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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에 어선 나포돼도 깜깜 … 위기 컨트롤타워 어디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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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 국민이 탄 어선이 북한에 나포된 지 일주일이나 지나도록 정부가 까맣게 모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이 지난 27일 갑자기 어민들을 송환하겠다는 발표를 듣고서야 알게 됐다. 경주시 수협 소속 ‘391 흥진호’는 지난 21일 동해에서 조업하다 북한 경비정에 의해 강제 나포됐다. 그런데 해경은 북한에 나포됐을 가능성이나 실종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단순히 수색 작업만 벌여 왔다.

흥진호가 조업에 나선 것은 지난 16일 정오쯤이다. 이 어선은 울릉도 저동항을 나간 뒤 20일 오전 10시19분에 울릉도 북동쪽으로 339㎞ 떨어진 대화퇴 어장에서 조업한다고 수협중앙회 어업정보통신국에 알려왔다. 대화퇴 어장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 있지만 일본에 더 가까운 공해다. 해경은 흥진호가 21일 오후 10시39분까지 조업 위치를 추가로 보고하지 않자 ‘위치보고 미신고 선박’으로 분류하고 수색에 들어갔다. 당시 해상에는 파고가 높고 기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해경은 무엇보다 먼저 흥진호와 통화해 위치와 상황부터 확인했어야 했다. 흥진호는 먼바다에서도 장거리 통화가 가능한 통신체계를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더 문제는 흥진호의 이러한 나포 상황에 대해 해경과 정부가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계속해 오던 북한이 태도를 바꿔 ‘인도적 차원’이라며 송환하겠다고 발표하자 정부는 항의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처럼 유화적으로 나와서인지 정부의 입장은 애매모호했다. 오히려 흥진호 선원들에 대해 합동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한반도는 북핵 위기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북한에 나포된 우리 어선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정부가 앞으로 북한이 더 큰 도발을 해오면 어찌할 것인가. 위험한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부터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