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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현대 아울러 혁신 꾀하는 아름지기 … K패션 미래를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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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이 슈 아시아 미술관장. 중국계인 그는 인터뷰 날 한국의 전통공예인 조각보를 응용한 넥타이를 매고 와 이번 전시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제이 슈 아시아 미술관장. 중국계인 그는 인터뷰 날 한국의 전통공예인 조각보를 응용한 넥타이를 매고 와 이번 전시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한국 손님을 맞는 제이 슈(54)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장은 조각보를 변주한 넥타이를 하고 나와 환영의 마음을 표현했다. 미국 내 주요 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본격 한복 전시회 ‘우리의 옷, 한복(Couture Korea)’을 개최하는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내년 2월 4일까지 세 달여 이어질 이번 전시는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와 손잡고 마련한 특별전이다. 한국 전통 복식과 현대 패션 디자인 120여 점을 1층 3개 기획 전시실에 나눠 선보이며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옷으로 말한다.

미 주요 미술관서 ‘우리의 옷’ 개막 #조선시대 다양한 남녀 옷차림 재현 #진태옥·임선옥·정미선씨 등 참여 #슈 관장 “아름지기와 협업에 감사” #내년 2월 4일까지 석달 간 선보여

“한국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을 목표로 하는 아름지기, 과거와 현재의 독특한 만남에서 혁신을 꾀하는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의 뜻이 맞아떨어졌어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동서양 젊은 실무자들의 의기투합이 멋진 전시로 만들어져 기쁩니다.”

아름지기가 운영하는 의식주 연구소인 ‘온지음’의 옷공방은 조선시대 남녀노소가 입었던 다양한 옷차림을 재현했다. 원로 디자이너 진태옥(83) 선생이 한국의 활옷과 ‘신윤복의 미인도’ 등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의상은 샤넬의 칼 라거펠트(79)가 한국 나전칠기와 보자기 등에서 주제를 가져온 근작과 어우러졌다.

젊은 디자이너 임선옥(55), 정미선(33)씨는 현대 여성이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소재와 실루엣을 추구하면서도 전통 생활공간에서 한복이 지녔던 패션 감각을 되살려냈다. 제이 슈 관장은 “K팝이나 K드라마를 능가할 K패션의 가능성이 눈부시다”고 평가했다.

원색이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무채색이면서도 어둡지 않은 전통한복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원색이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무채색이면서도 어둡지 않은 전통한복들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슈 관장은 중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미국 주요 미술관의 관장 직에 오른지라 아시아 미술에 대한 이해와 사명감이 남다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여는 ‘해외 큐레이터를 위한 한국미술워크숍’에 2003년부터 세 차례 참여해 “나는 KF가 낳은 한국통 아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다.

1일(현지시간) 오전 언론사 기자들을 위한 설명회에서도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전시를 기획한 김현정(50) 큐레이터와 일문일답을 하면서 이번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그는 “고려 자기, 조선 나전칠기 등 800여 점 한국 소장품을 현대 작품과 조화시켜 6개월마다 교체 전시하고 있는데 마침 한복 전시를 맞아 7일부터 한국 미술 상설 전시실에서 초상화·장신구·보자기 등을 선보여 관람객의 이해를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 진태옥이 궁중 한복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현대 의상.

디자이너 진태옥이 궁중 한복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현대 의상.

이날 오후 미술관 내 삼성홀에서 열린 프리오프닝에는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을 비롯해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 조효숙 가천대 부총장, 한상호 변호사 등이 참여해 미국 내 주요 미술관에서 처음 개최되는 한국 패션전의 성공을 축하했다. 임선옥·정미선 디자이너는 관람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패션 도시 서울의 열기와 한복에 얽힌 의상 철학을 전했다. 오는 4일에는 진태옥 디자이너와 패션 전문학자인 닐 우 깁스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 ‘진태옥: 한국 패션의 선구자’가 이어진다.

슈 관장은 “역사와 전통에서 영감을 얻어 시대를 뛰어넘는 정체성을 일궈나가는 한국의 오늘이 한복 전시에 선명하다”고 인사했다. 그는 “우리 미술관의 정신을 드높인 아름지기와의 협업에 감사한다”고 건배했다.

샌프란시스코=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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