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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조화 치워진 빈소···윤석열은 조문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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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7일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은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뒤 투신해 숨진 변창훈(48) 서울고검 검사의 빈소에 가지 않았다. 그는 전날에도 조문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을 이끄는 박찬호 2차장검사와 수사 실무를 맡은 부장검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사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윤 지검장은 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다. 나이는 윤 지검장이 아홉 살 많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윤 지검장이 수백 차례 고민한 것으로 안다. 유족들에게 불편함을 줄 것을 가장 우려해 결국 조문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저녁에 빈소를 찾았다.

변창훈 검사 조문에 선후배 줄이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빈소 찾아 #검찰 내부게시판 추모 댓글 5000개 #정치적 중립 지킬 방안 찾자는 말도 #한국당 “당장 죽음의 굿판 멈추라”

문무일 검찰총장를 비롯한 대검 간부들은 6일 빈소에서 3시간가량 머물다 갔다. 빈소를 지킨 유족들은 “우리 아들 누가 죽였느냐”며 오열했다. 이날 유족은 “이제 검찰 조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살아 있을 때 구명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무도 없느냐, 어떻게 아침 7시에 아들도 있는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들어오느냐”며 통곡하는 유족도 있었다. 변 검사 유족은 문 총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치웠다.

검찰 내부 게시판(이프로스)에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김재옥 원주지청장은 ‘변 차장님을 기리며’라는 제목으로 “돌이켜 보면 어느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업무에 대한 자신감도 가득했고 선후배들에 대한 존중도 넘치는 분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2015년 변 검사가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에 있을 때 김 지청장은 바로 아래인 공안 1과장이었다.

서울북부지검에서 지검장으로 변 검사(차장검사)와 함께 있었던 김오수 법무연수원장은 “최고의 차장검사였던 시간들을 기억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프로스의변 검사 추모 칸에는 댓글이 5000여 개 달렸다.

투신 소식이 전해진 전날보다는 차분해졌지만 검찰 내부는 여전히 들끓고 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 검찰 간부는 “이건 조선시대 사화(士禍·선비들이 반대파에게 몰려 화를 입은 사건)와 다름없다. 공안검사를 타깃으로 한 수사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식으로 검사들이 곤욕을 치러야 하나. 이제부턴 불법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상부 지시가 오면 문서화한 지시로 다시 달라고 할 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오해받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대검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때마다 강북(청와대 등)에서 정치적 이슈를 계속 서초동으로 던지면서 검찰이 해결사 노릇을 하기 바란다”며 “뜻대로 수사 결과가 안 나오면 편파수사·보복수사라고 말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희준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청와대에서 검찰 인사를 계속 좌지우지하면 검찰이 청와대 편이라는 인상을 준다”며 “이 점이 개선돼야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오해를 덜 사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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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고인이 투신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가족의 뜻을 존중해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고인의 입관 절차를 진행했다. 8일 오전에 영결식이 치러진다.

변 검사와 함께 국정원 수사 방해 혐의로 수사받아 온 장호중(51)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이제영(43) 대전고검 검사는 이날 구속됐다. 법원 측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당장 죽음의 굿판을 멈추라”는 성명을 내고 문 검찰총장과 윤 지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현일훈·박사라 기자 h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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