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동점, 5시간 17분 혈투 끝에 웃은 휴스턴

중앙일보

입력 2017.10.30 16:51

30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5차전, 12-12로 팽팽한 연장 10회 말 2사 주자 1, 2루에서 휴스턴 알렉스 브레그만이 타석에 들어섰다. 한 점만 뽑으면 휴스턴이 이기는 상황이었다.

결승타를 날린 휴스턴 알렉스 브레그만. [사진 휴스턴 SNS]

결승타를 날린 휴스턴 알렉스 브레그만. [사진 휴스턴 SNS]

다저스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마운드에 올라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을 비롯해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을 모았다. 잰슨은 이미 32개 공을 던져 볼 끝이 날카롭지 않았다. 하지만 다저스 선수들은 다저스의 수호신인 잰슨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다. 하지만 휴스턴의 기세는 막을 수 없었다. 브레그만은 잰슨이 던진 초구 커터를 바로 받아쳐 좌전 결승타를 날렸다. 더그아웃에 있던 휴스턴 선수들이 뛰어나왔고, 휴스턴 홈 관중들은 전부 일어나 얼싸안고 환호했다.

동점만 4번 나오고, 경기 시간은 무려 5시간 17분이 걸렸다. 연장 10회 혈투 끝에 13-12로 이긴 건 휴스턴이었다.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3승2패를 만든 휴스턴은 1승만 추가하면 구단 최초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선다. 휴스턴은 1962년 창단 이후 55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었다.

5차전은 양 팀 각각 14안타를 추고 받은 난타전이었다. 휴스턴은 홈런 5방, 다저스는 홈런 2방을 터뜨리며 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번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22개의 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4.4개에 육박하는 기록이다. 양 팀 투수들은 월드시리즈에서 쓰는 공인구가 정규시즌 때와는 다르고, 표면이 미끄러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양 팀 에이스도 제구가 흔들렸다. 휴스턴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은 3과3분의2이닝 만에 5피안타 2볼넷·4탈삼진·4실점(3자책),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는 4과3분의2이닝 4피안타(1피홈런)·3볼넷·2탈삼진·6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환호하는 휴스턴 팬들. [사진 휴스턴 SNS]

환호하는 휴스턴 팬들. [사진 휴스턴 SNS]

다저스는 1회 초 2사 만루에서 로건 포사이드의 적시타와 상대 1루수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악송구 실책을 묶어 3-0으로 앞서나갔다. 4회 초에도 오스틴 반스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추가했다. 결국 카이클은 강판당했다. 하지만 바로 4회 말 1사 2,3루에서 실책을 저질렀던 구리엘이 커쇼를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순식간에 4-4 동점이 됐다. 구리엘은 지난 3차전에서 다저스의 일본인 선발투수 다루빗슈 유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터라, 다저스 팬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하지만 5회 초 다저스 코디 벨린저가 3점 홈런을 터트려 7-4로 역전시켰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한 편의 드라마가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커쇼는 5회 말 2사 후 연속으로 볼넷을 던져 불펜 마에다 겐타로 교체됐다. 마에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 9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그런 마에다를 상대로 호세 알투베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3점포를 터뜨렸다. 7-7 두 번째 동점을 알리는 홈런이었다.

다저스는 7회 초 1사 1루에서 벨린저의 좌중월 3루타에 1점을 앞섰다. 휴스턴 중견수 조지 스프링어가 공을 무리하게 잡으려다 놓친 게 뼈아팠다. 하지만 스프링어는 곧바로 만회했다. 7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다저스 불펜 브랜던 모로의 초구를 좌중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8-8 세 번째 동점을 알리는 홈런이었다. 다음타자 브레그먼과 알투베의 연속 안타에 힘입어 9-8로 역전해, 휴스턴은 이날 처음으로 리드에 성공했다. 카를로스 코레아의 2점포까지 폭발해 점수는 11-8로 벌어졌다.

다저스는 8회 초 코리 시거의 1타점 2루타로 1점 추격했지만, 휴스턴은 8회 말 브라이언 맥캔의 솔로포로 달아났다. 드라마는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 다저스는 9회 초 야시엘 푸이그의 2점 홈런과 크리스 테일러의 중전 적시타로 결국 12-12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마지막 한 점은 휴스턴의 몫이었다.

휴스턴 4번타자 코레아는 "예측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엄청난 경기였다. 이런 경기를 이겨서 정말 기쁘다. 이 기세를 몰아 LA에서 우승 축포를 터뜨리겠다"고 했다. 월드시리즈 6차전은 11월 1일 오전 9시20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휴스턴은 저스틴 벌랜더, 다저스는 리치 힐을 선발로 예고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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