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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 6% 성장 어렵다 … 부채와 실업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 이어질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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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호 18면

시진핑 2기 중국 경제 진단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말 만들기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 #“빚더미로 인한 경제 위기 임박 #강력한 금융 개혁 필요한 시점” #타오둥 CS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금까진 효과적으로 부채 관리 #당장 대규모 긴축은 하지 않을 듯” #역할 커질 차기 인민은행장은 #궈수칭·장차오량 2파전으로 압축 #주택·인수합병 등 고삐 죌 전망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가 2015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푸념이다. 중국의 ‘사회융자총량(社會融資總量, Total Social Financing)’이란 말을 두고서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2011년 내놓기 시작한 지표다. 미국·유럽·한국 등이 쓰는 총유동성 지표와 거의 비슷하다. 울프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한 대목은 PBOC 사람들이 ‘사회’라는 말을 붙인 까닭이다. 이 의문을 풀 수 있는 단서가 최근 나타났다. 영국 좌파 경제학자인 마이클 로버츠는 최근 런던에서 기자에게 “카를 마르크스 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금융시장 자금 ‘전체’는 사유재산보다 사회적 자산 성격이 커진다”며 “이는 중국 금융정책 담당자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자금 풀(Pool)이 개인이나 금융회사·기업의 사유재산인 여윳돈으로 이뤄졌지만, 전체는 중국 정책 담당자들의 눈에 공공자산으로 비친다. 융자총량에 사회란 말이 붙은 까닭이다.

중국에서 자금 풀은 공공자산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

실제 중국 정부는 PBOC를 통해 자금풀을 공공자산 다루듯 한다.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등 서방의 전통적인 수단뿐 아니라 창구지도를 비롯한 다양한 관치금융 수단을 동원해 정책 방향에 맞춰 돈 줄을 쥐락펴락한다. 그들은 ‘공공자산’의 저수지인 금융시장을 ‘무정부 상태(시장 자율의 좌파적 표현)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또 서방이 공공자산을 금융시장 변덕(whim)에 맡겨두는 바람에 버블과 위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본다.

현재까진 중국 금융정책 담당자들의 말이 어긋나진 않아 보인다. FT 등 서방 언론이 되풀이 경고한 금융위기가 중국에선 아직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빚더미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데도 말이다. 이 거대한 빚거품이 파열하지 않도록 지금까지 관리해온 주인공은 바로 저우샤오촨(周小川·69) PBOC 행장이다. 그는 2002년 12월 취임해 만 14년 동안 ‘공공자산 지킴이’로 일했다. 내년 3월 전후에 물러날 예정이다.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학(LSE) 교수(경제학)는 “저우가 지금까지 아주 훌륭한 마우스피스(mouthpiece, 대변자)였다”고 평했다. 저우는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행동 등으로 미국·유럽 출신이 득세하는 ‘세계중앙은행가 클럽’에서도 환영받았다. 그 바람에 중국 금융정책의 사회주의적 흔적이 가려질 수 있었다. 이제 새로운 마우스피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애초 저우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사람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주 막을 내린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를 통해 권력을 한결 강화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공 자산의 관리자로 내세워야 한다.

홍콩 언론, 궈수칭 내정설 보도

타오둥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타오둥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 차기 PBOC 행장을 놓고 예측 게임이 시작됐다. 중국인 자체 전망이 궁금했다. 서둘러 타오둥(陶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다. 프라이빗뱅킹 부문 중국 부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중국 내에선 서방 금융회사 소속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가장 예의주시해야 하는 인물로 꼽힌다.

차기 행장은 누구인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루머 차원에서 여러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을 뿐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궈수칭(郭樹淸)이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을 맡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궈수칭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입에 오르고 있다.”
누구인가.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성 서기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누가 유력한지 말할 수 없다.”

타오는 섣부른 예측이 소속 금융회사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인지 예측 게임에 뛰어들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FT 등 서방 언론은 시진핑의 낙점을 받기 위한 경쟁에서 장치오량이 앞서 나가다 요즘은 궈수칭이 우위를 점했다는 쪽이다. 장의 후견자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퇴진 예정이어서다. 왕은 반부패 투쟁의 선봉으로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 중앙일보 차이나랩(중국연구소)에 따르면 왕이 광둥성 부성장으로 부실을 정리할 때 장이 PBOC 광저우 지점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후 왕은 장의 후견인으로 구실했다. 반면 궈수칭은 올해 초에 PBOC 통화정책위원회 멤버가 됐다. 행장 자리 근처까지 진출해 있는 셈이다.

PBOC 행장 영향력은 크지 않아

후보들 가운데 누가 PBOC 행장이 되는가에 따라 금융통화정책이 많은 차이를 보일까.
“아니다. 통화정책은 PBOC 행장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PBOC 수장이 바뀐다고 큰 변화가 있는 구조가 아니다. 통화정책 대부분은 중국 정부가 결정한다. PBOC는 정부가 결정한 정책을 실행하는 곳에 가깝다. 이는 서방 중앙은행과 다른 점이다.”

그런데 HSBC홀딩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아 왕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시진핑 2기엔 PBOC 역할이 좀 더 커질 것”이라며 “특히 시중은행을 감독하는 권한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행장인 저우샤오촨이 최근 빚더미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강력한 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란 말을 썼다. 급증한 부채가 금융과 경제 위기로 번지는 단계를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부채를 줄여야 한다. 경제 성장이 지속 가능한 수준까지 부채를 줄여야 한다. 현재 그 노력이 진행 중이기는 하다.”

아직 중국 정부의 노력이 부채 규모를 눈에 띄게 줄이진 못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 정부의 빚을 합한 총부채가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흐름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통제가 덜한 그림자금융 시장 부채도 늘어나고 있다.

FT 등 서방 미디어가 주문을 외듯이 중국의 금융위기를 경고해 왔다. 하지만 아직 금융위기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저축률이 여전히 높다. 빚을 갚을 여력이 아직은 있다. 빚이 무더기로 부실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위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의 개입이 부채 위기를 막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렇기는 하다. 중국 정부의 개입과 관리가 지금까지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자체의 힘이 커지고 있다. 시장 자체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해서 위험 요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 통제는 강화될 전망

타오의 말은 시장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시진핑은 집권 2기에 시장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할 요량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전문가의 말을 빌려 “시진핑은 금융과 사회적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금융 리스크는 부채의 급증과 부실화다. 사회적 리스크는 실업 사태다. 시진핑은 부채가 더 가파르게 늘어나 대거 부실화하는 것도 막으면서 동시에 돈줄을 너무 세게 죄 기업 파산 사태가 발생해 실직이 급증하는 일도 피하려 한다. 줄타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시진핑의 2기 통화정책은 어떨까. 타오는 “빚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관리하는 현재 흐름에서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제하고 “다만 경제 성장과 거대한 인프라 건설 등을 가로막는 긴축은 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시진핑은 금융과 주택 시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지 못하도록 하려고 한다. 이는 금융시장 자율을 무정부 상태로 보는 시각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시진핑은 이런 자신의 생각을 정책으로 만들어 실행해 줄 인물 하나를 이번 당 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만들었다. 바로 류허(劉鶴) 국가발전개혁관리위원회 부주임이다. 그는 ‘시진핑의 경제 브레인’으로 통한다.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고삐 풀린 투기 심리’를 꼽았다.

최근 시진핑은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열기에 대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M&A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방 언론은 그의 말을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지난 한 해에만 1700억 달러(약 190조원)어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처음에 중국 정부는 해외 M&A를 장려했다. 하지만 최근 외화 유출의 하나로 보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CNN머니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시진핑 2기엔 해외 M&A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첨단 기술 기업에 대한 사냥은 꾸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마디로 시진핑 2기 경제와 금융정책 성격은 철저한 관리인 셈이다. 줄타기와 통제 강화 아래 중국 실물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타오 박사, 시진핑 2기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나.
“내가 보기에 앞으로 10년 동안엔 중국이 연 평균 6% 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시진핑 1기 성장률은 6~7% 사이에서 움직였다. 타오 전망대로라면 2기 성장률은 연 5% 대에 그칠 듯하다.



사회융자총량(社會融資總量, Total Social Financing)= PBOC는 “정부와 금융회사를 뺀 일반 기업과 가계가 일정 시점에 조달한 자금의 총량”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엔 은행이 빌려준 위안화와 외화 자금, 은행이 각종 채권과 어음을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대준 자금, 일반 기업이 채권과 주식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 등이 포함된다. 반면 중국 정부의 국채 발행이나 해외 투자자의 직접투자(FDI)는 들어가지 않는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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