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스페이시, 男배우 성추행 의혹에 "사죄한다…난 동성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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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랩(46, 왼쪽)과 케빈 스페이시(58). [트위터 캡처]

앤서니 랩(46, 왼쪽)과 케빈 스페이시(58). [트위터 캡처]

미국 배우 앤서니 랩(46)이 29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14살 때 케빈 스페이시(58, 당시 26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스페이시는 트위터를 통해 "기억나지 않지만 사죄한다"고 입장을 밝힌 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털어놓았다.

배우 앤서니 랩 "14살 때 스페이시가 성추행"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 위에 올라탔다" 폭로 #스페이시 "기억 안 나지만 사죄한다" #"그동안 남녀 모두와 관계…동성애자로 살겠다"

이날 인터뷰에 따르면 랩과 스페이시는 1986년 브로드웨이에서 함께 공연에 출연하며 친해졌다. 어느 날 스페이시는 랩을 자신의 아파트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한 뒤 밤이 깊어지자 그를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 위에 올라타 성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당시 스페이시는 26세였고 랩은 14살의 미성년자였다.

1986년 브로드웨이에서 상영된 연극 '귀한 아들들(Precious Sons)의 안내 책자. 빨간 원 안의 인물이 당시 14세였던 앤서니 랩이다. [버즈피드 캡처]

1986년 브로드웨이에서 상영된 연극 '귀한 아들들(Precious Sons)의 안내 책자. 빨간 원 안의 인물이 당시 14세였던 앤서니 랩이다. [버즈피드 캡처]

파티장에서 유일하게 미성년자였던 랩은 아는 사람이 없어 혼자 침실에 들어가 TV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파티는 랩이 모르는 사이에 끝났고, 아파트에는 랩과 스페이시 둘만 남게 됐다.

랩은 "스페이시가 취한 듯한 모습으로 침실에 들어왔다. 그가 마치 신랑이 신부를 안듯이 나를 들어 올리더니 침대에 눕히고 내 위로 올라탔다"며 "스페이시는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스페이시가 내게 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돌이켰다.

스페이시는 랩을 팔로 힘주어 누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랩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 스페이시를 밀어낸 뒤 현관으로 빠져나왔다. 랩은 "스페이시가 뒤를 따라오며 '정말 갈 거냐'고 물었지만 나는 '가겠다'며 작별인사를 하고 집을 떠났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TV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왼쪽, 케빈 스페이시 분)가 남자 캐릭터와 키스를 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스페이시가 맡은 캐릭터 언더우드는 남녀 모두와 성적 접촉을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의 TV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왼쪽, 케빈 스페이시 분)가 남자 캐릭터와 키스를 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스페이시가 맡은 캐릭터 언더우드는 남녀 모두와 성적 접촉을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넷플릭스 캡처]

현재 46세인 랩은 이날 인터뷰에서 그날 이후 좌절과 분노, 성적 혼란을 겪어왔다고 토로했다. 랩은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어떻게 했어야 되는지 생각하느라 혼란스러웠다"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날 더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14살짜리 소년한테 그런 짓을 한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랩은 "지금도 스페이시를 보면 속이 뒤틀린다. 그날의 일들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채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랩의 폭로가 공개되자 스페이시는 트위터를 통해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랩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술에 취해서 그랬을 것"이라며 "랩이 오랜 기간 느껴왔던 감정들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스페이시는 이어 "나는 내 생애 동안 남녀 모두와 관계를 맺어왔고, 많은 남자들과 연애를 했다"며 "앞으로 나는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택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결혼을 하거나 연인을 두지도 않고 사생활을 철저히 숨겨 왔던 스페이시에 대해 동성애자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스페이시 자신은 이를 모두 부인해왔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역 배우로 데뷔한 랩은 96년 뮤지컬 렌트에서 주인공 마크 코언 역을 맡으며 미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지난 9월부터 미국 CBS에서 방영 중인 인기 SF 시리즈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에서 동성애자 생물학자인 폴 스테이메츠 역으로 활동 중이다. 랩은 지난 2014년 인터뷰에서 "나는 남녀 모두와 사랑을 나눠봤다"며 "내게 동성애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동성애 성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한 장면.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한 장면.

스페이시는 스크린과 무대, 방송을 넘나들며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 받은 정상급 배우다. 96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2000년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91년 연극 '사랑을 주세요(Lost in Yonkers)'로 토니상 남우주연상, 2015년엔 넷플릭스의 TV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로 골든글로브 TV드라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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