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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년’ 원로 7인의 제언…"촛불 2막은 협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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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년’을 맞아 중앙일보가 정치 원로들을 인터뷰해 진정한 촛불정신 구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맨위부터 좌우 순서대로 이원종(김영삼 정부)ㆍ유인태(노무현 정부)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관용(16대 국회 후반기)ㆍ임채정(17대 국회 후반기)ㆍ김형오(18대 국회 전반기) 전 국회의장,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 [중앙포토]

‘촛불 1년’을 맞아 중앙일보가 정치 원로들을 인터뷰해 진정한 촛불정신 구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맨위부터 좌우 순서대로 이원종(김영삼 정부)ㆍ유인태(노무현 정부)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관용(16대 국회 후반기)ㆍ임채정(17대 국회 후반기)ㆍ김형오(18대 국회 전반기) 전 국회의장,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27일.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정ㆍ관계 원로 20여명이 모인 긴급 시국회의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질서 있는 퇴진’을 촉구하는 ‘원로들의 제언’을 발표했다.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보도가 촉발한 국정농단사건 이후 대통령 하야 요구가 거세지던 시점이었다. 박 대통령의 퇴진 일정을 마련해 혼란을 수습하려던 게 원로들의 생각이었지만 박 대통령과 국회는 정치일정 마련에 실패했다. 결국 박 대통령 하야 대신 탄핵과 구속의 길을 걸었고, 광장에는 촛불 뿐만이 아니라 태극기가 등장했다.

28일은 촛불집회 1주년이다. 28일 오후 6시 광화문 광장에선 시민단체들이‘촛불1주년대회’를 연다. 서울 여의도에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촛불파티’를 한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역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파행중이다. 국정감사 종료(31일)를 코앞에 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강행하자 자유한국당은“여권의 적폐청산 작업이 결국은 정치보복과 방송장악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 26일 오후부터 국감을 전면 보이콧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습관성 보이콧”이라 비판하며 반쪽국감을 진행했다.

“촛불은 미완성”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을 두고서다.
박관용ㆍ임채정ㆍ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이상 긴급시국회의 멤버) , 이원종ㆍ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문 대통령의 멘토인 송기인 신부에게 촛불의 향후 과제에 대해 물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촛불 2막은 협치”였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낳은 촛불 1막이 특정 정파가 주도한 게 아니었듯, 정치권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협치를 현실에서 모색해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유 전 수석은 “보석은 어떻게 캐느냐보다 어떻게 운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운반기술이 바로 협치”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의장은 “촛불은 정치가 제 역할을 하라는 국민 명령이었다”며 “하지만 ‘나는 옳고 너는 잘못’이라는 분열 정치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로 꼽히는 송기인 신부.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로 꼽히는 송기인 신부. [중앙포토]

그러려면 ‘촛불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박 전 의장은“촛불 민심은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와 극단적으로 갈린 대립의 정치를 바꿔보라는 요구가 복합적으로 깔려있었다”며 “특정 진영이 촛불혁명을 주도했다고 하는 건 교만”이라고 했다. 이 전 수석도 “집권당 뜻에 반한다고 ‘반(反)촛불’로 규정하는 건 촛불 민심을 잘못 읽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인사인 유 전 수석도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집권세력이 협치에 더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인 정대철 고문은 “집권한 쪽이 통 크게 포용하고 반대세력까지 안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로 7인이 강조한 촛불의 완성은 ‘국민통합’이었다. 김형오 전 의장은 “촛불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큰 과제는 국민 통합”이라며 “모든 국민을 얼싸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인 신부도 “오른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왼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모두 국민”이라며 “그걸 다 안고 가는 게 정부여야 한다”고 했다.

김형구ㆍ박성훈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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