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향(文香) 느끼기 좋은 경기도 가을 여행지 6곳
눈 돌리는 곳마다 화려한 색으로 물드는 계절이다. 고요히 사색을 즐기고 내면으로 침잠하는 여행은 어떨까?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된 풍경을 산책하고, 문인들의 흔적을 찾아 나서 보자. 경기도에서 가볼 만한 문학 여행지 6곳을 소개한다.
#1. 지혜의 숲 파주출판단지
파주 출판도시 안에는 개성 넘치는 서점, 북카페, 갤러리, 박물관 등이 수두룩한데, 이곳의 대표명소는 초대형 서재 ‘지혜의 숲’이다. 들어가면 높은 천장까지 들어찬 큰 책장이 보이는데, 말 그대로 책의 숲에 들어선 듯하다. 열람과정도 단순하다. 원하는 책을 골라 테이블에 앉아서 읽고 제자리에 직접 꽂아두면 된다.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최근에는 효형출판의 ‘북카페 눈’, 열린책들의 ‘미메시스 뮤지엄’, 피노키오를 테마로 하는 ‘피노키오 뮤지엄’도 인기다. 출판도시의 건물들은 대부분 유명한 건축가 작품인 만큼 건축투어를 즐겨도 좋고, 파주의 명소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가봐도 좋다. 내면을 채운 후 외양을 꾸미러 아울렛에 들러 쇼핑을 해도 물론 좋다.
#2. 청록파 박두진의 고향 안성
혜산(兮山) 박두진은 1939년 정지용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장’ 지를 통해 등단했다. 해방 이듬해 시인 박목월·조지훈과 공동시집 『청록집』을 출판하며 이들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렸다. 경기도 안성에는 그를 기리는 공간이 있다. 보개도서관 3층의박두진자료실이다. 시인의 생애와 한국 문학사를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시인이 등단한 해 ‘문장’ 지 1권 5집과 1946년 청록집 외에도 첫 단행본인 1949년 『해 』등 희귀 서적이 가득하다. 혜산이 손수 그린 수묵화와 취미로 수집한 수석 등 유품 300점도 전시돼 있다. 안성맞춤랜드와 가을목장의 풍경이 담긴 안성팜랜드를 함께 들러보는 것도 좋다.
▶ 금요일·공휴일 휴관(일요일 제외)
#3. 황순원 ‘소나기’의 양평
순수한 소년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황순원의 ‘소나기’ 끝부분에는 ‘양평읍’이라고 작품 배경이 경기도 양평임을 암시하는 구절이 나온다. 양평 서종에 소나기마을이 들어선 이유다. 소설 속 수숫단과 징검다리 등을 재현하고 작가의 대표작을 주제로 한 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안에는 영상과 유품으로 황순원을 만날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 첨단시설로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작품 속으로’ 등 2개의 테마 전시실로 꾸몄다.
소년과 소녀의 학교 교실로 꾸민 ‘남폿불 영상실’은 소나기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추억공간이다. 문학카페 ‘마타리꽃 사랑방’에서는 황순원의 작품을 종이 책은 물론, e북과 오디오북으로 체험할 수 있다.
▶ 월요일 휴관.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4. 남한산성 등산길에 만나는 만해
만해 한용운은 3·1운동을 주도한 민족지도자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의 만해기념관은 만해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했을 뿐 아니라 그의 문학세꼐를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의 책과 저술, 독립운동 자료와 훈장이 전시돼있다. 특히 대표작 『님의 침묵』초간본을 비롯한 160여 종의 판본과 800편이 넘는 연구서는 만해의 세계관을 살펴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기념관에서는 성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만해 한용운선생과 함께하는 역사여행’ 등 다양한 정기·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바로 옆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이나 가을단풍명소인 광주 화담숲을 찾아 만해와 만추의 대화를 즐겨보자.
▶ 월요일 휴관. 어른 2000원, 학생 1000원.
#5. 문학·연극 있는 동탄 홍사용문학관
‘나는 왕이로소이다’ ‘그것은 모두 꿈이었지마는’ 등을 남긴 시인 노작 홍사용. 그는 일제강점기에 낭만주의 문학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극단 토월회에서 활동하며 직접 서양극을 번역하고 연출을 맡는 등 신극 운동을 이끌었다. 화성 동탄 신도시의 ‘노작홍사용문학관’은 그의 문화사적 업적을 발굴하고 계승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제 1전시실은 시인의 삶을 주제로 꾸몄고, 제 2전시실은 작품세계와 활동을 중심으로 자세히 알아 볼 수 있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 독서와 커피를 함께 즐기는 북카페도 운영한다. 다목적 소극장 ‘산유화극장’에서는 연극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융건릉이나 공룡알 화석산지 등을 함께 돌아보는 코스도 좋다.
▶ 월요일 휴관, 이용료 무료.
#6. 영원한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기념관
가평 쁘띠프랑스는 소설 『어린왕자』를 주제로 꾸민 프랑스 테마파크다. 남프랑스풍 건물들을 구경하며 소설 등장한 사막여우, 술주정뱅이, 지리학자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국적인 볼거리도 많다. 특히 전통주택 전시관은 150년 된 프랑스의 실제 고택을 통째로 옮겨와 식기, 가구, 생활용품 등을 함께 전시한다.
거리에서는 마리오네트 댄스와 인형극 등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쁘띠프랑스 내 생텍쥐페리 기념관은 작가이면서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의 일생과 작품세꼐를 전시했다. 작가의 친필원고와 직접 그린 삽화도 있다. 쁘띠프랑스에서 나와 아침고요수목원과 자라섬을 들르면 절정에 이른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 어른 8000원, 어린이 5000원.
글 = 최승표 기자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제작 = 노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