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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청백봉사상] 투시형 환기구·터널 공법 개발한 ‘지하철 수퍼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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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상 받는 서울시 계약심사과 토목심사팀 김종호 사무관

지난달 30일 신림경전철 공사 현장에 간 김종호 서울시 사무관(사진 왼쪽). [사진 서울시]

지난달 30일 신림경전철 공사 현장에 간 김종호 서울시 사무관(사진 왼쪽). [사진 서울시]

제41회 청백봉사상 대상의 주인공인 김종호(56) 서울시 계약심사과 토목심사팀장(사무관)은 ‘지하철 수퍼맨’으로 불린다. 터널, 스크린도어, 환기구 등 지하철과 관련된 시설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김 사무관은 34년간 지하철건설본부·도시철도국·토목심사팀 등 서울시의 토목·교통 부서를 두루 거친 베테랑 기술직 공무원이다.

34년간 토목 부서 두루 거친 베테랑 #콘크리트 균열 막는 터널 공법 개발 #공사비 ?핀셋 심사?로 2775억 절감

지금은 흔해진 유리 지하철 환기구도 그의 작품이다. 원래 지하철 환기구는 가로 6m 세로 2m 크기의 직사각형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였다. 보도에 1m 높이로 불쑥 솟아 있는 콘크리트가 미관을 해치고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콘크리트 벽 때문에 상가가 가려지는 것에 상인들의 저항이 컸다. 김 사무관은 당시 유행한 통유리 건물 시공법에서 실마리를 찾았고, 2000년 유리를 활용한 투시형 환기구 시공법을 개발했다. 공사비가 10분의 1로 줄었고 민원도 해결됐다. 지금은 전국 시·도에서 투시형 환기구를 쓴다.

콘크리트 지하철 환기구와 그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투시형 환기구. [사진 서울시]

콘크리트 지하철 환기구와 그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투시형 환기구.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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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무관은 1983년 경남 의령에서 공직에 발을 디뎠지만 3년 후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그는 지반이 약하고 물이 많아 공사가 어려운 영등포 지역의 지하철 공사 관리 감독을 맡았던 30대를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는다. 현장 감독으로만 일한 세월이 총 15년이다. 지반과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 보강 공법을 터득하고 측벽선행시공법(자갈과 콘크리트가 분리돼 균열이 생기는 현상을 방지하는 시공법)을 개발한 것도 현장과 씨름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사무관의 현장 감각은 공사비 심사 업무에도 도움이 됐다. 그는 2003년 서울시에 신설된 재무국 계약심사과의 창단 멤버다. 서울시와 산하 기관에서 민간에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주간에 끝낼 수 있는 공사 일정을 야간에 잡아 인건비가 부풀려지지는 않았는지, 간이 흙막이를 설치해도 되는 곳에 가시설을 만들어 자재비가 비싸진 것은 아닌지 등을 심사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그가 2003년부터 서울시 계약심사과에 근무하며 부풀려진 공사비를 바로잡아 절감한 예산이 총 2775억원이다. 그의 이 같은 계약심사 ‘노하우’는 울산·나주·원주 등의 지자체 공무원에게 전수됐다.

계약심사과는 국무총리, 서울시장,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표창을 받았지만 공무원 사이에서는 기피 부서로 통한다. 예산을 깎는 것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원성을 사는 일이 흔하고 현장의 궂은일을 도맡을 때도 많다.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후배들이 공무원의 소명과 원칙을 지키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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