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석포제련소 주변 중금속 오염 토양 25t 트럭 2700대 분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영풍의 석포제련소, 국내 최대 아연제련소인 이곳은 산림 훼손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찬수 기자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영풍의 석포제련소, 국내 최대 아연제련소인 이곳은 산림 훼손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찬수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인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가 올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안동댐 상류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국내 최대 아연제련소다.
1970년부터 40여 년 동안 시설을 가동하면서 굴뚝을 통해 불산·중금속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폐수 배출과 폐기물 매립으로 토양과 낙동강 수질을 오염시켰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올해는 특히 안동댐에서 물고기와 새의 떼죽음이 발생했고,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작성한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환경영향 조사' 보고서까지 공개되면서 석포제련소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개된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석포제련소 주변 오염 실태를 살펴본다.

석포제련소 시설 위치를 보여주는 인공위성 사진 [자료 환경부]

석포제련소 시설 위치를 보여주는 인공위성 사진 [자료 환경부]

석포제련소 인근 산지. 나무가 말라죽고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다.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 인근 산지. 나무가 말라죽고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다. 강찬수 기자

납 안정 동위원소 비율로 오염원 추적 
환경부가 석포제련소 주변 조사에 나서게 된 것은 2014년 국감에서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염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안동댐 상류의 국내 최대 아연제련소 #환경부·환경공단 주변 환경오염 조사 #반경 4㎞ 안은 기준 넘는 비소로 오염 #납 동위원소 비율로 오염 원인 추적 #"10%만 제련소 탓, 90%는 자연요인" #4만5058㎥은 제련소가 정화해야 해 #주민·환경단체 등 조사 부실 지적 #"제련소 면죄부 주려고 대충 조사" #환경부 등 범정부 대책 발표 예정

이에 환경공단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2015~2016년 석포제련소가 주변 반경 4㎞ 구역 내 농경지와 학교용지 448지점에서 토양 시료 1058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토양오염 기준을 초과한 시료는 344지점 659개 시료였다. 지점 수 기준으로는 76.8%, 시료 수 기준으로는 62.3%가 기준을 초과했다.

중금속인 비소(As) 오염도는 평균 29.6ppm, 최대 163.6ppm으로 제련소 반경 4㎞ 이내 지점 대부분이 우려 기준 25ppm을 초과했다.
아연(Zn) 농도는 평균 226.4ppm, 최대 5984ppm이었고, 반경 2㎞ 이내에서는 대체로 우려 기준 300ppm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포제련소 인근 산림 훼손지.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 인근 산림 훼손지. 강찬수 기자

하지만 석포제련소 주변 지역에는 비소 함량이 높은 '홍제사 화강암'이 존재해 토양을 오염시킨 비소가 제련소에서 배출된 것인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조사팀은 납(Pb)의 안정 동위원소 비율을 구해 판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즉, 제련소에서 1970년 이후 사용한 아연정광으로부터 납206과 납204의 비율, 또 납206과 납207의 비율을 구했다. 또 제련소의 영향에서 벗어난 지역의 토양에서 구한 납 동위원소 비율도 구했다.

어느 지역에서 아연정광이 수입됐느냐에 따라 납의 안정동위원소 비율이 달라진다.

어느 지역에서 아연정광이 수입됐느냐에 따라 납의 안정동위원소 비율이 달라진다.

안정 동위원소는 같은 납이지만 원자량에서 차이가 난다. 방사선도 방출하지 않는다.
방사성 동위원소 비율은 사람의 지문처럼 해당 납 성분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안동댐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안동댐 물고기와 새 떼죽음이 석포제련소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안동댐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안동댐 물고기와 새 떼죽음이 석포제련소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반경 1.5㎞ 안은 제련소 오염 기여율 52% 

조사팀은 제련소 반경 4㎞ 내의 토양에서 측정한 납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해당 지점의 오염이 제련소 탓인지를 판정했다.
환경공단 토양지하수처 이창직 팀장은 "동위원소 분석 결과, 반경 1.5㎞ 내에서는 제련소의 오염 기여율이 52%, 1.5~4㎞에서는 3%였고, 반경 4㎞ 이내 전체로는 10%의 오염 기여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에서 비소 등으로 오염된 것으로 확인된 토양 44만8030㎥의 10%에 해당하는 4만5058㎥이 제련소 탓에 오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산림지역을 제외하고 농경지와 학교부지만 조사한 결과다.

산림지역을 제외하고 농경지와 학교부지만 조사한 결과다.

정화처리해야 할 토양 4만5058㎥은 실제 토사 적재량이 16.7㎥인 25t 덤프트럭 2700대 분량이다.
석포제련소의 환경담당 한덕현 이사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지금도 검토 중이지만,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은 못 된다"고 말했다.

석포제련소 인근 숲에서는 잎에 구멍이 뚫리거나 노랗게 변한 식물들이 발견된다. 제련소에서 배출한 대기오염 물질 탓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 인근 숲에서는 잎에 구멍이 뚫리거나 노랗게 변한 식물들이 발견된다. 제련소에서 배출한 대기오염 물질 탓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산림 훼손지에서도 오염물질 농도 높아 
하지만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같은 오염기여도 조사 방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 김정수 소장은 "석포제련소가 30년 동안 해외 여러 지역에서 아연정광을 수입했고, 그에 따라 납 동위원소 비율이 서로 다른데, 한 가지 수치로 제련소 탓인지, 아닌지 판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분석을 직접 담당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평구 박사는 "토양오염 조사는 농경지를 위주로 했고, 농경지에서는 매년 흙을 갈아엎기 때문에 30년 동안 쌓인 납 동위원소가 골고루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며 "한 가지 수치를 구해 비교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원대 지질학과 이진용 교수는 "토양은 물과 달라서 완전하게 혼합되지 않는다"며 "일정한 수치보다는 비율의 범위를 정해 비교·판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염 기여율 판정은 농경지에 대해서만 이뤄졌고, 제련소 주변 산림지역에 대해서는 개략적인 토양오염 조사만 진행됐다.

봉화지역은 금강송 소나무가 자라는 곳으로, 제련소 주변 산림 지역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최소한 10㏊는 훼손돼 나무가 말라죽은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이 훼손돼 맨 흙이 드러나 있다.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 주변 산림이 훼손돼 맨 흙이 드러나 있다. 강찬수 기자

환경공단이 제련소 주변 산림 훼손지 25곳과 산림이 훼손되지 않은 대조지역 5곳의 토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황·카드뮴·구리·비소·아연 농도가 훼손지에서 더 높게 측정됐다.
불소의 경우는 훼손지보다 대조지에서 측정치(평균값)가 더 높았다.

*HF=불산, 즉 플루오린화수소(Hydrogen Fluoride)가 토양에 가라앉는 정도를 나타낸 지도.

*HF=불산, 즉 플루오린화수소(Hydrogen Fluoride)가 토양에 가라앉는 정도를 나타낸 지도.

하지만 훼손지의 불소 농도는 194~640ppm(평균 386ppm)으로 2012년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 지역에서 측정된 198.5~605.25 ppm과 비슷할 정도로 불소 오염이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석포제련소 인근의 산지. 산림훼손으로 산사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 인근의 산지. 산림훼손으로 산사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대기오염은 제대로 측정하지 않아 

이런 가운데 국감에서는 이번 조사 자체가 제련소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환노위 이정미(정의당) 의원은 "환경부가 환경공단에 제공한 연구용역비가 15억원이고, 현장조사 비용으로 8억원이 책정돼 입찰이 진행됐지만 최저가인 3억9200만원에 낙찰이 됐다"며 "남은 돈 4억5627만원은 미집행돼 환경부에 반환했다"고 말했다.
예산을 30%나 남긴 것은 환경부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련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조사는 지난해 5월과 10월 각 4~5일씩 두 차례만 실시했다.
그것도 제련소 외부 조사와 내부 조사를 같은 시기에 진행하는 바람에 제련소에서 조사 사실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굴뚝에 올라가 시료를 채취하려면 미리 통보를 해서 제련소 측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공단 이 팀장은 "예산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연구용역 진행상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기오염 조사를 1년씩 진행한 다음,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기오염 모델링 등 주변 지역 영향을 분석하게 되면 조사기간이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사팀은 결국 대기오염 모델링에 입력한 자료는 제련소 측에서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굴뚝에 부착한 대기오염 원격감시시스템(TMS)에서는 중금속 등의 농도를 측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석포제련소 인근에는 초등학교도 있다.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 인근에는 초등학교도 있다. 강찬수 기자

"민관합동협의체 통해 전면 재조사해야"
한편, 환경부는 다음 주 중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안동댐 상류 오염 개선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 등은 당초 26일 범정부 합동 '안동댐 상류 오염 개선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관계 기관 협의가 완료되지 않는 바람에 대책 발표를 연기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대책의 하나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민관합동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포제련소 인근 산림 훼손지.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 인근 산림 훼손지. 강찬수 기자

석포제련소대책위원회 전미선 회장은 "협의체가 구성되면 수질·대기·토양·산림·수생태 등 5개 분야에 걸쳐 전면 재조사를 요구할 생각이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제련소 관련 건강 피해자도 수소문해서 보상받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산림 훼손 원인 조사와 복구 방안도 정부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국유림에 대해 산림청이 복구에 나서더라도 산림 훼손이 제련소 책임으로 밝혀질 경우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조사까지 진행했지만, 석포제련소 오염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기보다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