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 아빠’ 이동국(38·전북 현대)이 대박을 터트렸다. 프로축구 개인통산 200호골을 기록하는 동시에 다섯번째 K리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K리그 우승 확정한 날 겹경사 #이동국 후반 교체로 투입 헤딩골 #19년 467경기만에 K리그 새 역사 #대박이 포함 오남매 관중석 응원 #아빠 골 넣자 현수막 흔들며 환호 #신태용 감독 경기장 찾아 지켜봐 #태극마크 다시 달 가능성 커져
전북은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3-0으로 꺾었다. 결승전이나 다름없던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전북은 승점72(21승9무6패)를 기록, 2위 제주와의 승점을 7점 차로 벌렸다. 전북은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통산 다섯번째 우승(2009·11·14·15·17년)을 확정했다. 우승상금은 5억원.
후반 20분 교체출전한 이동국은 2-0으로 앞선 후반 33분 로페즈의 크로스를 받아 방향을 바꾸는 절묘한 헤딩슛으로 우승을 자축하는 쐐기골을 터트렸다.
이동국은 올 시즌 중반까지 주로 교체출전에 그쳤다. 이동국은 “잉글랜드 미들즈브러 시절(2006~08년)을 빼곤 올해 처음으로 출전시간이 줄었다. 20분, 10분, 5분 출전에 그치는 건 물론 몸만 풀다가 끝난 적도 있었다. 그동안 200골을 못 채우고 선수 생활을 끝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루에 수천 번이나 했다”고 털어놨다.
‘오남매’는 그를 다시 뛰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었다. 이동국은 2005년 이수진(38)씨와 결혼해 쌍둥이 딸 재시·재아(10), 설아·수아(4), 막내아들 시안(3)을 두고 있다. 이동국은 “아내가 ‘지금 이 나이에 선수로 뛰고 있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거다’고 위로해줬다. 아이들을 보며 힘을 냈다”고 말했다. 오남매는 이날 아빠의 골이 터지자 ‘동국 아빠 200골 향해 불꽃슛’, ‘라이언킹, 우승하고 꽃길만 걷자’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기뻐했다.
이동국은 올 시즌 8골을 터트리면서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에 힘을 보탰다. 올시즌 전북은 이동국이 골을 뽑아낸 경기에서 6승1무, 무패를 기록했다. 1998년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K리그에서 19시즌에 걸쳐 467경기에 출전해 개인통산 최초로 200골을 기록했다.
최강희(58) 전북 감독은 “17세에 프로데뷔를 하더라도 군 복무 기간을 감안하면 개인통산 200호골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들다. 이동국은 내년에도 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재활공장장’ 최강희 감독과 함께 다섯번째 우승을 합작했다. 지난 2008년말 축구에 대한 의욕을 잃고 슬럼프에 빠져있던 이동국은 전북으로 이적했다. 최 감독은 “당시 이동국의 눈빛을 보고 재기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난 2011년, 이동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팀으로부터 연봉 40억원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이동국은 “최 감독님이 나를 버리는건 괜찮지만 내가 감독님을 버릴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동국은 이날 우승으로 ‘200호골’에 이어 ‘태극마크’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둔 신태용 감독은 이날 경기장을 찾아 이동국을 지켜봤다. 대표팀은 11월10일 콜롬비아, 14일 세르비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이동국은 지난 8월, 2년10개월만에 대표팀에 발탁돼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데 힘을 보탰다. 이동국은 “제가 오래 뛰면 한국 축구의 미래가 어둡다는 이야기를 듣고 ‘은퇴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내년 시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일단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