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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미 전략무기 구매로 ‘3개 지뢰’ 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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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핵 문제 해법과 관련한 ‘싱크로율’이 올라갔다.

문 대통령, 트럼프와 정상회담 #트럼프, 3불 원칙·FTA 부각 않고 #“한국은 중요국 … 건너뛰는 일 없다” #문 대통령은 “대북 최대한의 압박”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 대신 “협상”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테이블로 나와 협상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서로 상대방이 원하는 메시지를 육성으로 발신한 양상이다.

26분간의 단독 정상회담과 30분간의 확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장에 선 한·미 정상은 가시적인 성과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양측은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2012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은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 탄두 중량을 최대사거리 800㎞에 500㎏으로 제한해 왔다.

한국이 미국의 최첨단 군사자산을 획득·개발하기 위한 협의도 즉시 시작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무기를 주문하기로 했고, 이미 승인 난 부분도 있다”고 확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된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미·중 사이 균형외교’ 문제나 한국의 3불(不) 원칙(▶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에 편입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제 등은 양측이 부각하지 않았다. 한국의 전략무기 구매카드로 이런 ‘지뢰’들을 피해 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군사 장비를 구입함으로써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옵션’ 문제에 있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격한 언사를 주고받으며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던 것과는 비교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척의 항공모함이 (한반도 인근에) 배치돼 있고, 핵잠수함 역시 이 주변에 배치돼 있다”면서도 “신께 바라건대 이런 힘을 실제로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꼭 필요하다면 압도적 우위의 군사력을 총동원해 동맹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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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코리아 패싱’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건너뛰는(skipping) 일은 없다고 이 자리에서 명확히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중 균형외교와 관련한 질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외교 관계를 다변화해 균형 있는 외교 관계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이나 등거리외교와는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로 했다”면서도 지금은 제재와 압박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 발언을 할 때 동시통역기를 끼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정상회담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을 언급하면서도 이를 쓸 수 있다거나 쓰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점, 문 대통령이 지금은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점 등이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부터 진행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선 온도차도 보였다.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부지와 건설비용 92%를 한국이 부담한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내가 했더라면 훨씬 더 적은 돈으로 지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의 ‘합리적 수준’을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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