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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치매노인과 함께 사는 네덜란드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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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인구 고령화를 위기로 바라보았던 '에이징(Aging)1.0'시대가 고령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에이징 2.0'으로 변화했다. 세계 각국의 혁신적 시니어 비즈니스 사례들을 통해 고령화가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두터운 고령층이 오히려 새로운 사업 기회임과 동시에 사회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장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개념이 아닌 실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를 기회로 활용하기 원하는 많은 분에게 역발상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에는 치매 환자가 장보기 등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상시 배치돼 있다. [사진 디멘서빌리지 트위터]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에는 치매 환자가 장보기 등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상시 배치돼 있다. [사진 디멘서빌리지 트위터]

인구 고령화는 세계적 추세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는 2015년 9억명에서 2030년 14억명, 2050년 21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근의 시니어비즈(1) #인구 고령화 위기아닌 기회 '에이징 2.0' 시대 #'케어팜', 농가소득 올리고 노인문제 해결하고

이처럼 모든 나라에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과거와 같이 고령화를 단순히 위기로 보는 관점으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고령화를 지속가능한 성장의 열쇠로 활용하는 '에이징 2.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의 돌봄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치매 돌봄에 대한 혁신적 사고가 국가성장과 사회통합을 어떻게 동시에 달성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치매 노인의 삶이 우선, 네덜란드 '호그백 마을'

먼저 소개할 사례는 이미 미국 CNN에서도 소개된 네덜란드의 호그백(Hogeweyk) 마을이다. 일종의 치매 노인 마을이랄 수 있다. '치매 노인도 자유롭게 생활하고 활동하며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2009년 간호사 이본반아메롱겐(Yvonne van Amerongen)이 중앙정부와 지역기관의 협조로 네덜란드 베스프마을 북쪽 외곽에 마을을 조성했다.

'호그백 마을'은 슈퍼마켓, 커피숍, 미용실, 공원 등이 있는 1만5000㎡ 규모의 커다란 마을이다. 23가구, 152명의 중증 치매 환자와 250명의 스텝이 거주하고 있다.

호그백마을의 특징은 치매를 기존의 의료상 접근에서 사회적 접근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치매 환자라고 해서 시설에 갇혀 살지 않는다.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무료로 슈퍼마켓, 미용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생활이 가능한 것은 마을 곳곳에 설치된 CCTV와 교육을 받은 전문 강사,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호그백마을의 한 치매노인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호그백마을의 한 치매노인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그들은 마을 내 상주하며 환자들의 활동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이런 시도가 치매 노인들에게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연구결과 호그백 마을 거주 치매 노인들은 거주하기 전보다 약물 복용량이나 공격성은 감소한 반면 식사량은 늘었고, 상대적 수명 또한 증가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호그백 마을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외곽 랑드 지역에 알츠하이머 마을을 만들고 있고, 독일과 영국 등지에서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 치매노인 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치매 노인도 일반인과 같이 삶의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인간중심’관점이 만들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자연에서 치유하는 네덜란드 '케어팜'

'케어팜(Care Farm, 치유 농장)'은 자연과 치유를 결합한 형태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뿐만 아니라 의학적·사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시니어 비즈니스다.

농촌의 소득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중·고령층의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어 최근 국내 귀농현상과 고령화현상으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케어팜을 처음 시작한 곳은 북유럽으로, 네덜란드는 1995년 50개에서 출발해 2015년 1100개로 확대했다. 이중 15%는 치매 노인을 위한 케어팜을 제공하고 있다.

네덜란드 드포트 케어팜에서 한 노인이 텃밭에 씨를 뿌리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네덜란드 드포트 케어팜에서 한 노인이 텃밭에 씨를 뿌리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네덜란드 케어팜은 민간농장에서 시작해 지금은 국가차원에서의 지원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치매 노인을 위해 기존 요양원을 대신한 케어팜을 운영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드포트(De port) 케어팜을 소개한다. 드포트는 기존요양원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2005년에 노인들을 위한 주간보호를 시작했으며, 2013년부터는 치매 어르신들을 24시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드포트는 총 20명 이내의 적은 인원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기본적으로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개인적 삶을 보장하기 위해 6~7명이 한 가구를 구성한다.

특히 활동이 가능한 치매 노인의 경우에는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와의 지속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드포트에서는 일반적으로 농장에 나가 걷거나,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농장활동에 참여해 자연과 최대한 교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육체적 건강상태를 유지·향상시킨다. 또 동물·자연과의 교감, 참여자간의 교류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음식섭취량도 증가했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네덜란드 드포트 케어팜에서는 어르신들을 24시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네덜란드 드포트 케어팜에서는 어르신들을 24시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쳐]

최근에는 이용층이 고령층에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자폐아나 마약·알콜·게임 중독자로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다. 농장의 소득원이 다양해지는 동시에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우리나라도 치매 환자의 증가로 많은 노인요양원과 주간보호시설 사업자들이 시니어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화되지 않은 서비스와 낮은 서비스 질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단순히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에이징 2.0시대를 바라보는 선진국들은 동일한 비용으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어쩌면 고령화 속도는 우리사고의 변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앞의 사례에서 보았듯 전통적 고령화관점에서 벗어날 때 혁신적인 한국형 에이징 2.0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정근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jkim70@gmail.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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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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