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20조 팔고 10조 남겨 … 주주 배당 두 배로 확대

중앙일보

입력 2017.11.01 01:40

업데이트 2017.11.01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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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9조9100억원, 영업이익 9조96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날 서울 서초사옥 홍보관을 찾은 고객이 갤럭시노트8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9조9100억원, 영업이익 9조96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날 서울 서초사옥 홍보관을 찾은 고객이 갤럭시노트8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100원을 팔아 50원을 남기는 장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또 한번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31일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반도체 사업이 19조9100억원의 매출, 9조9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50%로 역대 최고 기록(45.7%)이었던 2분기보다도 4.3%포인트나 더 올랐다. 이 회사의 3분기 전체 매출은 62조500억원, 영업이익은 14조5300억원이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반도체, 공급 모자라 가격 많이 뛰어
3분기 영업익 2014년 한해치 웃돌아
“외국인 지분 절반 넘는데 배당 확대
M&A 같은 미래 성장 전략 더 시급”

지난달 13일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이 가장 주목했던 건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었다.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이끈 주역이다.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던 시장의 기대가 들어맞았다. 9조9600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은 반도체 사업이 2014년 한 해 거둔 영업이익(8조7800억원)보다 1조1800억원이 더 많은 수치다.

100원을 팔아 50원을 남겼다는 데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기준 D램 시장점유율 45.1%,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38.3%인 1위 사업자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 서비스 등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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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도 없지 않다. 일단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가 의문이다. 최근의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에 기인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0여 년간의 치킨게임 끝에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네댓 곳의 핵심 업체들만 경쟁하는 과점 체제가 구축됐다. 갑자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지만, 공장이 부족해 찍어내려야 찍어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달콤한 공급 부족의 시간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거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일단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헤드는 “지난해부터 주요 기업들이 생산설비 증설 경쟁을 시작했고, 2018년 말~2019년 초면 신규 라인에서 본격 생산이 시작된다”며 “그때 반도체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가 관건이겠지만, 지금과 같은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지는 않을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얼마나 큰 타격을 줄지도 미지수다. 메모리 반도체의 불모지이자 최대 수요처인 중국은 국가적 투자를 통해 당장 내년부터 낸드플래시 생산을 본격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용호 교수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저가 제품의 공세로 시장 가격이 교란되는 것이 문제”라며 “2019년 이후 반도체 시장의 물을 중국이라는 미꾸라지가 크게 흐려놓을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쏠림도 회사 전체의 숙제다. 이 회사의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매출 11조1300억원에 영업이익 4400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영업이익률 4%). 경쟁사인 LG전자의 가전·TV 사업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실속이 덜한 장사였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IT·모바일(IM) 부문은 매출 27조6900억원, 영업이익 3조2900억원을 기록했다(영업이익률 11.9%).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시설 투자 규모를 확정해 발표했다. 전체 시설 투자는 4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25조5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29조5000억원), 디스플레이(14조1000억원) 등 DS(부품) 부문에 투자가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또 2018~2020년의 주주 환원 정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잉여 현금 흐름의 절반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방침은 유지하되 배당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7년 4조8000억원, 2018~2020년에 매년 9조6000억원씩 현금 배당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으며, 배당은 당장 돈을 손에 쥐고 싶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대규모 주주 환원 정책보다 장기 성장 전략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삼성전자가 미래를 대비한 인수합병(M&A)엔 손을 놓고 배당을 늘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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