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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금품 제공시 시공권 박탈, 이사비 제공도 안 돼… 정부, '재건축 복마전' 손본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총회. 현대건설이 GS건설을 누르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김기환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총회. 현대건설이 GS건설을 누르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김기환 기자

국토교통부는 30일 최근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이사비 제공,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지원, 금품ㆍ향응 제공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입찰→홍보→투표→계약으로 이뤄지는 시공사 선정 제도 전반에 걸쳐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공사 입찰→홍보→투표→계약 전반 불법 행위 막는 개선안 마련 #'OS 요원' 홍보 제한, 부재자 투표 강화, 조합 임원 청탁금지법 적용 #올 연말~내년 초 시행… "재건축 불공정 수주 관행 정상화 기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1단지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조합원들에게 이사비 7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하고 한신4지구 수주전에선 롯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현금상품권과 명품 가방을 전달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수주전이 ‘복마전’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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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입찰 단계에서 건설사가 설계ㆍ공사ㆍ인테리어ㆍ건축옵션 등 시공 관련 사항만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ㆍ이주비ㆍ이주촉진비 및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은 제안할 수 없다. 재건축 조합원은 금융 기관을 통한 이주비 대출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감도를 제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안 설계를 제시할 경우 구체적인 시공 내역(공사비 내역, 시공 방법, 자재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재개발 사업도 재건축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만 영세 거주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건설사가 은행 조달 금리 수준에서 이주비를 융자ㆍ보증하는 것은 허용한다. 이를 어길 경우 입찰을 무효로 하기로 했다.

GS건설은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이 조합원에게 제공했다고 신고한 금품을 공개했다. [GS건설]

GS건설은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이 조합원에게 제공했다고 신고한 금품을 공개했다. [GS건설]

홍보 단계에선 건설사뿐 아니라 건설사와 계약한 외주 홍보업체 소속 ‘OS(outsourcing) 요원’이 금품ㆍ향응을 제공한 경우도 건설사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특히 금품ㆍ향응 제공과 관련해 1000만원 이상 벌금형,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은 경우 2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시공권을 박탈한다. 다만 조합원 피해가 우려되는 착공 이후엔 시공권 박탈 대신 공사비의 일정비율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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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과도한 홍보를 막기 위해 사전 등록한 OS 요원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에서 정한 공간에 개방된 홍보 부스 1곳만 설치해야 한다. 미등록 OS 요원이 활동하거나 개별 홍보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입찰을 무효 처리한다.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투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투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투표 단계에선 불법 소지가 많은 부재자 투표를 손질한다. 부재자 투표 요건을 해당 정비구역 밖의 시ㆍ도나 해외에 거주해 참석이 곤란한 조합원으로 한정한다. 투표기간도 1일로 제한키로 했다. 계약 단계에선 시공사 선정 후 계약 과정에서 건설사의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차단하기 위해 공사비를 입찰 제안보다 일정비율 이상 증액할 경우 한국감정원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했다. 재건축 조합 임원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개선방안 대부분은 국토부 고시 개정 사안이다. 다음달 중 행정예고해 12월~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다만 금품 제공시 건설사 입찰참가 제한 및 시공권 박탈, 조합 임원의 청탁금지법 적용 등은 도시정비법 개정 사안이라 다음달 중 발의해 향후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강태석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올해 말 제도 개선을 완료하고 내년 2월부터 금품 제공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본격 시행하면 정비사업의 불공정한 수주경쟁 관행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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