다. 그런데 성적이 부진할 때 부임하면서 삼성화재 왕조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에 창단 처음으로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주전 세터 유광우를 우리카드에 내주면서 이번 시즌 초반에는 조직력에서 흔들린 모습을 보였다. 개막 2연패를 당했지만, 4연승을 달리며 승점 12점을 얻어 1라운드를 1위로 마쳤다.

에이스 박철우가 외국인 선수 타이스와 함께 쌍포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박철우는 발목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1라운드에서 98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신 감독도 "박철우가 아픈데도 본인이 출전하겠다고 했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선수 시절 신진식. [사진 프로배구연맹]

프로배구 삼성화재 선수 시절 신진식. [사진 프로배구연맹]

'약체'로 평가받았던 KB손해보험이 권순찬 감독 부임 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4승2패(승점10)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18일 현대캐피탈과 경기 의정부 홈 경기에서는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2005년 프로 출범 후 KB손해보험이 현대캐피탈을 3-0으로 이긴 건 처음이다.

권순찬 감독은 황금세대 중 미운오리새끼였다. 발이 빠르고 블로킹을 잘하는 다재다능한 선수였지만, 삼성화재에 입단한 후 주전이 되지 못하고 결국 2002년 방출됐다. 이후 우리캐피탈, 대한항공, KB손해보험 코치 생활을 겪고 지난 4월 마침내 감독이 됐다. 권 감독은 "다른 (삼성화재 출신) 감독님들은 선수시절 워낙 대단한 분들이었다. 나는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18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는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 [사진 프로배구연맹]

18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작전지시를 하는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 [사진 프로배구연맹]

권 감독은 팀의 간판스타였던 공격수 김요한을 트레이드 하고, 외국인 선수 우드리스도 교체하는 등 팀 체질을 바꿨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알렉스를 필두로 세터 황택의, 국내 공격수 이강원 등이 고르게 활약해주고 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3승3패(승점9)로 4위에 처져있다. 외국인 선수 바로티가 훈련 중 발목을 다치면서 선수 운용이 어려워졌다. 10월 초에 새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스를 영입했지만, 다시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주전 세터 노재욱의 부진도 아쉽다. 2014~15, 15~16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른 OK저축은행도 2승4패(승점7)로 6위로 부진하다. 우리카드는 2승4패(승점6)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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