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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가득한 제국주의라면 괜찮은 건가 '빅토리아&압둘'

중앙일보

입력

'빅토리아 & 압둘'

'빅토리아 & 압둘'

원제 Victoria & Abdul |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 출연 주디 덴치, 알리 파잘, 팀 피곳 스미스, 에디 이자드, 아딜 악타르, 마이클 갬본 | 각본 리 할 | 촬영 대니 코엔 | 편집 멜라니 올리버 | 음악 토마스 뉴먼 | 장르 전기, 드라마, 역사 | 상영 시간 112분 | 등급 12세 관람가

[매거진M] '빅토리아&압둘 영화 리뷰

★★

M236_빅토리아 & 압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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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대영제국의 빅토리아(주디 덴치) 여왕은 이제 늙었다. 남편 앨버트 공(公)을 비롯해 정을 붙였던 사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나, 마음 한구석은 늘 외롭고 슬프다. 총리와 국정을 상의하고 정해진 아침 만찬을 하는 즐겁지 않은 어느 날. 여왕은 인도에서 온 키가 큰 청년 압둘 카림(알리 파잘)을 주의 깊게 보게 된다. 스스럼없이 여왕을 대하는 낙천적인 그에게 여왕은 금세 마음을 열고, 둘은 친구가 된다. 여왕은 카림을 문쉬(무슬림의 종교적 스승)로 삼고 그에게 코란과 우르두어를 배우지만, 이 모습이 왕실 식구들에겐 탐탁지 않다.

‘빅토리아&압둘’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최고 권위를 가진 여왕과 식민지의 말단 서기인 카림이 친해지는 모습이다. 여왕도 그저 한 인간일 뿐이라, 자신을 헤아려 주는 카림에게 마음을 주며 행복해했다는 사실. 이 영화는 여기에 방점에 찍는다. ‘미세스 브라운’(1997, 존 매든 감독)에 이어 또 한 번 빅토리아 여왕을 연기한 주디 덴치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연기로 이를 거든다. 카림 앞에서 울고 웃는 소녀 같은 모습과 위엄 있는 여왕을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 덴치는 여왕이 아닌 인간 빅토리아의 정서를 생생히 구현한다.

M236_빅토리아 & 압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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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개될수록 이 영화의 허점이 속속 드러난다. 두 사람의 우정이 점점 흔들리면서부터다. 둘 사이에는 국제 정세 등 복합적인 갈등 요인이 놓여 있지만 이 영화는 그 모든 이유를 카림을 음해하는 왕실 사람들 탓으로 돌린다. 무슬림 하인 카림이 왕실의 권력을 쥘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순수한 우정을 탐욕스러운 훼방꾼들이 방해하는 단순한 이야기로 흘러갈 때부터, 극의 긴장이 떨어진다.

결국 이 영화는 영국 식민 통치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누락한다. 카림이 자신을 극진히 챙기는 여왕에 감사해하는 모습이 과연 그의 전부였을까. 또한 이런 낮은 위치의 카림도 마음으로 품으려는 여왕은 뭉클하게 그린다. 이 영화가 영국 왕실을 보다 진보적인 존재로 포장하며 식민주의를 은근히 옹호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도입부에 나오는 ‘대부분 실화’라는 자막은 어느 정도 각색이 포함됐음을 암시한다. 그 각색은 누구의 입장에서 이루어졌을까 질문하게 된다.

TIP 여왕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 코란의 글귀가 아름답게 나온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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