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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공개한 M-SAM 한달만에 폐기처분…송영무 국방부 장관 사업취소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5일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의 당면한 탄도미사일 위협을 막을 중거리지대공 미사일(M-SAM)의 개량형인 철매-II 생산이 좌초될 위기다. 철매-II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요격체계다. 여기에 탄도미사일 방어에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2차 사업’도 함께 중단됐다.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 대비에 중대한 구멍이 생겼다.

올해 연말 실전배치 앞둔 철매-II 사업 멈추나 #북한 탄도미사일 막는 KAMD 체계 공백 우려 커져 #국방부, 2018년 예산에 넣고 두 달만에 입장 바꿔 #전작권 조기 추진 앞두고 전력화 우선순위 꼬였나

국방부와 방사청 및 업계에 따르면 M-SAM 성능개량 사업을 마치고도 예산 등의 문제로 생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당초 개량형 M-SAM인 철매-II를 올해 말 계약 후 곧바로 생산할 계획이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종대 의원은 30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지시로 이 사업이 전격 중단됐다"며 합참과 방위사업청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 의원의 주장은 송 장관이 이달 20일로 예정됐던 제106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개최를 다음 달 17일로 연기하고 안건도 변경했다는 것이다. 당초 방추위에서 철매-II 사업의 생산계획을 심의ㆍ의결키로 했다고 한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요소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일명 철매Ⅱ) 시험발사가 지난해 3월 2월 충남 안흥의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군은 2020년까지 M-SAM 개발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방위사업청]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요소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일명 철매Ⅱ) 시험발사가 지난해 3월 2월 충남 안흥의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군은 2020년까지 M-SAM 개발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방위사업청]

M-SAM 성능개량은 기존에 배치된 항공기 요격 미사일 천궁에 탄도탄 요격기능을 추가해 저고도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키우는 사업이다. 천궁은 중고도에서 침투해오는 적 전투기를 요격하는 미사일인데 성능을 개량하면 탄도미사일 방어도 가능하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에 성공했고 올해 말 생산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해 요격시험을 5차례 실시해 모두 성공했으며 올해 6월 전투적합성 판정까지 받았다.

국방부는 철매-II 사업 중단에 대해 30일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취소 가능성도 내비쳤다. 거듭된 질문에는 “여기서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확답을 피했다. 방사청은 “방추위 개최시기가 미뤄졌다”며 일정 변경은 인정했다. 그러나 “(개량형 M-SAM 사업)이 안건에는 들어가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다.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DDG 73)가 SM-3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군]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DDG 73)가 SM-3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군]

송 장관이 철매-II 생산을 미룬 배경에는 고고도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인 SM-3 미사일 도입 가능성에 따른 영향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송 장관은 SM-3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KAMD 체계를 3중 방어 형태로 보완하려는 차원에서다.

KAMD 개념은 1차적으로 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 2차적으로 저고도에서 패트리엇(PAC-3)과 국산 철매-II로 방어한다. 사드급으로 고도 40∼150㎞에서 파괴를 시도하고 그래도 남은 탄도미사일은 PAC-3와 M-SAM으로 20㎞ 부근에서 막겠다는 개념이다. 여기에 송 장관이 제기한 SM-3를 도입하면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고층인 500㎞ 고도에서 한번 더 요격을 시도할 수 있어 보다 한층 강화된 다층적 방어체계가 만들어진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28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공동성명 문안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28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공동성명 문안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송 장관은 지난 28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우리 군의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을 위해 한ㆍ미 양국이 긴밀히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SM-3 구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추가 미사일 도입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송 장관은 “적정수준의 미사일이 더 필요하지만 유도탄의 종류나 능력은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아직 구체적인 검토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SM-3를 도입하기 위해 한 달 뒤부터 들어갈 M-SAM 생산을 취소하거나 미룬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공세적인 작전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킬체인(Kill Chain)의 타격 체계를 늘릴 가능성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력화 우선순위가 꼬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사열을 하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뒤에 보이는 무기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M-SAM.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사열을 하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뒤에 보이는 무기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M-SAM. [사진 연합뉴스]

전작권 전환은 ▶북한이 핵 등 대량살상무기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쏘기 전에 타격하는 킬 체인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KAMD ▶북한 도발시 북한 전쟁지도부를 제거하는 대량 응징보복(KMPR) 체계 등 3축 체계를 완성해야 가능하다. 철매-II 사업을 취소하면 당장 KAMD 사업이 멈추게 된다. 탄도탄 요격이 가능한 중ㆍ저고도 미사일 요격체계를 20개 포대이상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당장 12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철매-II 사업 연기 또는 취소를 두고 장기적인 안목 없이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1390억 원을 투자해 개발을 완료한 M-SAM 개량사업이 하루 아침에 멈추게 됐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지난 8월 작성한 2018년도 국방예산에 철매-II 사업을 포함해 KAMD를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지 불과 두 달만에 계획을 뒤엎은 것이다. 올해 연말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철매-II 생산을 앞두고 업체들은 모든 준비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철매-II 사업은 해외 무기에 의존하던 저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국산 무기로 대체한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도입한 패트리엇(PAC-2)을 운용하고 있으며 개량형인 Pac-3를 도입할 계획이다. 국산 철매-II는 ▶다표적 동시 대응능력 ▶고기동 요격 유도탄 ▶전자파 방해 방책 대응능력 ▶짧은 작전 준비시간과 기동성 등 다양한 기능을 구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II 사업’도 KAMD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국방부는 북한이 잠수함용 탄도미사일(SLBM) 실전 배치를 앞두고 긴급소요로 추진해왔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북핵ㆍ미사일 위협 대비 조기경보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됐다. 당초 올해 사업을 시작해 2020년께 배치될 예정이었다.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추가 확보가 미뤄지면 한반도 전방위 감시체계 구축도 미완성으로 끝나게 된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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