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가출위기청소년, 관심 갖고 보면 일반 청소년과 다를 것 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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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김혜령·이정인

청소년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가출위기청소년 역시 위험하다는 시각이 많아졌다. 정작 사회문제로 대두된 촉법소년은 가정이 있고 학교를 성실히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가출위기청소년들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그들은 이런 시각에 상처받지는 않을까. 청주시여자청소년쉼터 느티나무의 민현진 소장님을 만나 가출위기청소년들의 실제 모습은 어떠한지, 가출위기청소년 관련 복지제도나 법규의 개선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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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쉼터의 소장을 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엔 1년 365일 24시간 근무하고 사회 복지 분야 중 근무 환경과 처우가 열악했을뿐만 아니라, 보호하는 아이들도 상처가 많아 거칠다고 생각해 거부감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는 힘들지만 누군가는 이 일을 꼭 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어요. 당시 IMF로 인해 해체되거나 이혼한 가정이 많았고, 그런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라 청소년기에 가출하거나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많았거든요. 또 조카가 가정폭력과 방임으로 가출을 반복해 조카를 찾아 쉼터와 아동보호기관 상담도 가봤어요. 이런 과정을 겪어보니, 이 일은 내가 꼭 해야 되겠구나 생각했죠.”

-쉼터에는 어떤 청소년들이 오나요.
“정신 질환이 있거나 폭력성이 강한 아이들을 제외하고, 9세에서 24세까지의 청소년이 도움을 요청하면 일단 모두 받아야 해요.

각 학교의 ‘Wee클래스’ 선생님들이 상담 후 연계해 오기도 하고, 소년원에 퇴소 후에 집이랑 연락이 안 돼서 오게 된 아이들도 있고요. 아니면 재판을 받는 친구들 중에서 소년원에 보내기에는 죄질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경우. 예를 들어 단순가담자 같은 경우, 판사님이 보호관찰 처분을 내려서 3개월이나 6개월 정도 쉼터에서 지내기도 해요.

자발적으로 온 친구들은 그나마 의지가 있고 바로 가출한 친구들이 많이 오는데요. 단기쉼터의 최종 사업목적은 귀가이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은 부모와의 갈등을 중재해 최대한 해결점을 찾아주고, 그 과정에서 서로 좀 더 노력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으면 귀가를 허락해요. 그런데 가출한 지 오래된 아이들 경우에는 이미 가족간의 갈등이 너무 깊어져 회복이 어렵거나 절도나 폭력 등 범죄에 일찍이 노출된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뿐이에요.”

-청소년 쉼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청소년보호기관은 기본적으로 보호지원, 학업지원, 심리상담 지원과 같은 여러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보호지원은 누군가에게 폭력이나 학대를 받은 친구들이 안정되고 쾌적한 환경의 쉼터에 와서 쉬면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해요. 또 자신의 문제, 재능, 장단점이 뭔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강점을 강화함으로써 아이들이 성장하도록 도와주기도 하고요. 일례로 전에 디자인에 소질이 있는 아이가 있었어요. 우리 쉼터에서 자신의 강점을 찾아 취업성공패키지로 디자인학원에서 공부하더니 결국 디자인 관련 대학에 진학해 현재는 대학생활을 잘 하고 있어요. 가끔 쉼터에 놀러오기도 하고요.(웃음)

학업지원은 예산이 적기 때문에 학비까지는 지원해주지 못하지만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학교를 이탈하지 않고 잘 적응하여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진학할 경우엔 주민 센터나 복지관 등 지역사회 복지체계나 공동모금회를 통해 교복을 지원하기도 해요. 또, 학업을 중단한 친구들은 검정고시로 중·고졸 학력 취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고용복지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취업성공패키지에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해요.

일부 아이들은 중요 발달시기인 유아기에 적절한 양육과 교육을 받지 못해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경계선급 지적장애를 보이는데요. 이때 심리상담 지원을 합니다. 단기적인 숙식 지원만으로는 그 친구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심리지능검사를 통해 장애 등급을 받으면 보호도 받으면서 특수교육이나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마지막으로, 자립지원은 용돈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알바처를 알아봐주거나 고용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취업성공패키지에서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걸 말해요. 또 자신이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 구매계획서를 스스로 작성하게 해서 지혜롭게 소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죠.”

[자료사진=중앙포토]

[자료사진=중앙포토]

–쉼터를 운영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쉼터에 실무총괄로 들어온 지 얼마 안됐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지금은 감정조절이 어느 정도 되면서 괜찮아졌지만, 이전에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듣고 그들의 힘들었던 시간에 같이 아파하고 울고 하면서 감정 소진이 많았어요.

성매매나 원조교제를 하게 될 위험성이 많은 아이들이 집단으로 쉼터를 무단이탈하려고 해 제재하면, 손가락을 물고 도망가기도 하고 심한 욕을 퍼붓고 음식물쓰레기통을 던지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정말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어요. 쉼터에서 생활하던 아이가 아르바이트와 취업성공패키지로 돈을 모아 몰래 원룸을 구한 후 일방적으로 퇴소 통보를 하는 날이라도 있으면,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아이들이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 걱정돼 잠 못 이룰 때도 많았어요. 그리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중에서 심신이 건강하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낮이나 새벽이나 술을 마시고 전화해 협박하고 욕하는 상황을 다 받아내야 하고, 무작정 찾아와 아이를 내놓으라고 고집을 피울 때마다 아이가 불안하지 않게 부모를 설득해서 돌려보내는 일도 꽤 힘들더라고요.

-지방의 청소년 쉼터의 수가 적고, 수용인원도 적은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쉼터는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복권위원회의 지원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때문에 예산확보가 어려워서 필요한 만큼의 쉼터 확대는 힘든 상황인거죠.

지방 쉼터의 수용인원이 적은 이유는 아이들이 대도시 근처의 쉼터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대도시에는 상점, 음식점 등 다양한 놀거리와 볼거리가 있어서 가출위기청소년들이 많이 모이고 그 주변 쉼터는 정원이 꽉 차는 경우가 많아지는 거죠. 그래서 대도시 주변은 쉼터의 수와 수용인원이 많아지는 반면, 지방의 쉼터는 그 수와 수용인원이 적어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또 다른 이유로, 쉼터에서는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통금이나 외출제한, 취침 시 휴대폰 제출 등을 지켜야 하고, 규칙적인 생활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음주나 흡연을 못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쉼터에 들어오기를 꺼려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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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앞서 말했듯이 예산부족으로 쉼터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쉼터수를 늘리기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120여 개의 쉼터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이나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전문성과 경험이 많은 경력자가 우울과 불안 등으로 자해 같은 행동을 보이는 가출위기청소년을 적절하게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을 거거든요. 경력자들의 이직률을 줄이기도 하고요.

또,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초수급지원을 받는 친구들이 쉼터에 들어오면 기초수급지원이 중단되는데요. 쉼터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기초수급 역시 나라의 지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나라에서 볼 때는 이중지원이기 때문에 그런 거겠죠. 하지만 쉼터에 오래 있지 않는 아이도 많은데 쉼터에 잠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이 끊긴다면 그 아이들은 생계형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지겠죠.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기초수급회복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할뿐더러 밖에서 ‘쉼터에서 나왔으니 기초수급을 다시 회복 시켜주세요.’라고 쫓아다니면서 말할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쉼터에 들어왔다는 것이 확인이 되면 나라에서 지원을 아예 끊는 게 아니라 잠깐 중지를 시켰다가, 쉼터가 아이의 퇴소사실을 확인해주면 다시 지원을 회복시켜 주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나 결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좋은 가정과 양육’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해요. 쉼터를 운영하다보면 ‘나는 어렸을 때 너보다 더 힘들게 살았어. 그런데 넌 밥은 주잖아. 때리지는 않잖아’ 같은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훈육하는 부모들이 더러 있어요. 대개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쉼터로 오게 되거든요. 때문에 제대로 된 부모의 역할, 자녀들에 대한 이해 등과 같은 교육을 실시해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그런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출위기청소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들은 보통 가출위기청소년들의 욕을 하고 거친 겉모습만을 보고 나쁘게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런 아이들도 따로 만나 상담하고 대화해보면 굉장히 마음이 여리고 안에 상처가 많아요. 부모가 아이에게 함부로 대하고 보호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지켜줄 이가 자기 자신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자기 보호의 일종으로 거칠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바라볼 때 ‘이 아이에게 저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보호시설 또는 복지시설에 들어가도록 권유하는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이 아이들도 그 행동을 하게 만든 문제를 해결한다면 일반 청소년과 똑같은 삶을 살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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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중고교생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기 자신, 사회, 가족 등에 대해서 혼란스러울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갈등이 생겼을 때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의 전문가들을 찾아 어떤 부분이 힘든지, 어떤 부분이 혼란스러운지 호소하고 물어보고 해결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정 그것이 꺼려진다면 ‘또래상담’ 등을 이용해서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는 방법도 있고요. 마음의 병은 소문을 내면서 고쳐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여러분이 고민하는 것들 중에는 청소년 여러분 탓이 아닌 사회, 가정 탓도 클 것이기 때문에 쉽게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에 나오는 것처럼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현재는 비록 흔들릴 수밖에 없을 지라도 뿌리가 튼튼하다면 여러분이 힘들었던 그 과정들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땅의 모든 가출위기청소년들이 쉼터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같은 청소년복지체계의 지원과 상담을 받아 자신들의 뿌리를 튼튼히 해서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잘 견뎌내어 다음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김은진·김혜령·이정인(한국교원대부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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