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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상사 부르는 불장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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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호 24면

<新>부부의사가 다시 쓰는 性칼럼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얼마나 황홀했으면 그 사달이 났을까?”
7년 전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 조선시대의 유명 기생 명월이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명월관’이라는 유명한 기생집의 ‘명월이’와 동침한 남자들이 줄줄이 숨졌던 ‘복상사’사건. 사람들은 명월이의 대단함을 떠올리겠지만, 사실은 다른 데 원인이 있다고 필자는 지적했었다.

최근 성의학계의 권위 학술지에 필자의 오랜 의견을 뒷받침하는 독특한 논문이 실렸다. 해당 연구는 즐거워야 할 성행위에서 발생한 사망, 즉, ‘Love Death’로 불리는 복상사의 배경원인을 연구한 내용이었다.

독일의 대학병원 법의학팀이 1972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45년간 3만8000건의 실제 부검사례를 분석한 결과 그중 99명이 복상사였다. 해당 내용을 훑어보면 우선 남성이 91명, 여성이 8명으로 대부분의 복상사 사례는 남성에 국한되었다.

남성의 평균 나이는 57.2세, 여성은 45세였는데, 사인은 대부분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대동맥파열 등 심혈관계 문제였다. 비만자가 많았고 시기적으로 여름과 봄에 집중되었으며, 사건은 엉뚱하게도 주로 사망자의 집에서 발생했다. 34명의 남성이 성매매녀, 7명은 내연녀, 4명은 이성친구와 관계했다. 놀랍게도 30명의 남성이 자위시 사망했는데, 남성 복상사 원인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반면 아내와의 관계 도중 복상사는 9명에 불과했다.

연구를 정리해보자면 복상사의 위험성은 남성이 원래 비만에 심혈관계 질환 등 건강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서 성매매, 불륜, 자위 등 불장난을 하다가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몸상태도 문제지만, 그런 장난이 주는 스릴을 넘어 무의식적 중압감, 죄책감도 심신을 짓누르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부부간 섹스리스 비율이 전 세계 1~2위를 다툰다. 2012년에 이어 4년의 주기로 반복된 필자의 2016년 한국인의 성생활 통계연구에 따르면, 부부간 섹스리스의 상당수가 실제 성충동이 없거나 성생활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성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특한 특징 중에는 부부끼리는 섹스리스인데, 남편은 다른 상대나 방식에선 오히려 성중독인 극단적 이중성도 많다.

만약 이미 중년의 나이에 복부비만이 늘고 몸도 썩 건강하지 않은데, 아내와의 성생활은 싫고, 성매매나 불륜에 집착하거나 자위에만 몰두한다면, 그런 식의 성생활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적신호니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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