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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같은 듯 다른 중국의 북극 항로 셈법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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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상 실크로드를 건설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말이다. 2017년 7월 3일, 러시아 방문 중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다. 직전 러시아가 중국에 제의한 ‘빈하이(濱海) 국제 운송 회랑’ 건설에 화답하면서 한 걸음 더 나간 거다. 시 주석이 제창했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북극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선언이다.

다음 날인 7월 4일 시 주석은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회담에서 “러시아는 일대일로의 중요한 파트너다. 북극항로 건설을 통해 빙상 실크로드를 함께 조성하고 관련된 상호 프로젝트를 확대하자”고 공식 제안한다. 일대일로 건설에 러시아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러시아가 먼저 북극 항로를 만들자고 하니 시 주석 입장에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닌가.

중국이 북극항로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 MYPSD.COM.CN)

중국이 북극항로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 MYPSD.COM.CN)

북극 항로, 사실 한국도 관심이 많다. 지난 8월 말 북방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송영길 민주당 의원)까지 만들어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한데 중국은 두 달 전인 6월 20일 ‘일대일로 건설 해상 협력 구상’을 공포하면서 북극 항로를 일대일로의 3대 해상통로 중 하나로 규정했다. 물론 훨씬 이전부터 중국의 노력은 집요하고 지속적이며 전방위적이다. 한국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2017년 4월 핀란드를 방문해 두 나라가 북극항로 개척에 협력하자는 데 합의했다. 또 2016년 9월 4일 항저우에서 열린 미·중 회담에서 양국은 극지와 해양 프로젝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고 과학 기술 협력을 먼저 추진 중이다. 2015년 3월에는 스웨덴이 자국 영내에 중국의 ‘북극 위성 수신소’를 건설토록 허가하기도 했다.

북극의 석유 시추 시설 [사진: 셔터스톡]

북극의 석유 시추 시설 [사진: 셔터스톡]

비단 시 주석 시대만 그랬던 게 아니다. 2012년 4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와 회담을 갖고 북극의 평화적인 개발과 이용을 위해 두 나라가 협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중국은 최소 10년 넘게 일관되게 북극 항로 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쏟았고 그 결과가 시진핑 시대 북극 일대일로로 효과를 보고 있는 거다.

그럼 중국은 왜 북극 항로에 비단길까지 입혀 공을 들이는 걸까.

첫째, 항로 단축이다. 말라카 해협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를 이용할 경우 상하이에서 유럽의 서부 북해와 발트해 항구까지 거리는 8000~9000㎞ 안팎이다. 그러나 북극 항로를 활용하면 그 거리는 약 5000㎞나 단축된다. 항해 시간은 무려 9일이나 줄어든다. 중국으로선 당연히 북극 항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북극 항로[사진: 두산백과]

북극 항로[사진: 두산백과]

둘째, 북극에 묻혀있는 자원 확보다. 북극에는 지구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석유의 약 13%, 가스의 30%가 매장돼 있다. 이 밖에 수많은 광석 등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야말 LNG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북극권에 위치한 야말반도에는 1조 3500억㎥의 천연가스와 6018만 톤의 가스 콘덴세이트(천연가스를 채취할 때 지표에서 응축 분리되는 천연의 경질 액상 탄화 수소)가 매장돼 있다. 이 프로젝트는 CNPC(중국 석유)와 중국 실크로드 기금, 러시아 노바텍, 프랑스 토털이 4대 주주다. 이중 CNPC는 20%, 실크로드 기금은 9.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해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이 북극 항로 개발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셋째, 군사적 영향력 강화다. 그렇잖아도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대양해군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이다. 북극 항로가 건설될 경우 자국 함정의 유럽 진출과 영향력 강화는 따놓은 당상이다. 이미 아랍과 유럽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군항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해군이다.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북극 항로. 그러나 그 목적은 같은 듯 다르다. 한국은 경제 활로와 발전 동력을 찾는데 주력한 반면 중국은 경제+대양해군 차원에서 항로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이 항로를 따라 중화 문명 수출이라는 덤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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