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원연합회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 은퇴 후 주로 집에서 소일하며 시간을 보내던 이은구(75)씨는 최근 새로운 취미에 빠졌다. 경기도 이천시 이천문화원에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씨는 “혼자 요리학원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여기선 동년배와 어울려 요리를 배울 수 있어 즐겁다”며 “떡볶이와 샐러드 등 손주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 김상돈(73)씨는 서울 동작구 동작문화원 합창단에서 가곡 등을 배우고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한다. 김씨는 “텅 빈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우울해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았다”며 “이곳에 나와 노래를 부르고 공연 준비를 하니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아직 내가 건강하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만족해했다.
![경기도 이천시 이천문화원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인 ‘우리집 대령숙수’의 참가자들이 함께 파전을 만들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원연합회]](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0/31/ba5d1446-6b01-46e5-934c-74ec2b8fda96.jpg)
경기도 이천시 이천문화원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인 ‘우리집 대령숙수’의 참가자들이 함께 파전을 만들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원연합회]
60세 이상 5명 중 2명은 우울증
100세 시대의 키워드는 장수가 아니라 행복이다. 은퇴 후 얼마나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가가 삶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현역 시절 사회·경제적 활동에 집중했다면 노후에는 자신에게 집중하며 정신·신체적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여가활동을 찾아야 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가 생기면 마냥 편할 것 같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고독감·소외감·우울감이 커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실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 우울증 환자 수는 전체 환자의 42%로, 노인 5명 중 2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집 밖을 나와 취미활동을 즐기거나 평소 관심 있었던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활기찬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전국 문화원과 문화시설에서 찾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는 2007년부터 11년째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문화로 청춘’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기획됐다.
어르신 문화예술교육 동호회와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 문화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어르신 문화일자리’, 청년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소통하는 ‘어르신-청년 협력프로젝트’, 노년층이 많은 장소를 방문해 전시와 문화예술 공연을 진행하는 ‘찾아가는 어르신 문화예술 공연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봉사활동·공연 통해 재능 기부

서울 영등포문화원의 ‘취타대와 어우러진 민속 공연한마당’ 행사 모습.
요리를 배울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도 있다. 60세 이상 남성이라면 경기도 이천문화원의 ‘우리집 대령 숙수’ 프로그램을 통해 김치·된장국·피자·떡볶이 등을 만들고 요리법을 배울 수 있다.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봉사활동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 영등포문화원의 ‘취타대와 어우러진 민속공연 한마당’에 참여하면 전통 행진곡풍 군례악인 취타와 무용, 민요, 난타 등을 배우고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 공연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 서울 동작문화원은 ‘동작의 은물결 합창단’을 운영한다. 단원이 되면 가곡을 배우고 공연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 봉사를 하는 서울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의 ‘사랑담은 어르신 디카봉사단’과 풀짚공예를 배울 수 있는 경기도 광주시 풀짚공예박물관의 ‘풀짚공예의 추억 Ⅱ’ 등이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올해에는 전국 문화원과 문화시설 총 333곳에서 9000여 명의 어르신이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앞으로 더욱 많은 어르신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활기찬 제2의 삶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