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레스텔라 "포디콰는 명품, 우린 개성 강한 디자이너 제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팬텀싱어2' 우승팀 포레스텔라. 왼쪽부터 배두훈ㆍ강형호ㆍ조민규ㆍ고우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팬텀싱어2' 우승팀 포레스텔라. 왼쪽부터 배두훈ㆍ강형호ㆍ조민규ㆍ고우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숲(forest) 위에 뜬 별(stella), ‘포레스텔라’.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 4중창단을 만드는 JTBC ‘팬텀싱어2’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2대 팬텀싱어다. 지난해 우승 후 앨범 발매와 전국 투어 콘서트 등 활발한 활동으로 크로스오버 열풍을 불러 일으킨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ㆍ김현수ㆍ손태진ㆍ이벼리)의 뒤를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남성 4중창단으로 발탁된 것이다.

'팬텀싱어2' 우승팀 포레스텔라 #"다들 너무 잘해서 우승은 예상 못해 #한 명도 빠지면 안돼 서로 더 잘 챙겨 #팀워크 비결은 맛집 투어와 디스전 #국악 접목한 곡으로 세계 진출 원해"

서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인 테너 조민규(27)와 베이스 고우림(22), 뮤지컬 배우 배두훈(31)과 화학연구원 강형호(29)로 구성된 포레스텔라는 탱고곡  ‘Come Un Eterno Addio(영원한 이별처럼)’와 라틴풍의 ‘Il Mirto E La Rosa(은매화와 장미)’ 등 과감한 선곡으로 승부수를 던지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6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이들은 “누가 1등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다들 잘했기 때문에 발표하는 순간 긴장이 풀려서 눈에서 홍수가 쏟아진 것 같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해 소감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며 “항상 응원해준 가족들과 모든 스태프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으로 인터뷰 시작을 알리자 조민규는 바로 전략가 노트를 꺼내 들고 필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승팀이 발표되자 조민규ㆍ강형호 등은 수상 소감을 제대로 말하기 힘들 정도로 오열했다. [사진 JTBC]

우승팀이 발표되자 조민규ㆍ강형호 등은 수상 소감을 제대로 말하기 힘들 정도로 오열했다. [사진 JTBC]

Q. 형들은 오열하는 반면 막내는 침착하던데.
A. 고우림: 떨리거나 긴장하면 말수가 적어져서 담담해 보였던 것 같다. 겉으로는 조금 딱딱해 보였을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은 머리가 정말 하얘져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Q. 우승을 예상했나. 특별한 전략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A. 조민규: 결승에서는 그런 걸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 방송에서는 제가 혼자 전략을 짜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들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서로 그걸 잘 받아들여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굳이 전략이 있다면 4명의 색깔이 모두 달라서 이를 하나로 섞으려고 하기보다는 4개의 보석이 모여 더 큰 광채를 낼 수 있도록 디테일에 주안점을 뒀다.
A. 배두훈: 각자 맡은 역할이 뚜렷해서 한 명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팀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다 달라붙어서 케어하는 데 집중했다.
A. 강형호: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연습하다 보니 몸이 많이 안좋았는데 두훈이 형이 집에 있는 옷도 싸 들고 와서 입혀주시고, 우림이네 민박에서 잠도 재워주고, 민규가 차로 마중과 배웅도 해 준 덕분에 큰 도움이 됐다. 원래 잠을 못 자면 사고가 멈추고 온몸에 마비가 오는 스타일인데 하필 결승 1차 때 그동안 쌓인 피로가 터져서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났다. 오기로 불렀는데 그 일을 겪고 나니 2차 때는 오히려 안심이 됐다. 그 상태에서도 노래를 했는데 앞으로 뭘 못할까 싶더라.
A. 조민규: 원래 고음 파트는 유리 같아서 섬세하게 다뤄줘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 상암동 JTBC에서 만난 포레스텔라는 서로 새로 바뀐 헤어스타일을 칭찬하며 누가 얼마나 더 멋있어졌는지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상암동 JTBC에서 만난 포레스텔라는 서로 새로 바뀐 헤어스타일을 칭찬하며 누가 얼마나 더 멋있어졌는지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팀내 포지션 외에 맡고 있는 역할이 있다면. 
A. 조민규: 저는 주로 조율하는 일을 많이 한다. 운전도 제 담당인데 다들 차만 타면 그렇게 자더라. 두훈이 형은 정신적 기둥, 형호 형은 현실을 담당한다.
A. 고우림: 두훈이형이 뮤지컬을 해서 그런지 생활연기를 정말 잘한다. 순간 순간 분위기를 업시켜줘서 너무 재밌다.

Q. 현실은 어떻게 담당하는 건가. 
A. 배두훈: 직장 생활을 해서 그런지 현실 감각이 뛰어나다. 우리가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 그걸 끊어주기도 하고, 지레 겁먹고 부담감에 휩싸이면 부정적 상상을 멈춰주는 역할을 한다.

Q. 탄탄한 팀워크 비결은 무엇인가.
A. 조민규: 넷이 모이면 맛집에 자주 간다. 먹는 걸 좋아해서 각자 돈을 모아 통장도 만들었다. 맛있는 걸 먹다 보면 행복한 얘길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통장 관리는 제가 한다. 조형균 형이 우리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네는 디스를 참 많이 하네’라고 하더라. 서로 절대 틀렸다고 말하진 않지만 ‘이렇게 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많이 하는 편이다.

포레스텔라는 결승전에서 처음 4중창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지만 그간 듀엣ㆍ트리오ㆍ4중창에서 따로 또 같이 연습했던 경험을 살려 김문정 음악감독으로부터 "시즌2 최고의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진 JTBC]

포레스텔라는 결승전에서 처음 4중창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지만 그간 듀엣ㆍ트리오ㆍ4중창에서 따로 또 같이 연습했던 경험을 살려 김문정 음악감독으로부터 "시즌2 최고의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사진 JTBC]

Q. 팀명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조민규: 피톤치드 셋이 모인 트레피톤(배두훈ㆍ조민규ㆍ고우림)에서 시메가 들어와서 포레스트로 진화했는데 형호 형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두훈이 형이랑 연습실에 가다가 나무가 우거진 길 위에 별이 떠 있는 모습을 보고 이태리어로 ‘별’을 뜻하는 단어를 더하면 좋을 것 같다. 또 형호 형이 ‘팬텀싱어2’가 낳은 가장 큰 별 아닌가. 숲처럼 편안하면서도 별처럼 빛나는 음악을 해보자는 의미를 붙이고 나니 부를수록 입에 붙었다.

Q. 파격적인 선곡도 화제가 됐는데. 의외의 노래를 연이어 선보인 덕분에 ‘3년 준비설’도 있었다.
A. 조민규: 그런 건 아니고 평소 음악 듣는 걸 정말 좋아한다. 음원사이트에서 최신곡이 나올 때마다 쭉 들어보고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화제가 되는 노래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왜 이 노래는 조회 수가 이렇게 높지, 하트가 몇 개지 이런 게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 보통 팝송은 멜론 기준으로 하트가 1만개 정도면 매니아층은 있는데 대중은 잘 몰라서 신선하게 다가올 확률이 높은 것 같다. 포레스트로 선보인 ‘라디오액티브’도 그중 하나다.
A. 강형호: 거의 인간 유튜브 수준이다. 유튜브를 사람으로 만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어떤 노래를 얘기해도 다 안다.

매 라운드마다 록 오페라ㆍ일렉트로닉 팝ㆍ라틴팝ㆍ탱고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 포레스텔라. [JTBC]

매 라운드마다 록 오페라ㆍ일렉트로닉 팝ㆍ라틴팝ㆍ탱고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 포레스텔라. [JTBC]

Q. ‘팬텀싱어’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나.
A. 배두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뮤지컬 무대도 많이 섰지만 음악적 갈증이 있었다. 줄곧 노래가 중심이 되는 무대를 꿈꿨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다른 작품도 하지 않고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그 갈증이 좀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A. 강형호: 부산대 재학 시절 5명이서 록밴드 동아리 ‘피타(Pittaㆍ팔색조)’를 만들었는데 다들 취업하면서 자동적으로 직장인 밴드가 됐다. 작은 클럽에서 공연하기도 하고, 버스킹도 하고 했었는데 큰 무대에 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밴드에서는 보컬과 세컨 기타를 맡고 있다.”

Q. 일렉트로닉ㆍ록 오페라 등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국악을 접목해볼 생각은 없었나. 국악 밴드 ‘억스’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A. 배두훈: 지난 주말에도 경북 상주에 공연이 있어서 다녀왔다. 사실 꼭 시도해보고 싶어서 정말 여러 곡을 들어보고 함께 논의했는데 거의 새롭게 작곡해야 하는 수준이어서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향후 앨범을 낼 때는 꼭 도전해 보고 싶다.
A. 조민규: 국악을 이용한 크로스오버가 더 많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판소리나 마당극 같은 걸 많이 떠올리지만 가야금 산조 같은 건 그 당시의 클래식이다. 앞으로 연구를 많이 해서 포레스텔라 색깔이 담긴 한국 곡을 선보이고 싶다.

다음달 3일 인천을 시작으로 9개 도시 전국 투어에 나서는 '팬텀싱어2' TOP12 콘서트. [사진 JTBC]

다음달 3일 인천을 시작으로 9개 도시 전국 투어에 나서는 '팬텀싱어2' TOP12 콘서트. [사진 JTBC]

Q. 포르테 디 콰트로와 차별화 전략은.
A. 고우림: 사실 손태진 형과 같은 교수님께 배워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팬텀'에서 민규 형을 만난 것도 그렇고 스승 복이 있는 것 같다. 포르테 디 콰트로가 ‘한국의 일 디보’ 같은 느낌이라면 우리는 색깔이 좀 다르다. 시즌 1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 디보나 일 볼로 노래는 피했던 것도 있는 것 같다.
A. 조민규: 동문 결혼식에서 형들은 포르테 디 콰트로로, 저는 합창단으로 축가 무대를 했는데 우리가 그 뒤를 잇게 된 게 신기하다. 형평성 문제도 있을 것 같아 프로그램 시작 후에는 따로 연락을 한 적이 없지만 덕분에 크로스오버 음악이 큰 사랑을 받게 되서 기뻤다. 브랜드로 따지면 포르테 디 콰트로는 클래식한 명품 같고, 우리는 좀 더 자유분방한 디자이너 제품 같은 느낌이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A. 강형호: 일단 내일 출근을 해 봐야 알 것 같다. 회사에서 편의를 많이 봐주셔서 무작정 나올 순 없고 휴직이나 절충 방안을 고민 중이다.
A. 고우림: 오늘도 학교에 갔다 왔는데 중간ㆍ기말고사도 봐야 하고…. 아무래도 휴학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A. 배두훈: 우선 첫 앨범과 첫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앨범에는 각자 솔로곡도 하나씩 넣어 보면 좋을 것 같다.
A. 조민규: 목표는 세계 진출이다. 전 세계에서 음반이 동시 발매되는 만큼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금은 4명이 함께 꾸준히 음악할 수 있도록 회사를 설립하거나 재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관련기사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