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라면 한 번쯤 밟아보고픈 꿈의 코스, 바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이다. 해마다 마스터즈 대회를 개최해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 타이거 우즈의 우승으로 끝난 제69회 마스터즈(4월 8~11일) 기간 중 오거스타 골프장을 찾아 속속들이 들여다봤다.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조건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해마다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 당연히 갤러리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오거스타 골프장 회장인 후티 존슨의 자랑이다. 마스터즈 골프대회를 여는 곳이란 자부심이 대단하다.
2005 그린재킷의 주인공을 막 가린 오거스타 골프장은 5월부터 11월까지 문을 닫는다. 잔디 보호와 코스 보수를 위해서다. 대회를 앞두고도 최소한 두 달은 출입이 금지된다. 모든 걸 마스터즈에 쏟아붓는 것이다.
▶ 마스터즈 직전 이벤트대회인 '파3 콘테스트'가 열리는 홀 중 한 곳. 울창한 숲과 연못, 그리고 녹색 잔디의 조화가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 미국 남부지방 첫 콘크리트 건물인 오거스타 골프장의 단출한 클럽하우스. 작은 사진은 이 모양을 본떠 만든 마스터즈 우승트로피다.
◆대회 땐 미어지는 진입도로=골프장으로 이어지는 워싱턴 로드. 마스터즈 기간의 교통체증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많을 땐 8만여 명의 갤러리가 몰려 왕복 4차선 도로가 주차장이 된다. 도로 주변엔 '입장권 구함'이란 팻말을 든 사람들이 줄지어 선다. 암표상들도 눈에 띈다. 1~4라운드를 볼 수 있는 입장권 가격이 125달러(약 13만원)인데 대회가 다가오면 10배가 넘는 1500달러를 호가한다.
◆400억 이상 버는 기념품점=금속탐지기가 놓인 출입구를 지나 오른편에 대형 기념품 숍이 있다. 계산대만 20곳이 넘는 대형 수퍼마켓 규모다. 마스터즈 로고가 박힌 기념품을 사려는 갤러리로 인산인해다. 대회 기간엔 숍에 들어가는 데 100m 이상 줄을 선다. 4라운드가 열리는 마지막 날에는 대부분의 기념품이 동이 난다. "해마다 매출액이 4000만 달러(약 420억원)를 넘는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클럽하우스는 단출하기 짝이 없다. 아담한 흰색 단층(미니 2층)이다. '이게 과연 오거스타의 클럽하우스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직원은 "골프장 개장 전인 1854년에 지은 건물을 개축한 것"이라면서 "미국 남부지방 최초의 시멘트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클럽하우스 옆 1번홀(파4) 티잉그라운드 부근엔 유명한 '아이젠하워 트리'도 있다. 높이 20m, 수령 125년 된 등나무다. 일부 회원이 티샷을 할 때 이 나무에 공이 맞는 일이 가끔 생기자 역시 회원이던 아이젠하워(1953~62년 미국 대통령)가 "잘라 버리자"고 한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자연 그대로인 해저드=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문을 연 건 1933년. 28세의 나이로 은퇴하기 전까지 21개 메이저 대회에서만 13승을 거둔 보비 존스(1902~1971)가 설립자다. 몇몇 지인과 함께 최고의 대회를 열기 위한 최고의 골프장을 짓기로 뜻을 모으고 3년여간 공사 끝에 완공했다.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려고 계곡이나 실개천을 그대로 살려 워터 해저드를 만들어 달라고 설계자에게 요청했지요. 그래서 오거스타의 해저드는 대부분 자연 그대로입니다." 홍보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원 신상은 비밀=오거스타 골프장은 회원을 동반하지 않으면 골프를 칠 수 없다. 회원 수는 물론 누가 회원인지도 비밀이다. 현재 회원 수가 288명이란 말이 있지만 오거스타 측은 확인을 해주지 않는다. 가입 절차도 까다롭다. 결원이 생겼을 때 회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재산.인격.교양 등을 두루 검토한 뒤 기존 회원들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여성에겐 문호를 개방하지 않아 미국의 여성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오거스타에서 글.사진=정제원 기자
오거스타 얼마나 어렵기에… 좁은 페어웨이에 유리알 그린 '악명'
전장 7290야드(6634m). 프로들도 만만찮은 거리다. 그래서 장타자가 유리하다. 핸디캡 4에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250야드 정도인 아마추어가 챔피언스 티에서 87타를 쳤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마추어는 파4홀에서 2온을 하려면 우드를 잡아야 한다.
오거스타의 대명사는 '유리판처럼 빠른 그린'이다. 올해 네 번째로 마스터즈 우승을 한 타이거 우즈도 1라운드 13번 홀(파5)에서 희생양이 됐다. 2온을 하고도 퍼트 실수로 이글은커녕 보기를 했다. 대부분의 홀이 그린 뒤쪽이 높다. 그래서 온그린 샷이 길면 엄청난 내리막 퍼트를 각오해야 한다.
오거스타의 백미는 '아멘 코너'다. 까다로운 11, 12, 13번 홀을 일컫는 말이다. 11번 홀에 서 보니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의 페어웨이 폭이 30m도 채 안 된다. 그린 왼편엔 워터 해저드가, 오른편에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최경주가 지난해 마스터즈 때 이글을 잡은 바로 그 홀이다. 12번 홀(파3)은 길이 155야드(141m)로 가장 짧다. 그러나 그린 앞 벙커와 워터 해저드가 커 체감거리는 170야드 이상이다. 시시각각 바람의 방향도 바뀐다. 13번 홀은 파5치고는 짧은 510야드(464m)다. 왼쪽으로 굽은 홀인데 맞바람이 심해 페어웨이 안착이 쉽지 않다. 페어웨이 왼편 개울과 그린 앞 실개천이 함정이다. 올 대회 1라운드에서 최경주는 2온을 노렸다가 공이 그린 앞 실개천에 빠지자 맨발로 들어가 공을 쳐내 파를 잡았다.
오거스타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홀이 많다. 2, 5, 7, 10, 13, 17번 홀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우즈는 "마스터즈 출전을 앞두고 드로샷(왼쪽으로 휘는 샷)을 집중 연마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