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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이견은 관리 모드로, 무기 거래는 노골적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트럼프, 김정은 자극하는 돌출 강경 발언 없어 #한국과 일본에 맞춤형 서비스하고 경제 챙기기 #문 대통령도 평화체제 운 뗐지만 '지금 압박할 때' #1대 4000억원 전략정찰기 조인트스타스 구매할 수도 #

‘돌출 발언 없는 신중한 회담’ ‘불편함 뒤로 두고, 상호 이익 취한 절제된 회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7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나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하루 앞둔 상황에선 적어도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 앞서 전격 비무장지대(DMZ)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일본(2박3일) 및 중국(2박3일)과 비교되는 체류 일수(1박2일)로 ‘코리아 패싱’논란에 휩싸인 한국 정부는 이날 최대의 의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 먼저 나가 트럼프 대통령을 영접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군 기지에서 방한하는 미국의 대통령을 맞은 전례는 없다. 이어 청와대에서 이어진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미국의 한반도 안보 공약은 명확히 하면서도, 대북 군사적 옵션이나 ‘한·미·일 안보 협력체’등 그간 불거진 갈등 요소들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나 안보 문제에 대해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맞춰주고 군사 무기(판매), 경제 분야에선 현실적으로 미국이 취했다”고 말했다. 신원식 고대 연구교수(전 합참작전본부장)는 “1박 2일 일정에서 양 정상이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었다”며 “이견과 갈등을 최소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은 13일간으로 취임 후 최장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대 중국 견제 벨트 강화라는 큰 그림 아래, 한국·일본을 거쳐 중국에서 북핵 문제 담판을 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5일 이후 일본과 한국 방문을 통해 트럼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해결을 고리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철저한 사업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선에선 아베 총리와의 회담이 끝난 뒤 “위대한 여러분의 총리(아베)는 납치자(북한에 의한)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그들을 보내준다면 굉장한 신호로, 특별한 뭔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정부의 최대 현안인 납치자 문제를 북한과의 협상 조건으로 제시해준 것이다. 그런 뒤 무역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국내 지지율이 최악인 트럼프의 이같은 ‘아메리카 퍼스트’기조의 경제 실익 챙기기에 한반도 이슈가 왜곡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함께 한 문재인(오른쪽)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한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을 미군 기지에서 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

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함께 한 문재인(오른쪽)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한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을 미군 기지에서 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

윤영찬 청와대 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7일 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며 첨단 정찰 자산 등 최첨단 군사 자산의 획득 및 개발과 관련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관리들에게 지시했다”고 했다. 캠프 험프리스에서부터 “오늘 (정상회담이) 잘 풀려 미국 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여기 있는 중요한 이유”라고 한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장비를 주문하는 것으로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말했다. 앞으로 (한국과) 전투기나 함정에 대해 얘기하지 못할 것이 없고, 우리만큼 최고로 만드는 데가 없다”고 했다. 정상회담장인지, 무기거래 협상장인지 구분이 안되는 언급이다.

어쨋든 대북 메시지 관리와 함께, 확장 언지력 제공 및 탄두 중량 제한 해제를 얻어낸 우리 정부는 미국의 전략자산 구매로 딜을 한 듯하다. 국방 관계자는 “정찰 자산은, 조인트스타트(JSTARS·지상감식 전략 정찰기) 를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인트스타트는 최대 10시간 가량 비행하면서 고성능 감시레이더로 250키로미터 바꺼 지상 표적 600여개를 동시에 추적 감시하는 전략 정찰기다. 대당 가격은 약 3억 6600만 달러(약 4000원)에 달한다. 미국이 한국의 핵 잠수함 추진과 관련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도쿄 아카사카궁에서 오찬회담에 앞서 걸어가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위해 "김정은이 납치자를 보내 준다면 굉장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상품의 일본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다.      [연합=AP]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도쿄 아카사카궁에서 오찬회담에 앞서 걸어가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위해 "김정은이 납치자를 보내 준다면 굉장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상품의 일본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다. [연합=AP]

북핵 해법과 관련, 한·미 양국은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북한은 전 세계의 위협이고, 독재자가 수백만의 무고한 인명을 위협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교역 및 사업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했지만 북한 김정은을 자극하는 예의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양측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로 이어지는 것을 재확인’한 것과 관련, 추가 언급은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체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 그것을 얘기할 때는 아니며 지금은 제재와 압박에 치중할 때”라고 했다. ‘평화체제’는 주한미군 철수까지 염두에 두는 민감한 이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평화체제’ 언급을 놓고 껄끄러웠던 상황을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날 “합리적 수준으로 방위비를 분담함으로써 동맹의 연합 방위 태세와 능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했고, “한·미·일 3국간 안보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간에 자유롭고 공정하며 균형적인 무역을 더욱 증진시키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긴밀한 협의를 촉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방위비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온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이날 캠프 험프리스를 활용했다. 해외 주둔 기지중 규모가 가장 큰 험프리스 기지의 건설 비용 107억 달러 가운데 92%를 한국이 부담한 것을 트럼프가 평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도 기지 건설에 많은 돈을 부담했다. 이유는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아까 정상회담때 (트럼프 대통령이)한국에 감사를 표시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에서 연설한 뒤 중국으로 향한다.

김수정 외교안보 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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