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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킹’ ‘구탱이형 ’ 인간미 넘쳤던 천상 연기자 김주혁

중앙일보

입력

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45세. 아직 한창 활동을 할 시기에 세상을 떠난 것에 팬들은 더욱 안타까워 하고 있다.

작고한 원로 배우 김무생의 차남이자 동국대 연극영화과 후배이기도 한 김주혁은 1997년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뒤 이듬해 SBS 공채 8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광식 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광식 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

김무생은 2005년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김주혁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드러냈다. 같은 해 SBS ‘연기대상’에서 김무생이 공로상을 받자 대리 수상자로 나선 김주혁은 “선배이자 아버지인 아버지가 그립다. 참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는 감동 어린 소감을 전했다.

“아버지의 후광 덕을 본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기초부터 차근히 밟아 올라가기 시작한 김주혁은 1998년 SBS TV 주말극 ‘흐린 날에 쓴 편지’에서 작은 배역을 맡으며 출발했다.

이후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명환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2001년 ‘세이 예스’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좋아해줘 김주혁.

좋아해줘 김주혁.

김주혁은 로맨틱 코미디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다. 특히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인상깊은 연기로 인기를 끌었다. 김주혁은 ‘프라하의연인’으로 제42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차지했다.

이후 김주혁은 ‘청연’, ‘사랑따윈 필요 없어’, ‘아내가 결혼했다’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며 ‘로코킹’의 명성을 이어갔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왕성한 활약을 했다. 2013년 12월에는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에 합류, 2년간 ‘구탱이 형’으로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다가 2년만인 2015년 12월 자진 하차했다.

예능 활동을 접고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주혁은 연기에 집중했다. 영화 ‘좋아해줘’(2015)로 겉으로는 무뚝뚝해도 다정한 정성찬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로코킹’의 진가를 증명했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년 11월 10일 개봉)’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배우 이유영(28)을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해 사랑을 싹틔웠다. 이 영화에서 김주혁은 화가 '영수', 이유영은 그의 여자친구이자 자유분방한 여성 '민정' 역을 맡았다.

둘은 지난해 9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함께 참석해 영화제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김주혁은 지난 27일 열린 ‘더 서울 어워즈’ 시상식에서 ‘공조’ 차기성 역으로 영화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김주혁, 4년만에 &#39;아르곤&#39;으로 드라마 복귀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김주혁이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드라마 tvN 새 월화드라마 &#39;아르곤&#39;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8.30   ryousant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주혁, 4년만에 &#39;아르곤&#39;으로 드라마 복귀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김주혁이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드라마 tvN 새 월화드라마 &#39;아르곤&#39;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8.30 ryousant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당시 그는 “연기생활 20년 만인데 영화에서 상을 처음 받아본다. 로맨틱 코미디 물을 많이해 항상 갈증이 있었다. 기회를 주신 김성훈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주혁은 영화 ‘흥부’, ‘독전(가제)’, ‘창궐(특별출연)’ 등의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작품이 고인의‘유작’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29분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김주혁이 운전한 벤츠 SUV 차량이 코엑스 사거리에서 경기고 사거리 방향으로 진행하던 그랜저 차량을 들이받았다. 김씨의 차는 추돌 후 인도를 넘어 도로변의 아파트 입구 앞에서 전도됐다. 사고가 난 차에는 김씨 혼자 타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차량 엔진에서 연기가 났지만, 화재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가 오후 5시 4분쯤 찌그러진 차에 끼어있는 김씨를 구조해 건국대병원으로 이송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오후 6시 30분쯤 사망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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