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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탈당 권유한 류석춘, 박정희 추도식 갔다 봉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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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38주기 추도식이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현직 의원으론 조원진(대한애국당), 이헌승(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리했다.

서울현충원 38주기 행사장서 #“꺼져라” 친박 지지자들에 쫓겨나 #구미 생가 추도식엔 500명 모여 #참석 60대 “올해는 마음 더 아파”

특히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충원을 찾았지만 친박 지지자들의 항의에 자리를 피해야 했다. 지지자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네가 박근혜를 죽였다. 집으로 꺼져라”고 외쳤고, 일부 지지자는 류 위원장의 머리를 태극기로 때리기도 했다. 한국당 혁신위는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었다.

이날 오후엔 서울 여의도 한국당사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도 열렸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와 조원진 애국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추도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앞에 세워졌던 문재인 대통령의 화환이 치워지는 일도 있었다. 현충원 측은 “일부 참배객의 (화환) 훼손 시도가 있어 예방 차원에서 잠시 뒤집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정홍원 전 총리는 추도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법치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한 제물로 시련을 겪고 있다”며 “목숨을 걸고 혁명을 한 아버지의 따님답게 명예를 잘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시에서도 추도식이 열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 38주기 추도식’이 26일 국립서울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추도식에는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려던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쫓겨나고 있다. [조문규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 38주기 추도식’이 26일 국립서울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렸다. 추도식에는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하려던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쫓겨나고 있다. [조문규 기자]

구미시 상모동에 위치한 박정희 대통령 생가는 오전 10시쯤부터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추모객들이 몰려들었다. 남유진 구미시장, 김익수 구미시의회 의장, 전병억 생가보존회 이사장 등 지역 인사들과 추모객 500여 명이 추도식에 참석했다.

추도식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추모제례로 시작됐다. 제례가 끝난 뒤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경례, 추도사, 박 전 대통령 생전 육성 청취, 진혼시 낭송, 묵념 등 차례가 이어졌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추도사에서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올 것이다. 국가의 총체적 위기상황 앞에 우리는 단장지애(斷腸之哀)를 끌어안고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했다.

진혼시 낭송 순서에선 1972년 5월 2일 박 전 대통령이 부인인 육영수 여사를 위해 쓴 자작시 ‘영수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고’를 읽는 시간이 진행됐다.

추도식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공식 발언은 없었다. 하지만 추모객들은 방명록에 ‘부디 따님이신 박근혜 대통령님을 구원해 주십시오’라고 적거나 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60대 여성 추모객은 “매년 추도식에 참석하는데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아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와 구미시는 다음달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탄신제에선 보수단체들이 대규모 집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미=김정석 기자, 김록환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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