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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특혜채용 논란에 사의 … 금융권 인사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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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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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발 금융권 물갈이가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에서 시작된 채용비리 후폭풍이 농협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에까지 번지며 인사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인 우리은행 이광구(사진) 행장은 2일 사의를 표했다.

우리은행장, 내부 인사 발탁 가능성 #채용비리 관련 검찰 수사 계속 진행 #금감원 조치 따라 쇄신 규모 커질 듯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이날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2016년 신입 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회 간담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고, 후임 은행장 선임 절차 진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올 3월 연임에 성공해 2기를 맞은 지 8개월 만이다. 이 행장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다. 이 행장은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 법적으로 행장직을 유지한다. 우리은행 이사회의 사내 이사는 이 행장과 오정식 상근감사위원 두 명뿐이라 행장 직무대행을 맡을 인물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차기 행장 후보군은 안갯속이다.

다만 빠른 조직 안정을 위해 가급적 현직 내부 인사 중 후보를 정하자는 게 우리은행 이사회의 중론이다. 특히 이번 특혜 채용 논란이 상업·한일 양 계파 갈등과 무관치 않은 만큼, 가급적 전직 인사는 배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감에서 우리은행이 지난해 신입 행원 공채 때 금감원·국정원·고액 고객의 추천자를 채용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근거로 인사부 내부문건을 제시했다.

채용 비리로 인한 사정의 신호탄은 지난 9월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로 촉발됐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6년도 채용 과정에서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16명의 당락을 바꿨다. 김수일 전 부원장과 이병삼 전 부원장보 등 3명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1일 이 전 부원장보에게는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청탁 전화를 한 혐의로 금감원 채용비리에 연루됐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4월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6개월 남겨둔 김 회장의 거취도 불투명한 상태다.

금감원 인사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홍식 금감원장은 지난달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달 초 (임원 인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임원은 수석부원장 1명과 부원장 3명, 부원장보 9명 등 13명이다. 이 중 채용비리 의혹으로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 등 3명은 물러난 상태다.

채용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해 비리사실에 대한 전수조사를 단행해 법령 개선과 감독체제 정비, 적발 사례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를 검토하라”고 말했다.

‘적폐 청산’을 내건 현 정부가 채용비리발 사정에 나서면서 향후 금융권 인사의 물갈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신용보증기금·산업은행·기업은행·예탁결제원 등 7개 금융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증권금융 등 5개 금융 관련 공직 유관단체의 5년간 채용 업무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섰다.

국내 은행 14곳도 채용시스템을 자체 점검 중이다. 점검 결과에 따라 대대적인 인사 교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당국도 채용 비리 근절과 엄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1일 ‘금융권 채용문화개선회의’에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채용 비리가 발생한 금융공공기관은 관련자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시중은행은 금감원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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