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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굳건한 동맹을 재확인한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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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날 방한 일정이 별 탈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여간 반갑지 않다. 1박2일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일정 중 핵심은 7일 오후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우리의 바람대로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중량 제한을 완전히 없애기로 합의한 것은 상당한 성과다. 국산 미사일의 성능을 대폭 개선함으로써 대북 억지력을 높이는 데 획기적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중량 제한 철폐는 큰 성과 #우려했던 통상 관련 요구는 없어

그간 트럼프가 한·미 통상 문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의 평택 기지 도착 후 첫 일성도 “미국의 일자리를 만들러 (한국에) 왔다”였다. 이번 회담이 미국 측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자리가 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는 가장 중심에 놓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운을 뗀 뒤 “한국은 단순히 오랜 동맹국이 아닌 그 이상”이라며 한·미 동맹의 튼튼함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한국 우회하는 일은 없다”며 코리아 패싱 우려도 일축했다. 북핵 위협 속에서 우리가 다짐받고 싶어했던 대목을 재확인해 준 것이다.

두 정상이 밝힌 대로 한국이 미국의 첨단 무기를 사 주기로 한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한쪽에선 트럼프의 방한이 무기를 팔아먹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산 무기를 사들이면 무역수지와 관련된 공세를 무디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미국 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를 피하기 위해서는 통상이 아닌 분야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방한 첫날인 어제 트럼프의 돌발적 발언이 없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기자회견 뒤 무역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을 간접적으로 성토했던 것에 비교하면 훨씬 분위기가 좋았다.

다만 우리가 원했던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가 합의되지 못한 게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로서는 북한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미국의 대북 억지력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트럼프의 방한 첫날이 무난하게 넘어갔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트럼프는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일본에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화기애애한 시간을 갖고도 출국 직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미국 차가 일본에 거의 판매되지 않는다. 일본과 무역관계가 공평하지 않다”며 일본 경제계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든 생각하지 못한 카드로 우리를 압박할 수 있다. 오늘 있을 경제인과의 면담이나 국회 연설에서도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모른다. 정부는 트럼프가 어떤 변칙 카드를 꺼내 들더라도 흔들림 없이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